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전 여왕처럼… 찰스3세, 미·영 관계 풀까
2026.04.28 12:05
그린란드 편입·이란 전쟁 등
악화된 양국 관계 관리 목적
1956년 엘리자베스 2세 방미
수에즈 위기 푼 사건과 판박이
왕실 ‘상징적 외교력’ 시험대
| 백악관 벌통 옆 나란히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오른쪽) 여사, 찰스 3세(왼쪽 두 번째) 영국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27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사우스론에 설치된 백악관 모양 벌통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냉각된 미·영 관계 속에서 미국 국빈 방문에 나서면서 약 70년 전 수에즈 위기 당시 모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수행했던 ‘관계 복원’ 역할을 재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간 갈등이 미국·이란 전쟁 대응을 계기로 심화된 상황에서 왕실의 상징적 외교력이 정치적 균열을 완화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찰스 3세는 커밀라 왕비와 함께 27일(현지시간) 나흘 일정으로 미국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미에서 국왕 부부는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뒤 백악관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 부부의 영접을 받았다. 이후 그린룸에서 차를 함께한 뒤 백악관 사우스론 등을 둘러보는 일정으로 첫날 일정을 소화했다. 공식 환영식과 연회, 미 의회 합동회의 연설 등 핵심 일정은 28일에 집중돼 있다. 찰스 3세가 즉위 이후 미국을 국빈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왕세자 시절을 포함하면 19번째 방미다.
이번 방문은 외형적으로는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성격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이란 전쟁을 둘러싼 입장 차이로 악화된 미·영 관계를 관리하려는 목적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구상 등으로 이미 균열이 시작된 데 이어 미국·이란 전쟁 국면에서 미국의 군사지원 요청을 영국이 사실상 거부하면서 갈등이 한층 심화됐다.
이 같은 상황은 1956년 수에즈 위기 직후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 이스라엘이 이집트에 군사 개입을 단행하자 미국이 강하게 반발하며 양국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지만, 이듬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미국을 방문해 ‘소프트파워 외교’로 관계를 완화하는 데 기여했다.
찰스 3세의 이번 방미 역시 유사한 기대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왕실 의전과 대중 접촉을 통해 양국 간 역사적 유대와 공통 가치를 부각시키는 것이 이번 방문의 핵심 메시지라고 짚었다. 영국 정부 안팎에서도 왕실 외교가 정치적 갈등을 직접 해소할 수는 없더라도 긴장 완화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가 감지된다.
다만 변수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 의제로 이란 문제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영국의 디지털서비스세 등을 거론하며 강경한 입장을 시사한 상태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에서 지원 요청을 거부한 영국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가운데 회담 과정에서 전통적 외교 관례를 벗어난 돌발 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미국이 영국령 포클랜드 제도(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면서 외교적 부담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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