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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 떨어진 韓 경제…일몰 직전일까 일출 직전일까

2026.04.28 13:35

더스쿠프 마켓톡톡
투자은행들, 韓 성장률 전망 ↑
한은·OECD·KDI 잠재성장률 ↓
돌발 수요 반영하면 올해 성장 ↑
경기 순환 배제하면 올해 성장 ↓
두 성장률 모두 양극화의 결과물
경영 능력 포함한 총요소생산성
20여년 韓 잠재성장률 하락 원인
기술 발전 범용화 직전이 가장 낮아
왜 우리나라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깜짝 성장세를 보인 걸까. 글로벌 투자은행은 우리의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장률 전망은 왜 낮아진 걸까. 물가를 반영한 실질 GDP 성장률과 한 나라가 인플레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의 비교를 통해서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자세히 알아봤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한 덴 고질적인 양극화가 영향을 미쳤다. [사진 | 뉴시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지난 4월 23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0.8%포인트 높아진 3.0%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씨티그룹은 0.7%포인트 높아진 2.9%를, 노무라는 0.1%포인트 상향 조정된 2.4%를 우리의 2026년 성장률로 제시했다. 그런데 한편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하는 우리나라 성장률이 올해 1.71%이고, 내년에는 1.57%로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도대체 우리나라 경제는 좋아지는 걸까 나빠지는 걸까. 우리는 먼저 OECD와 투자은행이 말하는 성장률이 사실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투자은행은 물가를 반영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인 경제성장률을 논하고 있다. 하지만 OECD가 말하는 성장률은 한 국가가 안정적인 물가 수준을 유지하면서 달성할 수 있는 최대 GDP 상승률인 잠재성장률(potential GDP growth rate)을 의미한다.

공교롭게도 물가를 반영한 실질 경제성장률의 갑작스러운 상승과 경제 기초체력인 잠재성장률의 꾸준한 하락의 배경은 모두 양극화다.

■ 단기 양극화 결과물: 깜짝 실적=물가를 반영한 1분기 실질 경제성장률의 상승은 우리 산업이 수익성 좋은 일부와 그렇지 못한 대부분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다. 투자은행들은 우리나라 경제 전망을 바꾸면서 한국은행의 4월 23일 최신 성장률 통계를 반영했다. 우리나라 1분기 GDP 증가율은 전망치보다 0.9%포인트나 높은 1.7%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런 좋은 결과의 대부분은 특정 수출 품목의 예상치 못한 글로벌 수요 증가 때문이었다. 전체 1분기 GDP 성장률 1.7% 중에서 부문별로는 제조업의 기여도가 1.0%포인트였고, 항목별로는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GDP 성장률 기여도가 1.1%포인트였다.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0.6%포인트에 그쳤다.

성장의 견인차는 반도체였다. 한국은행도 1분기 GDP의 예상치 못한 증가분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올해 1분기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38% 증가한 2199억 달러였는데, 이중 35%가 반도체 수출이었다. 1분기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증가율은 12%인데,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45%에 달했다(한국무역협회).
■ 장기 양극화 결과물: 잠재성장률 하락=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자 장기 전망에 해당하는 잠재성장률도 결국 양극화에서 시작됐다. OECD는 꾸준히 우리의 잠재성장률 하락을 경고해 왔다. 지난해 OECD는 2025년 우리 잠재성장률을 1.92%로 내다봤는데, 올해엔 2026년 잠재성장률을 1.71%로 전망했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도 올해 1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2024년 우리 잠재성장률을 2.0%로 떨어뜨렸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보다 낮은 1.6%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결국 생산성 감소가 문제지만, 이를 세부적으로 나눠서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나라 기업 이익단체들 주장대로 노동생산성의 감소가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린 가장 큰 문제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활동참가율은 여전히 오름세이고, 인구 증가로 인한 잠재성장률 상승분도 미미하다. 우리 잠재성장률 하락은 기술의 발전, 노동력의 질, 대기업집단 위주의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양극화)이라는 총요소생산성의 감소 때문이다. 노동과 자본 투입 이상으로 얻어낸 생산량의 증가분을 총요소생산성이라고 하는데, 정치 체제의 안정부터 기술의 발전이나 기업인의 경영 능력을 망라한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도 총요소생산성이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불러왔다.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2024년까지 노동 투입의 성장기여도가 0.6~0.9%포인트로 비교적 일정했고, 자본 투입의 성장기여도는 1.3~2.0%포인트로 하향 추세였다. 그런데 총요소생산성은 2001~2010년 1.9%포인트에서 2011~2019년 0.8%포인트로 반토막 났고, 2015~2024년에는 0.6%포인트로 더 낮아졌다.

■ 생산성 증가의 비결=그렇다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할까. 2023년까지 15년 동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을 지낸 제임스 블러드 전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016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장기적으로 실질 GDP 성장률을 높이는 건 생산성의 향상"이라며 잠재성장률의 개선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첫째,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발전의 속도가 중요하다. 이런 기술이 범용 기술이 돼 경제 전반에 확산해야만 총요소생산성도 따라서 증가하기 때문이다. 둘째, 단순히 근무시간 대비 생산량으로 구하는 노동생산성의 증가가 아니라 인적 자본의 질적 향상이 필요하다. 셋째, 정부가 투자하는 공공 자본의 증가도 필수다. 정부는 도로 등 인프라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다. 대출의 방향 등 자원의 원활한 배분에 관여하는 생산적인 공공 자본이 총요소생산성을 늘려준다.
AI 열풍은 미국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 CEO 서밋에서 연설 중인 시몬 칸 구글 아태지역 CMO. [사진 | 뉴시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우리의 잠재성장률 하락과 생산성의 감소가 역사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를 잘 읽어야 한다. 잠재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은 경제 기초체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일 수도 있고, 임박한 기술 혁신을 예고하는 것일 수도 있다. 세계은행은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2015년 무렵 0에 근접했다고 전망했지만, 올해 1월에는 2.2~2.4%로 추정했다. 그 사이 미국은 세계 인공지능(AI) 열풍의 진원지가 됐다.

잠재성장률은 신규 특허나 서비스 부문의 혁신을 실시간으로 반영하기 힘들다. 아직 매출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AI 서비스의 파괴적인 가치, 노동력의 질적인 수준 등은 전통적인 총요소생산성 예측법으로는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나라의 총요소생산성 감소는 대기업집단에 막대한 자원을 집중시킨 부작용에 가깝지만, 어디에선가 혁신적 기업가들이 등장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새벽이 오기 직전이 가장 어둡기 마련이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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