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없이 휘발유 만든다"…이산화탄소로 하루 50㎏ 생산 실증[과학을읽다]
2026.04.28 12:00
김정랑 한국화학연구원 박사 연구팀은 GS건설, 한화토탈에너지스㈜와 공동으로 수소(H₂)와 이산화탄소를 직접 반응시켜 액체 탄화수소를 만드는 촉매·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하루 50㎏ 규모 시범 생산에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탄소자원화 플랫폼 화합물 연구단' 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팀은 앞서 하루 5㎏ 규모 기술을 산업계에 이전한 데 이어, 2025년 말 50㎏급 파일럿 플랜트(시범 생산 설비)를 구축하며 실증 단계로 확대했다. 향후 연간 10만t 이상 생산이 가능한 상용 공정 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고온·다단 공정 한계 넘었다…300℃ '단일 반응' 구현
기존 공정은 이산화탄소를 먼저 일산화탄소로 전환한 뒤 이를 다시 액체 연료로 합성하는 2단계 구조였다. 이 과정에서 800℃ 이상의 고온 반응(역수성가스전환 반응, RWGS)과 추가 반응기가 필요해 설비가 복잡하고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이번 기술은 단일 촉매 기반 공정으로 약 300℃, 20바(bar) 압력 조건에서 이산화탄소와 수소가 바로 반응해 액체 탄화수소를 생성한다. 공정 단순화로 설비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단 반응과 재순환 공정을 결합할 경우 약 50% 수준의 합성 수율도 확보했다.
연구팀은 촉매 제조와 운전 조건을 개선해 장기 운전이 가능한 기반을 확보했으며, 생산 비용 절감 가능성도 제시했다.
이번 기술은 정유·석유화학 산업의 원료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탄소자원화 기술로 평가된다. 자동차 연료용 휘발유뿐 아니라 플라스틱, 합성섬유 등의 원료인 나프타를 이산화탄소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발전소·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다시 원료로 활용할 수 있어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원유 공급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대체 원료 기술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연구팀은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와 결합하면 전력을 액체 연료로 바꾸는 파워투리퀴드(PtL·Power-to-Liquids) 기술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촉매 수명과 장기 안정성 검증, 실제 배출가스 환경에서의 성능 유지, 수소 공급 비용 절감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연구팀은 파일럿 플랜트 장기 운전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경제성 분석을 병행해 2030년 전후 상용 실증, 2030년대 초 본격 사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에이시에스 지속가능 화학·공학(ACS 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 2026년 3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교신저자는 민형기 화학연 박사, 제1저자는 천징위(Chen Jingyu) 박사후연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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