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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 중재하려다… 부도 위기 몰린 파키스탄

2026.04.29 00:45

UAE “이달 내 35억달러 빚 갚아라”
미온적인 反이란 태도에 분노 폭발
상환 땐 IMF 추가 구제금융 차질

지난 2023년1월25일(현지 시각) 파키스탄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왼쪽)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회담 중이다. /UAE 대통령실

아랍에미리트(UAE)가 파키스탄에 이달 말까지 차관 35억달러(약 5조1540억원)를 상환하라고 갑자기 요구하면서 파키스탄이 국가 부도 위기를 걱정하게 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 보도했다. 종교적 동질성(이슬람 수니파)을 가진 두 나라는 서로를 ‘형제’로 부르며 오랫동안 밀착해왔다. 그런데 불안한 휴전을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중재국으로 파키스탄이 나서자, 이번 전쟁을 통해 이란과 적대 관계가 된 UAE가 격분하며 ‘형제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파키스탄은 세계 5위의 인구 대국이자 비공식 핵무기 보유국이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UAE의 3%에 불과할 정도로 두 나라의 경제적 격차는 크다. UAE가 반환을 요구한 35억달러는 2023년을 전후해 지원한 금액으로 파키스탄 외환 보유액(160억달러)의 5분의 1이 넘는 규모다. 이 때문에 “UAE가 파키스탄을 국가 부도 공포로 내몰며 경제적 목줄을 쥐고 흔들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UAE는 오일달러로 쌓은 국부를 활용해 파키스탄의 빈약한 재정을 지원했고, 파키스탄은 자국이 송출한 저임금 인력을 통해 UAE 인프라 건설을 돕고 외화를 벌어들이며 양국 공생이 이뤄졌다. UAE는 만성적 경제난을 겪은 파키스탄의 ‘신용보증’에도 적극적이었다. 파키스탄이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70억달러 구제 금융을 승인받고도 경제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IMF와 추가 구제 금융 협상을 벌였다. IMF는 ‘우호국으로부터의 안정 외화 확보’를 조건으로 걸었다. 파키스탄의 도움 요청에 UAE·사우디아라비아·중국 등이 호응했다.

그래픽=김현국

특히 35억달러를 지원한 UAE는 상환 시점을 2027년 이후로 늦춰줬고, 이 같은 조건은 파키스탄이 IMF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그런데 UAE의 돌발 요구대로 조기 상환이 이어질 경우 IMF 지원의 근거까지 흔들리면서 최악의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까지 치달을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파키스탄의 외화 보유고는 한국의 3.8%에 불과하다. UAE의 상환 요구는 파키스탄뿐 아니라 IMF 관계자들까지 예상치 못한 극단적 조치였다고 FT는 전했다.

UAE와 파키스탄은 오랜 동맹이었다. UAE가 1971년 영국에서 독립했을 때 UAE 공군의 초대 참모총장 등 5명이 모두 파키스탄 국적이었다. 파키스탄 국영 ‘파키스탄 국제 항공’은 초창기 에미레이트 항공에 항공기와 조종사, 실전 훈련 등을 제공했다. UAE는 파키스탄이 외환 위기를 겪을 때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출, 석유 대금 결제 유예, 직접 원조를 제공해 왔다. 190만명의 파키스탄인이 UAE에 거주하며 ‘3D’로 대표되는 저임금 노동에 종사한다.

각자의 장점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메워주던 두 나라 관계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을 계기로 급변했다. 이란이 미국의 군사 작전을 용인한 걸프 아랍 국가들에 대한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UAE는 집중 타깃이 됐다. UAE는 다른 걸프 국가들보다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2배 이상 많이 받았다. 600여 명이 사망했고, 2500여 명이 다쳤다. 아부다비와 두바이의 정유 시설과 공항 등 주요 기반 시설이 파괴됐다. 화약고 중동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안전한 나라라는 ‘국가 브랜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UAE 내부에서도 “국가 존립의 근간이 흔들리는 수준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UAE는 전례 없는 안보 위기에서 ‘형제국’ 파키스탄의 미온적 대응에 상당한 불만을 가졌다고 전해졌다. 외교 채널을 통해 파키스탄에 “이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관망하던 파키스탄이 이란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역을 자처하면서 파키스탄에 대한 UAE의 감정은 분노로 번졌다고 FT는 전했다. 오랫동안 중국과 밀착하고 미국과 껄끄러웠던 파키스탄이 중재국으로 나서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칭찬하고 감사를 표할 정도로 미·파키스탄 관계는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반세기 넘도록 밀착했던 ‘형제국’ UAE·파키스탄 관계는 경색됐다. 미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닐 퀼리엄 연구원은 “UAE 입장에서 중재를 한다는 것은 곧 반대쪽에 서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불거진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갈등에 파키스탄이 유탄을 맞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산유국에 걸프 왕정이라는 공통점으로 한 몸처럼 밀착해 온 양국 관계는 최근 몇 년 사이 지역의 주도권을 놓고 다투는 라이벌 관계로 바뀌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외국인 투자와 관광 산업을 확대하려 하면서, 이미 금융과 관광 허브로 자리 잡은 UAE의 ‘파이’를 뺏어 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랍(이슬람 수니파)과 이란(시아파)의 대리전 성격인 예멘 내전에서 같은 진영이었던 두 나라는 최근 수니파 내 각자 다른 파벌을 지원하며 군사적으로도 갈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9월 파키스탄이 사우디와 방위 조약을 체결하자 UAE는 사우디와 파키스탄을 모두 자국의 안보 위협으로 간주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장기 교착 국면으로 갈 경우 경제적으로 취약한 파키스탄이 더욱 코너에 몰릴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특히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참여했던 이집트와 튀르키예 역시 UAE의 막대한 자본에 의지하고 있어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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