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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가전 외주로 돌리고 中서 발 빼고…체질 개선 속도

2026.04.28 17:16

삼성전자가 식기세척기·전자레인지 등 일부 가전을 외주 생산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사업재편에 착수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소비자가전 사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수익성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가전 담당(DA)사업부는 최근 임직원 대상 경영설명회를 열고 구조개편 방향과 중장기 사업전략을 공유했다. 계획에는 일부 제품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외주 생산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1989년 이후 해외 생산 거점 역할을 해온 말레이시아 공장 폐쇄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방·욕실 전시회 'KBIS 2026' 참가한 삼성전자 전시관 모습. 사진 삼성전자
이번 재편은 가전 사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을 겨냥한 조치다. 가전 부문은 부품 가격과 물류비 상승에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겹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소비 둔화와 환율 변동성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글로벌 가전 시장이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구조 개편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수익성이 낮은 제품군은 과감히 줄이고,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와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구체적인 계획은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스포크’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프리미엄 제품군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동시에 냉난방공조(HVAC)와 기업간거래(B2B), 가전 구독 서비스 등 신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특히 HVAC 사업은 글로벌 데이터센터와 상업용 건물 수요 증가를 겨냥해 유럽·북미·아시아 등으로 거래선을 넓히고, 데이터센터 냉각을 위한 액체냉각 솔루션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냉장고·세탁기·에어컨·로봇청소기·의류관리기 등 인공지능(AI) 기반 신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며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한 AI 홈 솔루션을 앞세워 B2B 시장 공략과 전담 조직 확대도 추진한다. 구독형 서비스 역시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으로 확대를 검토 중이다.

김철기 삼성전자 DA사업부장은 “올해가 가전 사업구조 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 기반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해외 가전·TV 사업 재편과도 맞물린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일부 제품 출하와 유통망을 축소하고 있으며, 유럽 생산 거점 정리도 병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제품 조정이 아닌 구조적 효율화 단계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슬로바키아 TV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배경에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있다. TCL과 하이센스 등은 가격 경쟁력과 미니 LED(초소형 발광다이오드) 기술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 영향으로 유럽에서도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슬로바키아 갈란타 TV 공장 폐쇄를 결정하는 등 생산 구조 재편에 나섰다. 글로벌 TV 시장 성장 둔화와 비용 상승이 맞물리며 현지 생산 수익성이 떨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김영희 디자이너
수익성 저하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자 가전·TV(DA·VD) 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4조8000억원에 영업적자 6000억원을 기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5%로 1위를 유지했지만, TCL(13%)과 하이센스(12%)의 추격으로 경쟁 강도는 한층 높아졌다. 반면 반도체 사업은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호황을 이어가며 사업 간 실적 격차도 커지고 있다.

신중호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과 기술 경쟁이 동시에 거세지면서 외국 기업 입지가 급격히 줄었다”며 “삼성전자로서는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것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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