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총수는 김범석”... 공정위, 5년만에 규제 칼 뺐다
2026.04.29 12:01
K-뷰티·K-푸드 열풍에 한국콜마, 오리온 등 대기업 첫 입성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동일인(총수)을 법인에서 창업자인 김범석(미국명 범 킴) 쿠팡Inc 의장으로 변경했다고 29일 밝혔다. 김범석 의장의 동생인 김유석씨가 부사장급으로 근무하면서 연간 보수가 동일한 직급의 등기 임원 평균에 이르고, 구체적인 업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법인 동일인 지정 예외 요건을 어긴 점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29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날 쿠팡의 동일인을 법인에서 자연인 김범석으로 변경했다. 쿠팡이 지난 2021년 대기업 집단으로 처음 지정된 이후 5년간 김 의장이 동일인 지정 예외 요건을 충족한다는 판단을 내려왔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동일인으로 지정될 경우 친족 범위와 그들의 계열사 범위가 확정되고, 기업집단 현황 공시 의무와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된다.
공정거래법은 개인이 기업을 사실상 지배하더라도 네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동일인으로 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왔다. 요건은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기업집단의 범위가 달라지지 않을 것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과 친족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을 것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을 것 ▲국내 계열사 간 채무 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없을 것 등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올해 지정을 앞두고 공정위가 실시한 현장점검 등에서 쿠팡이 세번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쿠팡을 지배하는 자연인 김범석의 동생 김유석은 부사장(Vice President)급으로 쿠팡 내 등급상 거의 최상위 등급에 해당해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등급과 유사하고, 연간 보수는 동일 직급의 등기임원 평균에 이르고 비서가 배정되는 등 대우 역시 등기임원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또한 “물류·배송 정책 관련 정기·수시 회의를 수백 회 이상 주최하고, CLS 대표 이사 등을 초대하여 주간 업무실적을 점검하거나 물량 확대, 배송 정책 변경 등 개선안을 논의하면서 주요 사업과 구체적인 업무집행 방향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사실관계가 확인됐다”고 했다.
그간 쿠팡 측은 “김유석씨는 미등기 임원이고 국내 계열사 임원이 아니라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단순 실무자”라며 동일인 예외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지만, 공정위가 모두 반박한 것이다.
이번 동일인 지정은 지난해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동생 김유석 부사장이 쿠팡에서 거액의 보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김유석 부사장은 지난해에만 43만 달러의 보수와 7만4401주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를 수령했고, 2021년부터 4년간 140억원 규모의 보수와 인센티브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측은 과거 동일인 지정 발표 때의 김씨의 보수 수준이나 임원 등급 판단이 달라진 것과 관련해서는 “쿠팡 측이 김유석씨의 RSU 자료 등을 제출하지 않아 보수 수준이 정확히 파악되지 못했다”며 “지난해 말 국회의 쿠팡 청문회 이후 김씨의 쿠팡 경영 참여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 확인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발견하지 못한 실질적인 경영 참여 부분을 찾아낸 것”이라고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이 과거 연도 대기업 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할 때 허위 자료를 제출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의 총수 지정은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동일인이 김 의장으로 변경됨에 따라 김 의장 본인은 물론 친족이 지배하는 회사도 계열사들로 편입돼 해외 계열사 현황 등 공시 의무가 크게 확대된다. 쿠팡은 김 의장과 그 친족이 합해 발행주식 총수의 20% 이상을 보유한 국외 계열회사의 일반 현황과 주주현황을 연 1회 공시해야 한다.
동일인이 자연인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된다. 사익편취 규제는 재벌 총수 등이 계열사를 동원해 자녀나 배우자·친척 등이 지배하는 회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사업 기회를 제공하거나 돈을 빌려주는 등 부당한 혜택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정이다. 쿠팡은 그간 법인이 동일인이라서 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김 의장이 동일인이 되면서 사익편취 행위가 있는지를 따져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쿠팡은 “김 의장의 동생은 공정거래법상 임원(대표이사·이사·감사·지배인 등)이 아니며 한국 계열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했다.
쿠팡의 올해 자산 총액은 27조1970억원으로 전년(22조2700억원)대비 5조원 가량 증가했고 계열사 수는 16개로 동일하다. 다만, 지난해 쿠팡과 함께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두나무는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확인돼 동일인이 법인으로 유지됐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콜마와 오리온 등을 포함해 지난해 말 기준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102개 기업집단을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했다. 대기업 집단은 지난해(92개)보다 10개 증가했다.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 대규모 내부 거래 공시가 의무화되고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 회사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이 금지된다.
올해는 한국콜마와 오리온 외에 라인, 한국교직원공제회, 웅진, 쉴더스, 대명화학, 토스, 희성, QCP그룹(구 큐로홀딩스), 일진글로벌이 대기업 집단에 새로 들어오고, 영원이 빠졌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제약 및 바이오 등 주력 사업의 매출 증가로 올해 자산 총액이 5조2430억원을 기록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등 제과류 해외 매출 증가 등에 힘입어 5조1430억원의 자산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시장 활황으로 증권업을 주력으로 하는 다우키움은 올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상향 지정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자산 총액이 가장 최근 명목 GDP 확정치의 0.5%(올해는 12조원) 이상인 경우 지정되는데, 올해 교보생명보험과 다우키움이 포함되고 이랜드가 빠지면서 총 47개가 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되면 순환출자 금지, 계열사 간 빚 보증 금지, 금융 및 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이 적용돼 대기업집단보다 규제가 더 강해진다.
국내 산업 지형이 바뀌면서 상위 10대 대기업집단의 자산 순위에도 일부 변화가 발생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방위 산업 수요가 증가면서 주요 방위산업회사를 소속회사로 둔 한화가 지난해 7위에서 5위로 올라가갔다. 철강업 업황 악화로 포스코가 지난해 6위에서 7위로 내려갔고, 롯데도 지난해 5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김범석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