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
스위스 명품 시계, 글로벌 부진 속 한국서 '나 홀로 성장' [더 하이엔드]
2026.04.28 07:00
불황 타개 위한 신제품 들고 66개사 참가 말 그대로 ‘시계 전쟁’이었다.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Palexpo)에서 이달 14일부터 20일까지 열린 ‘워치스 & 원더스 제네바(Watches & Wonders Geneva, 이하 WWG)’ 박람회 얘기다.
66개 브랜드 참가…역대 최다 기록
주최 측은 이번 WWG를 찾은 방문객 수를 기자 1750명과 리테일러 6000명을 포함해 총 6만 명으로 집계했다. 지난해보다 9% 증가한 수치다. 일반인도 입장할 수 있었던 마지막 3일에는 전년 대비 9% 늘어난 2만5000장의 입장권이 팔렸다. 행사 기간 제네바 도심 방문객도 1만 명을 넘어섰다. 중동 지역 전쟁과 항공사 파업에 따른 항공편 결항 등 크고 작은 악재에도 시계 축제를 향한 열기는 식지 않았다.
올해 WWG는 브랜드 부스 외에도 시계 산업의 혁신과 장인정신을 직접 보여주는 체험형 공간을 확대했다. 가족 단위 방문객과 젊은 세대를 겨냥한 교육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그 결과 박람회 종료 시점까지 해시태그 #watchesandwonders2026의 도달 범위는 약 9억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9%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부진 속 수입량 늘린 한국
박람회의 외형적 성공에도 스위스 시계 산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202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9일 스위스 시계산업연맹(Fédération de l'industrie horlogère suisse FH)은 2025년 스위스 시계 수출 실적 연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스위스 시계 산업은 높은 불확실성과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시장 환경 속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스위스 시계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는 강경한 무역 정책 기조가 부담으로 작용하며 최근 몇 년간 이어졌던 안정적 성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동시에 중국 시장에선 홍콩 특별행정구와 동반 하락하며 2년 연속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여기에 금 가격과 스위스프랑 가치가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완제품 가격, 특히 해외 판매 가격 상승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여러 악조건이 겹치며 산업 전반이 타격을 입은 셈이다.
산업 관련 수출 총액은 전년 대비 1.7% 감소한 256억 스위스프랑(약 48조2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년 연속 하락이다. 총수출량은 전년보다 74만 개 줄어든 1460만 개로 4.8% 감소했다. 고가 시계 부문은 비교적 견조한 수요를 유지했지만 대다수 제품군의 판매 부진이 전체 하락세를 이끌었다. 특히 수출가 3000스위스프랑(약 565만 원) 이하 제품군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케이스 소재별로도 희비가 엇갈렸다는 평가다. 스틸·귀금속·기타 금속 소재 시계는 전반적으로 부진하며 전체 실적에 부담을 줬다. 두 가지 금속을 사용하는 바이메탈(bi-metallic) 시계는 소폭 성장했지만, 감소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역별로는 미주가 전년 대비 0.3% 성장했고, 유럽과 아시아는 각각 전년 대비 0.3%, 3.8% 감소했다. 아시아 부진은 중국(-12.1%), 홍콩(-6.5%), 일본(-5.8%)의 약세가 주된 원인이었다. 반면 한국은 2024년 8.7% 반등에 이어 2025년에도 전년 대비 2.4% 성장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경기 둔화 속에서도 고급 시계 수요가 꾸준히 이어졌다는 의미다. 중국·일본 시장의 침체로 인한 재고·마케팅 자원의 재배치, 남녀 시계 분야의 고른 성장, 하이엔드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 오픈 등 브랜드의 직접 투자 확대 등이 한국 시장 성장 동력으로 지목된다. 연맹 측은 “올해 스위스 시계 산업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제자리걸음을 하겠다”고 내다봤다. 침체를 타개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람회 출품작 곧바로 매장에 진열
수요 둔화와 시장 재편 속에서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이 내놓은 해법은 올해 신제품에 고스란히 담겼다. 올해 WWG에서는 실용성과 착용감, 그리고 보다 넓은 소비층을 겨냥한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됐다. 물론 파인 워치 브랜드가 선보인 예술품 수준의 시계도 대거 등장했다. 전례 없는 기술을 탑재한 초고난도 시계, 장인 정신과 메티에 다르(Métiersd’Art, 예술적 기교)를 겸비한 시계, 귀한 원석을 아낌없이 써 하이 주얼리를 방불케 하는 시계들도 현장을 수놓았다.
메커니즘 측면에서는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장치인 ‘투르비용’, 시간의 흐름을 재는 ‘크로노그래프’, 날짜 조정이 필요 없는 ‘퍼페추얼 캘린더’가 중심을 이뤘다. 여기에 무브먼트의 뼈대만 남겨 탑재된 부품이 훤히 드러나도록 설계한 ‘스켈레톤’, 얇은 케이스 두께를 강조한 ‘울트라-씬’ 시계 역시 여러 브랜드에서 등장해 시계 애호가의 눈길을 끌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빈티지 감성을 담은 외관, 헤리티지 피스의 복각화, 작아진 케이스 크기가 굵직한 흐름으로 꼽힌다. 남녀 경계를 흐리는 젠더 뉴트럴 디자인 역시 두드러졌다. 또 하나 흥미로운 변화는 판매 방식이다. 십여 년 전 패션 업계에서 확산한 ‘See Now, Buy Now’ 전략처럼 박람회에서 막 공개한 모델을 곧바로 진열하는 브랜드가 늘어났다.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진 가운데 화제성이 높을 때 즉시 구매로 연결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신규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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