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328그램의 기적
2026.04.29 06:31
매섭게 추운 1월의 어느 날, 나는 유주와 유주 엄마를 외래 진료실에서 처음 만났다. 한 달 전, "생존율 1%의 기적… 328g 극초미숙아, 191일 만에 집으로"라는 뉴스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던 때가 있었다. 그 기사의 주인공이 바로 눈앞에 있는 아이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미 여러 번 유주를 만난 적이 있다. 신생아중환자실을 오가며 미숙아들의 심장초음파 검사를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그때는 이름 대신 '○○○아기'로 불렸기에, '유주'라는 이름은 낯설었다. 하지만 모습은 잊히지 않았다. 손바닥만 한 몸, 입에는 인공호흡기 튜브가 물려 있었고, 가느다란 혈관에는 여러 약물이 연결되어 있던 그 모습. 혈관을 잡는 일조차 쉽지 않았을 그 시간을 떠올리면, 그저 안쓰러운 마음이 앞섰다.
유주는 그 작은 몸으로 여러 고비를 버텨냈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맞이한 100일에는 작은 잔치도 열렸다. 간호사들이 풍선을 불고, 벽에 축하 문구를 붙이며 아이의 시간을 함께 기뻐했다. 누군가의 아이였지만, 어느새 모두의 아이가 되어 있었다. 그로부터 세 달이 더 흘렀다. 유주의 몸무게는 4㎏에 가까워졌고, 저농도의 산소에 의지하면서도 스스로 숨 쉬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부모의 품으로 돌아갔다. 긴 시간을 지나 도착한, 조용한 안도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300g대의 아기는 혈관조차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수액을 연결하고, 약물을 투여하고, 단 한 방울의 피를 채취하는 일에도 많은 정성과 집중이 필요하다. 작은 변화 하나가 곧바로 상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위태로운 순간의 연속이다. 극초미숙아들이 겪는 여러 문제들, 여러 치료들은 의료진과 함께 이겨냈다. 191일이라는 시간 동안 아이를 지켜낸 의료진의 마음이 얼마나 조마조마했을 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여덟 명의 신생아 전문의와 수십 명의 간호사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함께한 여러 분야의 의료진. 이들의 협력은 단순한 역할 분담이 아니라, 한 아이를 중심으로 맞물린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부모님이 있었다. 의료진을 믿고, 함께 고민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 그 믿음이 있었기에 의료진도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할 수 있었고, 유주를 위해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긴 시간을 묵묵히 견뎌낸 부모님이 정말 존경스럽다.
지난해 자료를 보며, 500g 미만 초극소저출생체중아의 생존율을 약 36% 머물고, 300g대 출생아의 생존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 현실 속에서 유주는 분명 기적이라 불릴 만한 아이였다. 하지만 유주를 숫자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26주, 328g, 191일.
그 사이에는 버텨낸 시간과 놓지 않았던 손길, 그리고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과 기도가 담겨 있다.
지금 유주는 외래에서 다시 만나고 있다. 폐동맥고혈압으로 진료를 보면서 심장검사도 주기적으로 하며, 치료약과 이뇨제를 계속 먹고 있다. 올 때마다 몸무게가 조금씩 늘고, 잘 먹는다고 한다. 한때 심했던 황달로 어두웠던 피부도 점차 제 색을 되찾고 있다. 처음에는 울기만 하던 아이가 이제는 가끔씩 웃어준다. 그 작은 웃음은 흔한 장면일지 모르지만, 이 아이의 시간을 아는 사람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심장 문제도 나아질 것이다. 비록, 발달이 조금 더뎌, 재활 치료를 받고 있지만, 시간이 걸린다뿐이지 분명 좋아질 것이다.
유주가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자라서, 아기 때 기적을 보여준 것처럼, 이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기적이 주인공의 되기를 소망한다.
이동원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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