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경상남도
경상남도
소년부 판사가 '사고 친 아이들' 100명과 함께 걸었다, 그 결과... [소셜 코리아]

2026.04.29 06:51

[소셜 코리아] 촉법소년 논쟁에 부치는 현장의 제언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당대의 지성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촉법소년 연령 하한 논의가 한창이다. 대통령이 직접 공론화 과정을 거쳐 조속한 결론을 요구하면서 행정부 담당부처는 공청회와 포럼 등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를 통해 소년사건을 접하는 대부분의 시민 입장에서는 촉법소년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어마어마한 사건을 저지르고도 만 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형사재판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 것은 문제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일벌백계(一罰百戒)를 외치는 일부 언론의 논조가 여론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형법에서는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는 나이, 즉 형사책임능력을 만 14세 이상으로 규정한다. 형벌을 전제로 하는 형사재판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만 14세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촉법소년 연령하한 논의는 이 지점을 건드리는 것이며, 이제는 형사 책임 능력을 한 살 내려 만 13세부터 형사처벌 대상으로 하자는 얘기다. 이제는 그동안의 공론화 과정에서 나온 충분한 숙의 내용을 토대로 정책 결정권자의 선택을 기다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필자는 법관으로서 소년보호재판 업무를 5년째 이어가고 있다. 그간 법정에서 이루어지는 소년재판만이 아니라, 재판에 이르기까지 보호소년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는지, 보호처분 이후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계속 드는 생각은 하나다. 우리 사회가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 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좋은 어른의 부재가 근본 원인... 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필자는 올해로 4년째 걷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좋은 어른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도록 1:1 멘토-멘티를 연결한다.
ⓒ 류기인 제공

비행청소년은 남의 아이들이 아니다. 모두 우리 사회의 아이들이다. 소년사건 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 왜 비행청소년이란 이름표가 붙게 되었는지 차분히 들여다봐야 한다. 소년재판에 오는 많은 아이가 가정의 방임과 방치, 또는 과도한 간섭 등으로 인해 문제를 일으킨다. 변화무쌍한 사춘기인 아이들 곁에서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때로는 따끔한 조언을 하는 좋은 어른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재판 2년 차부터 걷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어른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목표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걷기학교는 1:1 멘토 멘티 연결을 기반으로 한다. 반나절 걷기학교를 통해 매년 100여 명의 아이들이 자신만의 멘토와 걷는 시간을 갖고, 1박2일 걷기학교에서는 써클 대화를 통해 좋은 어른들과 깊은 교감을 나눈다.

걷기학교에 참여했던 모든 멘토는 입을 모아 얘기한다. "소년범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왔는데, 막상 함께 걸어 보니 일반 아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당연한 말이다. 처음부터 비행청소년으로 태어나는 아이는 없다. 아이들이 자란 환경이 아이들을 비행의 길로 내몰았을 뿐이다.

비행을 선택한 아이들을 나무라기만 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아이들이 처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사회·구조적 문제가 분명한데도 이를 외면하고 손쉽게 연령만 내린다고 해서 소년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당장 손쉬운 선택으로 엄벌을 전제로 한 분리와 배제는 결국 오늘의 소년범을 내일의 '성인범'으로 마주하는 미래를 낳을 것이다.

시집 한 권이 열어준 세계... 배제보단 참여의 기회를

스마트폰, 유튜브, 웹툰, SNS가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필자가 시를 읽자고 권하는 것은 언감생심처럼 들린다. 소년재판까지 온 친구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러나 창원지방법원 소년부는 2024년 여름, 첫 시도를 했다. 1호 처분을 받고 경상남도 청소년회복지원시설 6곳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는 평산책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여기서 청소년 시집 <난 빨강>의 저자 박성우 시인을 만났다.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자신들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시를 만난 기쁨이 대단했다. 저자와의 만남 자리에서 아이들은 시를 읽고 시를 지어 보았다. 박 시인은 친구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아이들은 스스로 지은 시를 낭독하는 경험도 했다. 얼굴이 환해졌다. 그 결실이 2025년 가을 청소년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 출간으로 이어졌다.

 2024년부터 시작된 ‘찾아오는 평산책방’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상남도 6곳 청소년회복센터 청소년 76명의 쓴 시를 모아 <이제는 집으로 간다>를 출간했다.
ⓒ 평산책방

좋은 어른의 경험이 없던 아이들에게 걷기학교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책과 거리가 멀었던 아이들에게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을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걸리고 비용이 들 수 있다. 그렇지만 소년범을 미래의 성인범으로 예단하여 분리와 배제의 길로 나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내 아이, 네 아이 가리지 않고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마음으로 곁을 내어주고, 귀 기울여주고, 함께 걸어주는 기회가 많이 있다면, 오늘의 비행청소년이 미래에는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어엿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 본인

필자 소개 : 류기인은 검사·로펌변호사·국선전담변호사를 거쳐 2011년부터 법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민사·형사·행정·가사 등의 재판 업무를 두루 담당했고, 2022년부터 소년보호재판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소년재판의 현장 이야기를 알려야겠다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법원 직원과 국선보조인 등 관계자 총 16명이 함께 쓴 책 <네 곁에 있어 줄게>를 2024년 6월 출간했습니다. 2023년부터 걷기학교를 운영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시 쓰는 기회를 통해 <이제는 집으로 간다> 청소년 시집을 공동으로 엮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경상남도의 다른 소식

경상남도
경상남도
2시간 전
경남 남해안 하늘길 열린다…'관광 UAM' 선점 박차
경상남도
경상남도
3시간 전
경상남도, '환경 세일즈'로 대기질 개선·기업 상생 동시 추진
경상남도
경상남도
3시간 전
경상남도, 30년 동행 '모범장수기업' 5곳 선정…지역대표 기업 육성
경상남도
경상남도
11시간 전
경남 ‘SMR 제조부품 시험검사지원센터’ 공모 선정
경상남도
경상남도
22시간 전
경남도, SMR 제조부품 시험검사지원센터 창원에 짓는다
경상남도
경상남도
2026.04.17
스포츠 동호인 2만여 명 참가! 2026 전국생활체육대축전, 23~26일 경상남도서 개최
경상남도
경상남도
2026.04.17
경찰, 경무관 56명 전보 인사 발표… 부산청 생활안전부장 포함
경상남도
경상남도
2026.04.17
‘중동 사태’로 본 경남 경제…“체질 개선 급선무”
경상남도
경상남도
2026.04.17
중기부,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경남 지역 피해 중소·소상공인 민생현장 점검
경상남도
경상남도
2026.04.17
[인사] 경찰청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