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출발 알렸다” 20년 만에 선거 치른 가자지구 기대감
2026.04.27 21:13
중부 도시서 팔 자치정부 주관 지방선거 진행…투표율 22% 그쳐
후보 자격 못 얻은 하마스 “선거 지지”…‘반쪽 선거’ 비판도 나와
주민들 “민주적 선출 정부 구성되면 국제 원조 받기 수월해질 것”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20년 만에 선거가 치러졌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진행된 이번 지방선거는 투표율은 낮았지만,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상징적 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가자지구 중부 도시 데이르알발라와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주관하는 지방선거가 진행됐다. 팔레스타인에서 지방선거가 실시된 것은 2023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이후 처음이며, 가자지구에서 선거가 치러진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정당과 군사조직을 겸한 하마스는 2006년 가자지구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PA에 인정받지 못하자 이듬해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했다. 이후 선출직인 시의원은 정부가 임명해왔다. 가자지구 절반 가까운 지역을 통제하고 있는 하마스는 이번에는 성명을 내고 선거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데이르알발라는 건축물의 80%가 파괴된 가자지구에서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남아 있는 도시로, 이번 선거에 가자지구 내에서 유일하게 참여했다. 서안지구 라말라에 본부를 둔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는 약 100만명이며, 이 중 7만명이 데이르알발라 주민이다.
전체 투표율은 55%였으나 가자지구 투표율은 22%에 불과했다. 출마자들은 모두 PA를 이끄는 파타당 또는 무소속 후보들이었다. 하마스는 이번에도 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다. 파타 외 다른 정파 후보들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조건에 반발해 선거를 보이콧했다. 이에 따라 반쪽 선거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AFP는 팔레스타인 내에서도 투표 시기와 조건 등을 둘러싸고 반발과 보이콧 움직임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들은 선거를 ‘새로운 출발’로 받아들이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가자지구 주민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 라라 알 나지(43)는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고 존중받는 분위기였다. 투표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안내도 잘해줬다”고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말했다. 생애 첫 선거를 지켜본 수마야 아부 오베이드(19)는 “새로운 기분을 주는 중요한 날”이라면서 “우리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고 했다.
선거는 물자와 전기 부족 속에서 치러졌다. 르몽드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중복 투표를 방지하기 위해 선거인 명부 지문날인에 사용되는 특수 잉크의 가자지구 반입을 막아 어린이 예방접종에 쓰이는 의료용 잉크가 사용됐다.
팔레스타인 선거위원회 지역 책임자인 자밀 알 칼리디는 “가자지구의 어려운 상황을 고려하면 (투표율이 낮더라도) 여전히 성과”라고 했다. 유엔 직원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350명이 가자지구에서 선거를 참관했다.
선거는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진행됐다. 알하예크 파타당 가자지구 대변인은 “이번 투표는 회복력의 메시지이자 20년간의 정치적 교착 상태를 종식하는 민주적 축하 행사”라고 르몽드에 말했다. 변호사 무티 아부 말리크(45)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구성되면 국제사회의 원조를 쉽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도시에서도 여건이 마련되는 대로 선거가 열릴 수 있기를 희망했다.
데이르알발라 후보들은 도로와 위생시설 복구를 약속했다.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극심했을 당시 인구가 7만명이던 데이르알발라에는 현재 3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서안지구에서는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폭력을 막는 문제가 가장 시급한 과제로 거론됐다. 시의회는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건축물 인허가까지 각종 공공서비스를 감독한다.
모하메드 알 하사이나(24)는 이번 선거가 비록 상징적 의미에 그쳤더라도 “사람들의 삶의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AFP에 “우리는 교육 수준이 높고 의지가 강한 민족이며, 우리만의 국가를 가질 자격이 있다. 전 세계가 전쟁의 참화를 극복하도록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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