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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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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갔다가 교사가 범죄자가 되는 나라, 정상인가

2026.04.29 09:46

[주장] 구더기가 아니라 책임구조가 문제... 소풍이 사라진 학교의 진짜 이유이재명 대통령의 "구더기 무서워 장독 못 담그면 되겠느냐"는 발언이 교육 현장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2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현장체험학습 등이 "수업의 일부"라고 말하며, 교사들이 이를 기피하는 풍토에 대해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발언했다.

대통령의 문제의식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소풍과 수학여행, 현장체험학습은 단순한 야외 행사가 아니다.

학생들은 교실 밖에서 공동체 생활, 협력, 질서, 배려, 사회성을 배운다. 책상 위 수업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살아 있는 교육과정이다.

문제는 진단이 현실과 어긋났다는 데 있다. 현장체험학습이 줄어드는 이유를 교사들의 책임 회피나 소극적 태도로 해석하는 순간, 문제의 본질은 흐려진다.

지금 학교 현장에서 체험학습을 가장 주저하게 만드는 것은 '구더기'가 아니라 '형사책임'이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법적·행정적 부담이 핵심 원인이다.

최근 몇 년간 체험학습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인솔 교사가 형사처벌 대상이 된 사례들은 현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수십 명의 학생을 인솔하면서 모든 돌발 상황을 완벽히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결과가 발생하면 책임은 교사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인식이 강하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활동은 함께 요구하면서 책임은 개인에게 남긴다"는 하소연이 오래전부터 반복돼 왔다.

이 구조를 외면한 채 "안전요원을 늘리면 된다", "예산을 더 지원하면 된다"는 해법은 절반의 처방에 그친다. 안전요원 확대는 필요하다. 그러나 사고 이후 책임 구조가 그대로라면 교사들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다.

첫째, 교사 소송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사 개인이 홀로 경찰 조사와 민·형사 소송을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 국가와 교육청이 법률 지원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교사가 교육 때문에 법정에 서는 순간, 국가 시스템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

둘째, 교육활동 공적보험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교육교부금의 일부를 활용해 전국 학교 현장체험학습 통합보험 체계를 만들 수 있다. 학생 안전사고 보상, 교사 법률비용, 분쟁 조정 비용까지 포괄 지원하는 방식이다. 재정이 없어 못 하는 일이 아니라, 정책 설계가 없어 못 하는 일이다.

셋째, AI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차량 정비 상태, 운전자 자격, 이동 동선 위험도, 학생 위치 확인, 비상 대응 체계를 디지털화하면 교사의 부담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선진 교육행정은 사람의 희생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안전을 만든다.

넷째, 면책 기준을 명확히 법제화해야 한다. 교사가 정부의 안전 매뉴얼과 합리적 주의의무를 이행했다면 결과만으로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원칙이 필요하다. 결과 책임만 강조하면 어떤 교사도 적극적으로 교육활동에 나서기 어렵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교육부의 역할이다. 교육부는 대통령 발언에 맞장구칠 기관이 아니라, 현장의 데이터와 현실을 설명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부처다.

학교가 위험을 떠안고 있는데 중앙부처가 침묵한다면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의 소풍을 지키는 길은 교사를 비난하는 데 있지 않다. 교사가 안심하고 학생들을 데리고 나갈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있다.

장독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장독이 깨지지 않도록 국가가 지켜줘야 한다. 그것이 책임 있는 정부이고, 진짜 교육개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박정일씨는 전경기도교육연구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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