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갚을 여력 없어요” 밑바닥서 위험신호 울린다···카드론 넘어 은행 연체율도 올라
2026.04.29 06:00
A씨(50대)는 마케팅 사업 실패로 생긴 은행·카드빚 3000만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살고 있다. 물류센터 아르바이트와 간간이 들어오는 일감을 처리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지만 매달 적자가 나는 상황이다. 금융권 대출을 더 받지 못해 부족한 생활비는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겨우 충당하고 있다.
A씨는 “일거리도 거의 없고 부모님 병원비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겨 당장 은행이나 카드 대출을 갚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이들을 중심으로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대출금이 늘고 있다. ‘서민대출’의 마지막 창구로 불리는 고금리 카드론 수요가 급증하고 연체액도 불면서 전반적인 가계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도 대출 금리 상승에 따라 부실 채권이 불어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28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국내 은행 대출 및 연체 현황’을 보면, 올해 3월 말 기준 은행권 전체 대출 연체금액은 14조원으로 전년 말보다 1조6000억원 늘었다. 연체율은 0.56%로 같은 기간 0.06%포인트 상승했다. 은행들의 연체 규모는 2021년 말부터 꾸준히 오름세다.
대출받은 이들의 범위를 중·저신용자로 좁히면 지표는 더 나빠진다.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의 올해 3월말 연체율은 2.41%로 전체 연체율보다 4배 이상 높다.
연체 기간 3개월 이상의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크게 올랐다.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1분기 말 전체 NPL 비율을 단순 평균하면 0.37%로, 전 분기 말(0.34%)보다 0.03%포인트 올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연체율 수준은 감내할 수 있지만 경기 부진을 반영하는 지표가 계속 오른다는 점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시점”이라며 “금리가 낮아지거나 경기가 좋아질 요인이 많지 않아 부실 채권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민들의 대표적인 급전 창구이자 10%가 넘는 고금리 상품인 카드론에 수요가 몰리면서 카드사들의 장기 연체 규모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9개 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카드론 잔액은 42조9942억원으로 43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여파로 저신용자가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원리금을 장기간 갚지 못하는 규모도 급등했다. 금융감독원 통계시스템을 보면, NH농협을 제외한 8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말 6개월 이상 연체액은 4709억원으로 1년 전보다 83.9% 치솟았다. 연체액 규모 자체가 이들 카드사의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14년 말 이후 가장 크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득이 늘지 않는 데다 1금융권에선 대출을 받을 수 없으니 실수요자들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카드론에 몰리고 이 과정에서 연체가 늘고 있다”며 “신용 평점에도 좋지 않은 카드론을 이용한다는 건 그만큼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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