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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실용주의 사업재편] 위례 8조 연구소 구축…'AI·부동산' 동시 겨냥

2026.04.28 13:09



현대자동차그룹이 위례신도시에 8조원을 투입해 대규모 AI(인공지능)·SW(소프트웨어) 연구 거점을 세운다. 그룹 내 분산된 소프트웨어 역량을 결집해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체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한편 막대한 임차 비용을 절감해 자산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결정으로 풀이된다.

분산된 미래기술 조직 집결…새 R&D 허브 추진
현대차는 이달 24일 이사회를 열고 'HMG 퓨처콤플렉스(가칭)' 신설을 위해 2조8885억원의 출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기아는 2조3634억원, 현대모비스는 1조988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현대제철(5164억원), 현대로템(4608억원) 등을 포함한 전체 출자 규모는 7조3000억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추가 인프라 구축 비용까지 감안하면 총 사업 규모가 8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설 법인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발 중인 위례택지지구 내 10만㎡ 부지를 매입해 연구시설을 조성한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 지하철 8호선 복정역 인근으로 지하 5층~지상 10층 규모 7개 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30년 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이번 연구시설이 완공되면 그룹 주요 계열사의 AI·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이 한곳에 집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래기술 조직은 △현대차·기아의 연구개발 거점인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 △현대모비스와 현대로템 연구조직이 자리한 경기 의왕 일대 △미래차 플랫폼 개발을 담당하는 성남 판교 AVP본부 등 계열사·기능별로 수도권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다. 조직 분산은 협업 효율 저하와 중복 투자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자체 연구시설을 구축하면 인력을 집적화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보안시설·시험공간 등 공용 인프라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입지 선정 역시 전략적이라는 평가다. 위례는 판교와 강남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서울 동남권과 경기 남부를 연결하는 요충지다. 미래차·AI 분야 핵심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우수 개발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목적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남양연구소 중심의 기존 제조형 연구개발 체제에서 판교·서울권 중심의 소프트웨어 연구 체계로 무게중심이동이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 실물자산 확보 포석
8조원에 달하는 투자 규모를 두고 시장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표면적으로는 AI·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 투자지만 동시에 장기 핵심 자산을 그룹 내부로 끌어안으려는 자산 운용 성격도 짙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투자 구조를 보면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은 부동산임대업 법인인 HMG퓨처콤플렉스에 자금을 출자하고 이 법인이 부지를 매입·개발하는 형태다. 단순 연구시설 건립을 넘어 그룹 차원의 자산 운영 전략이 결합된 구조라는 의미다.

장기적으로는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임차 비용 구조를 바꾸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연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가 리스이용자로서 지출하는 비용은 연간 4000억원 규모에 육박한다. 구체적으로 리스부채 상환액은 3408억원이며 이자비용 297억원과 단기 리스료 197억원 등을 합산하면 연간 3902억원의 현금이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

현대차가 임차 계약을 통해 사용권을 보유한 '사용권자산' 규모도 1조1907억원이다. 사용권자산은 일정 기간 자산을 사용할 권리를 회계상 인식한 것이지만 토지나 건물을 직접 소유하는 것과는 다르다. 계약이 끝나면 사용권은 소멸하고 임차료 인상이나 재계약 조건 변화에도 노출될 수밖에 없다. 위례 연구시설을 직접 소유함으로써 외부로 사라지는 매몰 비용을 내부 자산 가치로 전환하겠다는 의도다.

연구 거점 확보라는 본래 목적에 더해 핵심 입지의 실물자산을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저성장·고물가 국면에서 현금을 장기간 보유할 경우 실질 구매력이 약화될 수 있는 반면 위례지구 핵심 입지의 대규모 부지는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자산으로 평가된다. 2030년 완공 시점에는 해당 부지 가치가 현재 매입가를 웃돌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거론된다. 그룹으로서는 미래차 R&D 전초기지를 확보하는 동시에 자산 가치 보전이라는 부수적 효과까지 노릴 수 있는 투자를 실행에 옮긴 셈이다.

왜 철강·방산 회사까지?…계열사 부담 변수
다만 재무적 부담은 무시하기 어렵다. 현대차·기아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미국 관세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현금이 묶이는 프로젝트가 주주가치 측면에서 적절한지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계열사별 부담 여력도 같지 않다. 현대차와 기아는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대규모 출자를 감내할 체력이 있지만 업황 변동성이 큰 현대제철이나 방산·철도 수주 흐름에 실적이 좌우되는 현대로템에는 수천억원대 출자가 가볍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향후 본업 투자나 재무 운용의 유연성을 일부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룹 차원의 미래차·AI 인프라라는 명분이 있더라도 개별 상장사 자금이 부동산 법인에 투입되는 구조인 만큼 주주 설득이 필요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도 변수다. 최근 자본시장은 주주환원과 자본 효율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이번 출자를 본업 경쟁력 강화보다 비핵심 자산 투자로 해석할 경우 관련 계열사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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