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유통 비리 규제 법 통과했지만… “허점 여전”
2026.04.28 18:16
의료기기 납품 과정에서 중간 유통회사(간납사)가 수익을 편취하는 구조를 방지하기 위한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각종 편법 가능성이 제기됐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법 시행 전 간납사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등 보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기기법 개정 그 후, 안정적 제도 정착을 위한 과제와 방향' 토론회에서 전동환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위원회 전문위원은 "의료기기 유통 효율성을 위해 존재하는 간납사가 엉뚱하게 이용되면서, 수익이 의료기관 개설자의 사적 주머니로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의료기기법 개정안은 의료기기 중간 유통회사가 특수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에 의료기기를 판매·임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의료기관과 특수 관계(2촌 이내 친족)에 있는 유통회사 간 거래를 금지하고, 지배관계(50% 이상 지분 등)가 형성된 경우에도 거래를 금지했다. 병원 수익이 간납사로 이전되는 구조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개정안은 △표준계약서 작성 의무화 △의료기기 대금 6개월 내 결제 △지급 기한을 초과할 경우 연체이자 부과 △의료기기 판매질서 실태조사 3년마다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2027년 12월 31일 시행된다.
문제는 특수관계인의 범위가 너무 좁고, 지배관계 역시 지분구조 조정을 통해 얼마든지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위원은 "현장에서는 이 법을 회피하기 위해 지분 조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또 의료기관 개설자끼리 상호거래를 통해 우회할 경우 막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즉, 의료기관들이 간납업체를 만들어 서로 품앗이 하듯이 물건을 납품하도록 해 간납업체가 수익을 편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표준계약서 작성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고, 대금결제 기한을 넘겼을 경우에 대한 내용도 마련돼 있지 않아 법 조항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강제성이나 처벌 조항이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선영 한국의료기기협동조합 부장은 "병원이나 간납업체가 공급업체에 거래를 축소하는 등 보복 행위를 할 때 업체에서 개별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며 "법 위반 시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하다면 지정기관에서 대금을 먼저 지급하고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개정안은 의약품 유통을 규율하는 약사법의 유사 규정을 차용한 것이다. 약사법 제47조(의약품등의 판매질서) 7항 1호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상과 병·의원은 2촌 이내 친족이거나 50% 이상 지분 소유 또는 사업운영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에 드러난 간납사 문제 패턴에 한정해 대응한 것으로 보여 변종 탈법행위에 대한 대응에 한계가 예상되고, 이미 문제가 드러난 약사법 규정을 답습한 것도 문제다"며 "조속히 보완해 실효성을 확보함으로써 입법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간납업체를 통한 사익 편취를 막기 위한 첫 제도적 시도지만, 지분 분산과 우회 거래 등으로 규제 회피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우선 간납업체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위법령 보완에 나설 방침이다.
정아영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약무정책과 사무관은 "복지부는 간납업체 현황과 불공정 행위 사전 실태조사를 계획하고 추진하고 있다"며 "실태조사 후 하위법령 마련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 지 제도 개선사항을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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