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옹알이에도 즉각 반응"…'동행어린이집'이 바꾼 풍경
2026.04.27 14:40
22일 찾은 서울 구로구 국공립디지털꿈터 어린이집 1세반 풍경. 서울시의 동행어린이집 지정을 받은 이 어린이집은 교사대 아동비율 개선 지원금을 받아, 아동 수가 지난해 10명에서 2026년 9명으로 줄었다. 박병국 기자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보육의 밀도가 달라졌어요.”
22일 찾은 서울 구로구 국공립디지털꿈터 어린이집 1세반. 어린이집 교사 2명과 보조교사 한 명이 아이의 점심 식사를 돕고 있다. 교사들은 아이 한명의 눈길도 놓치지 않았다. 칭얼대는 아이는 안아서 어르고, 속도가 느린 아이는 눈을 맞춰가며 달랬다.
1세반의 경우 지난해 10명에서 9명으로 교사당 아동 수가 줄어들면서 기존보다 세심한 돌봄이 가능해졌다. 보육료 수입 감소에도 어린이집 운영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 서울시의 ‘동행어린이집’으로 지정돼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비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 최비자(47) 씨는 “관찰일지나 알림장 작성 시간이 줄어들면서 더 많은 아이들을 집중 케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2024년 3월부터 시행 중인 ‘동행어린이집’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운영 위기에 있는 어린이집은 인건비와 보육료를 지원받아 활로를 찾았다. 아이들은 더 많은 ‘돌봄’을 받게 됐으며, 학부모는 ‘운영 위기로 아이의 어린이집이 폐원될 우려’에서 벗어나게 됐다. 교사들의 경우 업무 부담이 줄어들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동행어린이집은 저출생으로 인한 원아 감소로 경영난을 겪는 어린이집을 지원하고 보육 인프라 붕괴를 막고 보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서울시의 보육 정책이다. 정원이 50명 미만인 어린이집의 경우 정원 충족률이 60% 밑으로 내려갈때, 정원이 그 이상일 경우 정원 충족률이 70% 미만일 경우 지정된다. 동행어린이집으로 지정되면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환경 개선비 ▷보조교사·대체교사 등을 우선적으로 지원한다.
동행어린이집의 핵심사업은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 지원이다. 1세반은 5명에서 4명으로, 2세반은 7명에서 6명으로, 3세반은 15명에서 10명으로 각각 정원을 줄이는 사업이다. 정원 감소 시 ▷1세반 51만5000원 ▷2세반 42만6000원 ▷3세반 165만원을 각각 지원한다. 특히 아동 감소로 운영 위기에 빠진 어린이집의 경우에도 동행어린이집으로 지정돼 교사대 아동 비율 개선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어린이집이 폐원되는 것을 막고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낮은 환경에서 보육을 지속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시가 2024년 3월 동행어린이집 사업을 시작하면서 폐원 어린이집은 2023년 337곳→2024년 297곳→2025년 276곳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국공립디지털꿈터 어린이집도 폐원 위기를 겪었던 곳이다. 이곳의 정재희(48) 원장은 지난 2022년 7월 처음으로 17년간의 교사 생활을 마치고 어린이집을 처음 개원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49명 정원에 13명의 아이들로 시작한 어린이집은 정원의 50%인 24명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2024년 3월부터 동행어린이집으로 선정돼 교사 대 아동 비율 개선비를 지원받았다. 이와함께 어린이집 프로그램을 개방해 원생이 아닌 다른 학부모도 참여하도록 하라는 컨설팅도 받았다.
정 원장은 “원아가 부족해지면서 보육료 수입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웠다. 학부모들이 ‘우리 어린이집 문 닫는 거 아닌가요’라는 우려가 쏟아졌었다”며 “개선비를 지원받은 뒤, 운영에 숨통이 트이고 개방형 프로그램에 참여한 외부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에 등록을 하기 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지원을 받고 난 뒤 ‘보육의 밀도’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예전에는 선생님들이 안전이나 기저귀 갈이 같은 ‘처치’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아이의 작은 옹알이나 몸짓에 즉각 반응해 주는 보육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대문구 민간 어린이집인 명지대어린이집도 동행어린이집 사업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 어린이집은 93명이 정원이지만 지난해 52명 정도가 등록하며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환경 개선 사업비 300만원을 지원받아 어린이집 장판을 교체했다. 이곳의 허현정 원장은 “저출산도 문제지만 서울 집값 상승으로 집값이 싼 경기도권으로 이사 가면서 아동 수가 줄었다”며 “동행어린이집 지정으로 일단 한시름을 놨지만, 민간 어린이집의 특성상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에도 위기의 어린이집 지원을 늘리는 등 보육 인프라 개선을 이어간다. 동행어린이집의 경우 2024년 525곳에서 지난해 699곳, 올해 796곳으로 늘려가고 있다. 특히 어린이집별 맞춤형 경영 진단 컨설팅도 지난해 102곳에서 올해 130곳으로 확대한다.
환경 개선 비용 지급 대상도 늘린다. 올해부터는 지원 범위를 민간·가정 어린이집에서 국공립까지 확대하여 총 50개소 내외를 지원한다. 국공립 어린이집에는 2000만원에서 최대 4000만원의 개보수비를 지원한다. 민간·가정 어린이집에는 500만원에서 700만원의 시설 개선비를 시비 100%로 지원한다. 특히 올해에는 무료 발달검사를 지원하는 ‘서울아이발달지원센터’와 연계해서 센터에서 찾아가는 어린이집 발달검사를 실시할 때 동행어린이집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마채숙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저출생 여파로 어린이집 운영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동행어린이집은 지역 돌봄 기반을 지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2024년 시작한 동행어린이집 사업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지원 규모와 내용을 한층 강화해 어린이집이 문을 닫지 않고, 아이와 부모가 안심할 수 있는 보육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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