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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사람이외다"... 강남역 10주기, 나혜석 동상 앞 외침

2026.04.29 17:46

[현장] 경기도 여성 2명 중 1명 정서적 폭력 경험... 전국 순회 다이인 퍼포먼스로 연대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페미연대)가 4월 26일 경기 수원 나혜석거리 나혜석상 앞에서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을 진행했다.
ⓒ 페미연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를 앞두고, 100년 전 "여성도 사람이외다"를 외친 나혜석의 동상 앞에서 여성들이 연대하기 위해 모였다. 4월 26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나혜석거리 나혜석상 앞에서 13차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 퍼포먼스와 릴레이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를 앞두고, 여성폭력 문제를 지역사회 차원에서 공론화하고 페미니스트 연대 활동을 확산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경기여성단체연합, 경기페미행동, 부천새시대여성회, 평화와자치를열어가는부천연대 등 경기 지역 시민단체들과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아래 페미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 행사였다.

당일 현장에서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를 잊지 않겠다는 여성선언에 약 12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특히 경기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활동가들이 발언을 통해 경기도 지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구체적인 폭력 피해 경험과 구조적 문제의 현실을 알리기도 했다. 또한 이들과 함께 연대하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온 페미니스트들의 연대가 돋보였다.

"가만히 있어라 …" 폭력의 진짜 이름, '여성 길들이기'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페미연대)가 4월 26일 경기 수원 나혜석거리 나혜석상 앞에서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을 진행했다.
ⓒ 페미연대


정새봄 경기페미행동 활동가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마주해야하는 폭력을 이야기하며, 자신이 가정과 일상에서 겪어온 폭력의 경험을 증언했다.

정 활동가는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에게 '거절할 권리' 대신 '착한 여자가 될 것'만을 강요해 왔다"며 신체적·심리적 경계를 침범당해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폭로했다.

그는 특히 피해자에게만 '피해자다움'을 묻는 수사 기관의 태도를 질타하며 "이 폭력의 본질은 개인의 불운이 아닌 여성을 도구화하는 사회 구조의 '여성 길들이기'"라고 규정해 현장의 큰 공감을 얻었다.

"어디에서든 반복될 수 있는 여성폭력 멈추기 위해 모였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페미연대)가 4월 26일 경기 수원 나혜석거리 나혜석상 앞에서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을 진행했다.
ⓒ 페미연대

심지선 경기페미행동 대표는 수원 나혜석 거리에서 진행된 다이인 현장의 상징성을 짚었다. 심 대표는 "100년 전 '여자도 사람'이라 외쳤던 나혜석의 자리에서, 오늘날 여성들은 여전히 생존을 외치고 있다"며 통탄했다.

특히 구리, 하남, 화성, 남양주 등 경기 지역 전역에서 반복되는 여성 살해 사건을 언급하며, "강남역은 특정 장소가 아니라 여성이 위협받는 일상 어디에나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헤어지자고 해서', '여자라서' 발생하는 폭력은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강조하며 강력한 연대를 촉구했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페미연대)가 4월 26일 경기 수원 나혜석거리 나혜석상 앞에서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을 진행했다.
ⓒ 페미연대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은 여는 발언을 통해 강남역 사건이 대한민국 사회의 구조적 성차별을 공론화한 도화선이었으며, 지난 10년은 그 슬픔을 투쟁의 동력으로 바꿔온 역사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얼마전 경기도 남양주에서 교제폭력을 겪던 한 여성이 끝내 죽음을 당한 사건은 '막을 수 있는 죽음'이었음을 강조하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젠더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가 나서서 해결해야 함을 말했다.

박 센터장은 또한 "강남역은 이제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투쟁의 상징"이라며 "10년 전 우리가 죽음에 이름을 붙였듯, 이제는 전국 집중행동을 통해 세상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노를 행동으로, 기억을 요구로... 광장을 멈추지 않을 것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페미연대)가 4월 26일 경기 수원 나혜석거리 나혜석상 앞에서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을 진행했다.
ⓒ 페미연대

이동화 경기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10년 전 강남역 사건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제거될 수 있는 존재임을 드러낸 참혹한 비극"으로 규정했다.

또한 이날 진행된 여성폭력 다이인은 "사라진 여성들을 기억하고, 살아남은 우리가 더 이상 표적이 되지 않기를 요구하는 강력한 행동"이라며 "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지 않는 사회, 살아남았다는 말이 더는 필요 없는 사회가 올 때까지 계속 말하고 계속 모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페미연대)가 4월 26일 경기 수원 나혜석거리 나혜석상 앞에서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을 진행했다.
ⓒ 페미연대

이종민 한신대학교 민중가요 노래패 '보라성' 노래전수팀장은 만연한 학내 성폭력과 딥페이크 성범죄 등으로 안전하지 않은 대학과 이를 방관하는 사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사회 속에서 "여성 혐오는 더욱 노골적이고 폭력적으로 여성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더 이상의 희생이 반복되기 전에 여성들의 목소리에 즉각 응답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페미연대)가 4월 26일 경기 수원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과 릴레이 토론회를 진행했다.
ⓒ 페미연대

퍼포먼스에 이어 오후 4시 30분부터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10주기의 의미를 심층적으로 짚고, 여성폭력 문제와 대응방안, 강남역 이후 여성운동 및 지역 사회 연대 활동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릴레이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진정한 안전은 '성적 인격권' 보장되는 사회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페미연대)가 4월 26일 경기 수원에서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과 릴레이 토론회를 진행했다.
ⓒ 페미연대

정혜원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경기도의 젠더폭력 실태와 지역적 쟁점을 분석하며, 기술의 발전이 폭력의 양상을 어떻게 일상화·지능화시키고 있는지 경고했다.

정 연구위원은 "경기도 여성 2명 중 1명이 정서적 폭력을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가정폭력 신고가 7.2분마다 한 번꼴로 접수될 만큼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히며, 위치추적이나 디지털 통제 등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기술 매개 젠더폭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여성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절대적 권리인 성적 인격권, 그리고 온·오프라인 모든 공간에서의 완전한 주권이 보장될 때 비로소 진정한 안전이 실현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페미니즘의 핵심 가치는 '연대', 지역에서의 새로운 운동 모델 제안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페미연대)가 4월 26일 경기 수원에서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과 릴레이 토론회를 진행했다.
ⓒ 페미연대

심지선 경기페미행동 대표(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는 서울 중심의 의제 설정에서 벗어나 여성들이 발 딛고 살아가는 '지역' 현장에서의 연대와 행동이 갖는 중요성을 역설했다. 심 대표는 "지역은 인프라 부족의 한계도 있지만, 역설적으로 세대를 초월한 연대가 일어나는 생생한 현장"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딥페이크 성범죄 등 일상의 폭력에 맞서 '경기페미행동'과 같은 지역 연대체가 무력감을 극복하는 대안이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페미니즘의 핵심 가치는 연대"라며, 강남역 10주기를 기점으로 지역 일상을 변화시키는 '각성-결집-행동'의 새로운 여성운동 모델을 만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강남역 10주기, 구조적 성차별에 맞선 새로운 방향성 수립해야"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페미연대)가 4월 26일 경기 수원에서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과 릴레이 토론회를 진행했다.
ⓒ 페미연대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 공동대표)은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10년의 핵심을 '각성·결집·행동'의 복원으로 규정하며, '각성·결집·행동'의 복원으로 규정하며, 그 동력을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에 주목했다.

박 센터장은 "지난 10년간 여성 안전이 분노와 결집을 이끌어냈지만, 이제는 안전의 개념과 대안을 정립하기 위한 치열한 토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우리 안의 차이를 해소하며 연대할 방안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10주기 추모행동을 계기로 구조적 성차별에 맞서는 새로운 여성운동의 방향성을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대학 내 적극적인 민주주의 퇴행에 맞서 '결집'과 '행동'으로 돌파할 것"
 젠더폭력해결페미니스트연대(페미연대)가 4월 26일 경기 수원에서 전국 순회 여성폭력 다이인과 릴레이 토론회를 진행했다.
ⓒ 페미연대

강나연 서울여성회 페미니스트 대학생 연합동아리(서페대연) 운영위원은 대학 내 안티 페미니즘 백래시가 심각한 상황을 고발하며, '스텔스 페미니즘'이나 '맨몸 생존 투쟁'으로 내몰린 대학가 여성운동의 현실을 전했다.

강 위원은 "현재 대학은 페미니즘을 탄압하고 대자보조차 허용하지 않는 민주주의의 퇴행을 겪고 있다"며, 이를 돌파하기 위해 단순한 각성을 넘어선 단단한 '결집'과 '행동'을 촉구했다. 이어 "강남역을 알리는 일은 여성폭력 해결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씨앗을 뿌리는 일"이라 정의하며 대학 내 여성운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토론회 이후 참가자들은 '나에게 강남역은'이 적혀 있는 피켓 위에 각자에게 강남역 여성살해사건이 가지는 의미 등을 떠올리며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남역은 나에게 '출발점'이다", "강남역은 나에게 '살아남은 여성들의 반격이 시작되는 곳'이다" 등 전국에서 온 여성들이 함께 여성폭력을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모으는 시간을 가졌다.

5월 17일 강남역에서 10주기 추모행동 집결

페미연대는 현재까지 약 3900명의 시민이 동참한 <강남역을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여성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이번 수원 행사에 이어 전남 목포, 서울 혜화, 서울 홍대 등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여성폭력 다이인 퍼포먼스 및 릴레이 토론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캠페인은 사건 10주기 당일인 오는 5월 17일, 강남역 현장에서 열리는 추모행동에서 정점을 찍는다. 이날 페미연대는 전국에서 모인 여성선언 결과를 발표하고,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해 대정부 및 사회적 촉구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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