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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호 칼럼] 일률적인 '농민수당' 대신 청년농에 훨씬 많이 지원하자

2026.04.29 06:24

유사·중복사업 구조 조정으로 지자체 재원 늘리고, '가짜 농민' 지속적 색출을
AI로 생성한 이미지


농업인들이 '농민공익수당'(농민수당)을 받는다는 사실을 아는 도시민들은 얼마나 될까. 농업·농촌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용어 자체가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6·3지방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농민수당이 다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예년에 비해 일찍 수당을 주는 곳도 있고, 지급액을 대폭 상향 조정하겠다고 공약하는 지방자치단체장 출마 후보들도 있다.

농민수당은 환경 보전과 식량 안보 등 농업과 농촌이 제공하는 공익적 가치에 대한 보상을 명분으로 지자체들이 부담해 농민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전남 해남군이 2019년 6월 전국 최초로 신설한 이후 2000년부터 전국으로 확대됐다. 광역지자체에서는 전라남도가, 광역시에서는 광주가 처음 도입했다.

농가 단위로 지급되는 농민수당은 연간 30만원에서부터 80만원까지 지역화폐나 선불카드, 현금 등으로 나눠준다.

경북의 한 기초단체장 후보는 현재 60만원인 농민수당을 1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전남과 광주는 오는 7월 1일 전남광주특별시가 출범함에 따라 내년부터 농민수당을 통합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그렇게 되면 전남과 광주 모두 70만원씩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전남은 70만원, 광주는 60만원이다.

지자체들은 농민수당이 농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논과 밭은 여전히 황폐해 지는 등 농업의 지속 가능성은 위협받고 있다. 대부분의 농촌은 소멸 위험 지역으로 전락하는 등 농업이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농업과 농촌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부인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농민수당은 도입할 당시 포퓰리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열악한 지방 재정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 평균 재정 자립도는 43.18%다. 2022년 45.34%에서 2023년 45.02%, 2024년 43.31% 등 감소 추세다.

서울(75.44%)과 세종(54.31%)을 제외하면 50%를 밑돈다. 살림살이에 필요한 재정의 절반 이상을 중앙정부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20~30%대인 지자체들이 널려 있다

재정 자립도가 10%선에 불과한데도 농민수당을 지급하는 기초지자체도 있다. 심지어 재정 자립도가 8% 수준인 지역이 민생안정활력지원금 근거를 담은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농민수당은 중앙정부가 농민들에게 지원하고 있는 공익직불제와 중복되는 문제도 있다. 공익직불제 역시 농업·농촌의 환경 보전 등 공익적 가치에 대한 지원이기 때문이다.

농지 면적 0.5ha(1500평) 이하 소규모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연간 120만원까지 공익직불금을 받는다.

겸업농은 농업 이외 소득이 4300만원을 넘지 않으면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준 금액이 3700만원이었으나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향 조정된 내용을 담은 '농업·농촌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운영에 관한 법'이 통과됐다. 2022년 기준 전체 농가의 41.4%는 겸업농가다.

공익직불금 이외에도 농업·농촌 관련 지원금들은 참 많다.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가에 주는 친환경농업직불금, 밀·콩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작물 재배 농가에 지급하는 전략작물직불금이 예다. 유휴농지에 초화류 등의 경관작물을 재배·관리하는 농가에는 경관보전직불금을 지원하고 있다.

2024년 기준 공익직불금은 2조 5231억원, 농민수당 지급액은 8252억원을 기록했다. 재원은 국가 또는 지방사업 상관없이 모두 국민 세금이다.

중앙정부가 국고보조사업을 하게 되면 지자체도 정해진 비율에 의해 지방비를 보태야 한다.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들은 지방세 등 자체 수입이 줄어들고 있어 재원 확보에 비상이 걸려 있다.

지자체들은 농민수당이 지속 가능한 지 점검할 때가 됐다. 대중인기영합주의에서 벗어나 청년 농가 유입을 위한 인센티브를 중요하게 여겼으면 한다. 농민들에게 N분의 1로 나눠주기 보다 선택과 집중으로 차등 지원하는 방안이다.

귀농·귀촌해 농업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사업 초기 소득이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 팜 확산 등 농업의 미래를 위해 청년농 지원은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농촌과 농업이 창출하는 공익적 가치는 연간 27조원 정도라고 한다.

농협중앙회는 개헌 논의가 있었던 2017년 11월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10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 전쟁 등으로 인한 곡물 공급망 교란으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농업·농촌 살리기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지자체들은 지속 가능한 지원을 위해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사업을 과감히 구조조정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농민수당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가짜 농민' 색출도 중요하다.



디지털데일리 주필

서울신문 편집국장, 논설위원을 거쳐 아리랑국제방송 시사보도센터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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