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계·고용방식’ 핵심 쟁점…설계도 부재 속 노사갈등 격화 [정년연장 논의 재가동]
2026.04.29 11:25
민주당 정년연장특위 29~30일 노사 간담회
재계 “법적기준 필요” 연령차별 예외명시 요구
2022년 ‘임피제 위법’ 판결, 소송리스크 현실화
노동계, 연령차별 반대…정부 ‘설계도 부재’ 지적
재계 “법적기준 필요” 연령차별 예외명시 요구
2022년 ‘임피제 위법’ 판결, 소송리스크 현실화
노동계, 연령차별 반대…정부 ‘설계도 부재’ 지적
| 더불어민주당 회복과 성장을 위한 정년연장특별위원회 소병훈(오른쪽) 위원장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노총 현장 노동자와의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정부가 정년 65세 연장 추진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재계가 60세 이상 근로자 임금 조정을 연령차별 예외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상반기 내 정년연장 제도 개편을 마무리하겠다며 시한을 제시했지만, 임금체계와 고용 방식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공백상태다. 설계도 부재 속에 노사 갈등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 특별위원회는 노동계와 경영계를 상대로 이틀간 연속 간담회를 열고 임금체계 개편 방향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정년연장 자체에는 정부와 노사간 큰 이견이 없다.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10건 이상 발의돼 있으며, 다수 안은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임금체계 개편을 둘러싼 입장은 극명하게 갈린다. 재계는 정년연장을 수용하되 임금 조정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가 유지된 상태에서 정년이 연장될 경우 고임금 구간이 늘어나 기업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일정 연령 이후 임금 조정이 가능하도록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60세 이상 근로자 임금 조정을 연령차별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지금은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 조정은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돼 반드시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만 한다.
재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소송 리스크다. 고령자고용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임금피크제 적용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총이 발표한 ‘고령 인력 활용 확대를 위한 노동시장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법정 정년 60세가 전면 시행된 2017년 이후 임금피크제 소송은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2017년 55건이었던 임금피크제 소송은 2023년 250건, 2024년 292건까지 증가했다.
실제 2022년 4월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임금피크제 사건이 대표 사례다. 당시 대법원은 정년을 유지한 채 일정 연령 이후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에 대해 위법 판단을 내렸다. 만 55세 이후 임금을 최대 30% 가까이 감액했음에도 업무 내용과 책임, 근로시간에 실질적인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후 공공기관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이 잇따랐고, 일부 사건에서는 억대에 이르는 임금 차액 지급 판결이 나오면서 기업 부담도 현실화됐다.
반면 노동계는 “임금 삭감 없는 정년연장”을 요구하며 임금피크제 연계에 반대하고 있다.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연계에 대해 2013년 정년 60세 도입 이후 줄곧 반대 입장을 유지해온 데다, 2022년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 삭감 없는 정년연장’ 요구를 더욱 강화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오는 2033년부터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상향되는 만큼, 정년연장을 통해 현재 정년(60세) 이후 최대 5년간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연령만을 이유로 임금을 낮추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용 방식 역시 또 다른 변수다. 여당 일부 법안은 정년을 일괄적으로 65세로 연장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야당에서는 기업이 ‘정년연장’과 ‘재고용(계속고용)’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시돼 있다.
재고용 방식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이 선호하는 반면, 노동계는 고용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임금체계 개편 없이 65세로 정년만 연장될 경우 법적 분쟁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영면 동국대 명예교수는“2013년에는 임금체계 개편에 성공하지 못 해서 결국 임시방편인 임금피크제만 도입됐고, 이마저도 많은 법적 분쟁을 낳았다”며 “이번에는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작 정부는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상태다. 고용노동부는 정년연장과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 자율 합의’가 원칙이라는 입장이지만, 임금피크제의 허용 범위나 법적 기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공무원 임금체계 개편부터 선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최근 한 TV 시사 프로그램에 나와 정년연장 논의와 관련 “정년 연장 문제는 상반기 내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논의가 상당히 숙성돼 노사와 정부의 결단만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금체계 개편 등 핵심 쟁점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반기 결론’만 강조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제도 설계보다 속도만 앞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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