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맞춤형 재건’… 아이들 뼈암 치료에 희망
2026.04.28 00:12
급격한 뼈 성장 과정의 돌연변이
3D프린터로 금속 인공뼈 찍어내
암 절제 후 뼈 빈자리에 채워 넣어
남은 관절 보호하고 고정 안정적
3D프린터로 금속 인공뼈 찍어내
암 절제 후 뼈 빈자리에 채워 넣어
남은 관절 보호하고 고정 안정적
한창 뛰놀 나이인 A군(8)은 왼쪽 골반뼈에 희귀암인 ‘육종(골육종)’이 발견돼 부모의 근심이 컸다. 암이 있는 골반 부위를 절제하고 그 빈자리를 재건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고, 너무 어린 나이여서 엉덩이 인공관절도 맞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고민 끝에 최신 3D프린팅으로 만든 임플란트(보형물) 이식을 권했다. 수술 전 미리 3D영상으로 뼈의 암 절제 범위를 정하고 3D프린터로 찍어낸 티타늄(금속) 인공뼈를 암 제거 부위에 끼워 넣었다. A군은 수술 3개월 만에 계단을 오르고 방방놀이시설에서 예전처럼 뛸 수 있게 됐다. “달리기도 문제없다”는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찾아왔다. 오른쪽 무릎 근처에 역시 골육종 진단을 받은 B군(16)도 “무릎 관절을 살려달라”는 부모의 간절한 요청에 3D프린팅 골 재건 치료를 받고 1년도 안 돼 정상 보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소아청소년기에 흔한 골육종
3D프린팅이 소아청소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뼈암 치료에 희망이 되고 있다. 골종양 부위를 정밀하게 도려낸 뒤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데, 기존 재건 방법들은 아이들에게 제한점이 많았다. 그러나 3D프린팅을 통한 맞춤형 골 재건으로 소아청소년암도 이제 ‘생존’을 넘어 ‘기능 회복’까지 가능한 시대가 됐다. 많은 아이들이 힘들고 고된 암 치료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가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있다.
2023년 기준 0~19세 암 발생자는 모두 1388명으로 전체 암 발생 28만8613명의 0.5% 수준이다. 소아청소년암 중 특히 육종은 16% 안팎(225명)으로 드문 편이다. 육종은 일반 암과 달리 뼈·근육·지방·혈관·신경 등 우리 몸의 뼈대와 속살을 이루는 결합 조직에 생기는 암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분류에 따르면 육종에는 100여가지 아형이 있다. 크게 뼈 자체에서 발생하는 골종양(골육종·유잉육종·연골육종)과 근육·지방·신경·혈관 등에 생기는 연부조직 육종으로 구분된다. 소아청소년기에는 골육종과 유잉육종, 횡문근육종이 많다. 골육종과 유잉육종의 약 75%가 소아청소년에 집중돼 있다.
골육종은 우리 몸에서 가장 긴 허벅지뼈, 종아리뼈, 위팔뼈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허벅지 아래와 종아리 위 부위가 전체 골육종의 60%를 차지한다. 골육종은 10~19세, 특히 급격한 성장이 일어나는 사춘기에 발병률이 높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1.5배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남학생의 성장 기간이 더 길고 골격 발달 규모도 더 크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강현귀 국립암센터 육종암센터 교수는 27일 “청소년기에 집중 발생하는 원인은 다름 아닌 ‘급격한 뼈의 성장’ 그 자체에 있다”면서 “사춘기에는 키 성장을 위해 성장판 주변의 뼈세포들이 매우 빠르게 분열하는데 그 과정에서 오류, 즉 돌연변이가 발생할 확률도 높아져 골육종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사춘기에 대량 분비되는 성장 호르몬 역시 암세포 증식을 함께 자극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치료, 성장·보행 기능 보존에 초점”
골육종 치료는 단순히 암 제거를 넘어 아이의 성장과 보행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과거에는 사지 절단이 일반적이었지만 현재는 95% 이상이 팔다리를 보존하는 수술을 받는다.
종양 제거 후 생긴 결손 부위는 기능 회복을 위해 재건이 필요하다. 뼈 재건의 경우 금속으로 만든 ‘종양 대치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방법이 가장 흔하다. 하지만 국내에는 성인용 수입 제품만 있을 뿐 소아용이 따로 없어 뼈가 너무 가늘거나 남아있는 뼈의 길이가 짧다면 사용하기 어렵다. 자신의 발목 복숭아뼈(비골) 일부를 떼어내 뼈 결손 부위에 끼워 넣는 ‘자가골 이식’도 있다. 다만 성장이 덜된 정상 뼈 부위를 떼는 것이 부담이며 뗀 뼈의 강도가 약해 수술이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2008년부터는 국내 ‘바이오본뱅킹’이 설립돼 기증자 뼈도 이식에 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기증 뼈가 모두 성인의 것이어서 소아에는 크기가 잘 맞지 않는 게 흠이다. 감마 방사선을 쪼여 멸균 상태이기에 강도가 약한 데다가 주변 뼈에 맞게 절삭하고 금속으로 고정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이런 단점들을 개선한 방법이 바로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환자 맞춤형 골 재건 수술이다. 3D프린팅 가이드를 대고 암 부위를 정밀하게 절제한 뒤 합병증을 최소화하고 기능은 최대가 되도록 디자인한 3D프린팅 출력 맞춤형 티타늄 임플란트를 끼워 넣어 재건한다. 종양 대치 인공관절의 사용을 줄이고 소아청소년 시기를 감안해 아주 작게 남은 관절도 보존하면서 안정적 고정이 가능하다. 강 교수는 “이렇다 할 방법이 없는 소아청소년 골육종 수술에 더욱 필요한 기술”이라고 말했다.
3D프린팅 임플란트는 기존 인공관절보다 조직 친화성이 좋으며 금속 표면과 뼈·연부조직 간 결합과 유착도 매우 빨라 안정적이다. 보형물의 이탈이나 파손율도 낮다. 다만 3D프린팅 자체가 암의 재발을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재발 여부는 수술 시 암을 얼마나 깨끗하게 절제했는가와 수술 전·후 항암 치료에 달려 있다.
3D프린팅 맞춤형 골 재건이 불가능한 부위는 없다. 이식물을 덮어주는 연부 조직의 재건은 불가능한 것이 한계로 남아 있으나 향후 바이오 3D프린팅 기술이 진화하면 이 또한 쉽게 극복 가능한 시기가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강 교수는 “3D프린팅 맞춤형 골 재건은 수술 전 디자인부터 수술이 끝나기까지 긴 시간 동안 수술자가 직접 수차례 시뮬레이션하면서 진행해야 하기에 수술 의사의 열정과 많은 시간 할애가 수반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술에 대한 수가(진료 대가) 등 보상 체계와 전문 엔지니어가 부재하고, 수술 시간에 맞춰 제품을 준비할 시 3D프린팅 기계 고장 등의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제도적 지원책이 따라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교수는 “소아청소년암 치료의 최종 목표는 단순한 완치가 아니라 건강한 사회인으로의 복귀”라며 “의료진의 기술과 사회의 응원이 함께 한다면 아이들은 반드시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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