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 재구성] 노조를 이사회 안으로 끌어들인 KG 모빌리티
2026.04.28 12:06
프라임경제 KG 모빌리티(003620, 이하 KGM)가 노동조합을 협상 테이블 밖에서 이사회 안으로 들였다. 자동차업계 최초로 시행되는 '참여 이사제'는 노경 협력 모델이지만, 그 안쪽에는 더 현실적인 경영 판단이 놓여 있다. 노조를 갈등의 상대가 아닌 의사결정 구조 안의 참여자로 편입해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책임의 범위를 넓히겠다는 시도다.
KGM은 직원 대표 자격으로 노조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참여 이사제를 시행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참여 이사제의 핵심은 노조가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 참석해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완성차 노사관계에서 노조는 △임금 △고용 △생산 물량 △근무 조건 등을 두고 회사와 맞서는 축으로 움직여 왔다. 반면 이번 제도는 노조를 의사결정 과정의 바깥에 두지 않는다. 경영 정보를 공유하고, 현장의 판단을 이사회 안에서 제기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든다.
KGM 입장에서 이 제도는 노사 화합을 보여주는 상징만으로 보기 어렵다. 회사는 쌍용차 시절부터 △구조조정 △매각 △법정관리 △생산차질 등 굵직한 위기를 지나왔다. 그 과정에서 노사관계는 회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변수였다. KGM으로 새 출발한 이후에도 △전동화 전환 △수출 확대 △신차 투자 △생산 효율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와의 정보 격차가 커지면 경영 판단은 현장 설득 과정에서 다시 흔들릴 수 있다.
노철 KGM 노동조합 위원장의 발언도 이 지점을 짚고 있다. 그는 지난 24일 열린 제3차 이사회에 참여 이사로 참석한 뒤 "이사회 참여로 경영정보 확보에 따른 노경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게 돼 신뢰 증진과 소통을 확대해 나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눈여겨볼 대목은 '정보 비대칭'이다. 노사 갈등은 임금이나 고용 조건만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가 처한 재무 상황과 시장 변화, 투자 여력과 생산 계획을 두고 서로 다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때 갈등은 더 커진다.
이번 제도는 그 간극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노조는 경영 정보를 더 가까이에서 보고, 회사는 현장의 반응을 의사결정 이전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발언권이 생긴다는 건 책임의 위치도 달라진다는 뜻이다. 노조 역시 회사의 결정을 밖에서 평가하는 데 머물기보다, 판단 과정에 함께 들어와 무게를 나눠 갖게 된다.
KGM이 기대하는 효과도 여기에 있다. 노조를 설득해야 할 대상으로만 두는 대신, 회사 상황을 함께 보고 판단하는 구조로 옮기는 것이다.
황기영 KGM 대표이사는 참여 이사제에 대해 "경영자 중심의 기존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임직원 전체가 하나의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당당하게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선진형 거버넌스 모델이다"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이 제도를 노조의 경영 참여가 완성됐다는 의미로 읽기에는 이르다. 참여 이사제는 이사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구조다. 의결권을 가진 이사와 같은 권한을 갖는 방식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 실험의 무게는 '공동 경영'이라는 표현보다, 경영 감시와 현장 조율 기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데 있다.
자동차업계에서 노조가 이사회에 들어온 첫 사례라는 상징성은 크지만, 실제 효과는 앞으로 어떤 안건에서 어떤 수준의 의견 반영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KGM에게 참여 이사제는 조직문화 혁신이라는 말보다 더 절박한 선택일 수 있다. 완성차 산업은 전동화 전환과 수요 둔화, 중국 업체의 공세, 원가 부담이 동시에 겹쳐 있다. 회사 내부 의사결정이 늦어지거나 노사 간 불신이 커지면 시장 변화에 대응할 시간은 더 줄어든다. 특히 KGM처럼 회복 국면에 있는 회사에는 내부 갈등 비용을 낮추는 일 자체가 경쟁력과 연결된다.
이번 제도 도입은 KGM이 노조를 경영 밖 변수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행보다. 노조에는 발언권을 주고, 회사에는 설명 책임을 키운다. 동시에 양쪽 모두에게 판단의 책임을 나눠 갖게 한다. 그래서 참여 이사제의 본질은 상생이라는 구호보다 책임의 공동화에 있다.
KGM은 지금 새로운 노사관계 실험을 시작했다. 이사회 안으로 들어온 현장의 목소리가 실제 의사결정에 얼마나 반영되는지, 노조가 경영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책임 있는 역할을 보여주는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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