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태리쌤·‘봉주르’ 빵집…정착형 예능의 진화
2026.04.28 15:01
예능 속 ‘머물고 소통하는 공간’인 시골
힐링 예능 이면에 ‘지방 소멸’ 문제의식
‘방과후 태리쌤’ 이어 ‘봉주르빵집’도 공개
힐링 예능 이면에 ‘지방 소멸’ 문제의식
‘방과후 태리쌤’ 이어 ‘봉주르빵집’도 공개
| tvN ‘방과후 태리쌤’ [tvN 제공]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전교생이 18명뿐인 경상북도 문경의 용흥초등학교. 올해 신입생이 없어 2학년이 막내인 이 작은 학교 운동장에 특별한 무대가 세워졌다. 아이들의 열정 넘치는 공연과 학부모들의 호응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은 학예회의 마지막 무대는 연극 ‘오즈의 마법사’. 초보 교사 태리쌤(김태리 분)과 ‘방과후 연극반’ 7명의 학생이 2주간 함께 울고 웃으며 준비한 결과물이다.
도로시와 사자,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등으로 변신한 아이들은 첫 연극 도전이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당찬 연기로 무대를 채웠다. 특히 소원을 이룬 주인공들이 함께 뛰어오르는 마지막 장면은 근심마저 잊게 하는 ‘힐링’ 그 자체였다.
아이들이 ‘귀한’ 시골 마을에서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가득 찬 학생들이 펼쳐낸 무대는 화면 밖으로도 따뜻한 온기를 전했다. “내년에는 꼭 1학년 동생들을 학교에서 만나길 바랍니다”라는 2학년 학생들의 바람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응원의 마음을 보태게 했다. 지난 26일, 총 10부작 여정을 마무리한 tvN ‘방과후 태리쌤’의 한 장면이다.
| tvN ‘방과후 태리쌤’ [tvN 제공] |
특정 지역에 머물며 현지의 삶을 경험하는, 이른바 ‘정착형 예능’이 진화하고 있다. 과거 여행지를 빠르게 소비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마을과 주민들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일상을 비추는 데 프로그램의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공동체의 온기를 전하는 동시에 사라져가는 작은 마을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환기하며 새로운 ‘힐링 예능’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시골 학교가 문을 닫고,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해 마을이 비어가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의미를 갖는다. 겉으로는 소소한 웃음을 담은 예능이지만, 그 이면에는 단순한 여행이나 지역 소개를 넘어 ‘지방 소멸’이라는 문제의식이 함께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과후 태리쌤’ 역시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대표적인 사례다.
프로그램은 시골 마을 아이들이 연극을 처음 접하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성장해 가는 2주간의 과정을 따라간다. 그 속에서 시청자는 ‘아이들이 사라지는 마을’이라는 현실이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님을 체감하게 된다.
프로그램을 기획, 연출한 박지예 PD는 “한창 프로그램 기획을 하게 됐을 때 지방 소멸 시대라는 기사도 많았고, 그와 맞물려 폐교되는 작은 학교들이 많아진다는 기사도 접했다”면서 “예능이지만 현실에 도움이 되는 의미가 있는 프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 쿠팡플레이 ‘봉주르빵집’ [쿠팡플레이 제공] |
‘연극반’에 이어 내달 8일에는 ‘빵집’이 조용한 시골 마을을 찾는다. 쿠팡플레이 예능 ‘봉주르빵집’이다. 전북 고창에 문을 여는 ‘봉주르빵집’은 시골 어르신들과 빵집 식구들이 함께 디저트와 온기를 나누는 ‘힐링 베이킹 예능’을 지향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시니어 디저트 카페다.
김희애, 김선호, 차승원, 이기택 등으로 구성된 빵집 식구들은 마을 주민들과 일상을 나누며 공간을 채워갈 예정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 ‘스페인 하숙’의 박근형 PD와 ‘1박 2일’, ‘무한도전’의 김란주 작가가 참여해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도 기대를 모은다.
김란주 작가는 “상경한 아버지가 난생처음 맛본 디저트에 환하게 웃던 기억에서 기획이 시작됐다”며 “단 몇천 원짜리 디저트 하나에도 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어르신들의 행복은 생각보다 소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봉주르빵집’의 특징은 봉주르 청보리 밭 타르트, 봉주르 블루베리 에끌레어, 봉주르 동백 타르트 등 지역에서 난 재료를 사용한 디저트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단순히 시골에 머무는 것을 넘어 지역 농산물을 콘텐츠로 확장하고, 이를 새로운 소비 경험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 쿠팡플레이 ‘봉주르빵집’ [쿠팡플레이 제공] |
| 쿠팡플레이 ‘봉주르빵집’ [쿠팡플레이 제공] |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80가구밖에 살지 않는 작은 마을이라, 어르신들이 카페 같은 곳을 경험하기 어려운 지역이다”면서 “차승원이 직접 동네서 나는 재료를 가지고 디저트를 만들어 대접하는 과정에서 어르신과 빵집 식구들이 느끼는 ‘찐’ 행복들이 프로그램에 잘 녹아 있다”고 소개했다.
정착 예능이 보여준 마을의 매력을 따라, 촬영지를 직접 찾는 발걸음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 종영한 tvN ‘보검 매직컬’의 경우 촬영지인 전북 무주군 무주읍 앞섬마을이 ‘핫플’로 부상하며 주말에 500명 이상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기도 했다.
‘보검 매직컬’은 박보검을 필두로 이상이와 곽동연이 시골에서 이발소를 운영하며 주민들과 소통하는 힐링 예능으로, 최근 시즌 2 제작을 확정 짓고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준비에 돌입했다.
| SBS ‘우리 동네 전성시대’ [SBS 제공] |
나아가 방송과 지자체가 협력해 지역 재생을 시도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오는 8월 공개 예정인 SBS ‘우리 동네 전성시대’는 전북 진안군과 협업해 ‘콘텐츠 기반 공간 재생’을 추진한다. 방송은 출연진과 전문가들이 지역을 탐방하고, 공간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을 담아낼 예정이다.
SBS 측은 “출연진의 활동과 지역 고유의 이야기가 결합해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할 것”이라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실제 공간에 적용돼 낙후된 장소가 체류형 공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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