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전
삼전닉스 외 대안은 건설·원전·바이오
2026.04.27 21:01
‘종전 이후’ 내다보는 증시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은 지지부진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미 빠르게 ‘전쟁 이후’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증시를 이끌어온 반도체는 여전히 핵심 축이다. 다만 종전 전에도 주가가 꾸준히 올라온 만큼, 추가 매수 부담도 커진 게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투자자들의 시선은 ‘종전 수혜주’로 향한다.
증권가에선 세 가지 흐름을 주목한다. 그중 핵심은 재건·안보 수요와 맞물린 건설·원전이다. 전쟁 이후 복구 수요가 본격화되면 도로·항만·전력망 등 인프라 투자가 빠르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미국 등 글로벌 전력난이 부각되며 원전히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바이오를 주목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소외 업종이 됐지만, 2분기 각종 학회 모멘텀에 힘입어 반등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해외로 시선을 돌리는 자금도 늘고 있다. 중국은 주요 거시경제 지표가 개선돼 증시도 상승 랠리 중이고, 미국 증시 역시 단기 상승 흐름을 이어가며 투자 매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신흥국 중에선 브라질 증시를 주목하는 전문가가 상당수다.
리레이팅 시작점 vs 선반영 끝
종전 이후 가장 먼저 열리는 시장은 재건이다.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건 정유·가스·항만 같은 에너지 인프라다. 복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수혜도 이 영역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이 지점에서 눈길을 끄는 게 건설주다.
재건의 핵심은 ‘누가 다시 짓느냐’다. 시장이 한국 건설사를 주목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검증됐기 때문이다. 재건 사업은 일반적인 해외 프로젝트와 결이 다르다. 속도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생산이 멈춘 에너지 시설은 하루만 늦어도 손실이 커진다. 발주처 입장에서는 검증된 시공사를 다시 쓰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이 지점에서 한국 건설사의 경쟁력이 부각된다. 공기 준수와 현장 관리 능력으로 표현되는 이른바 PM(Project Management) 역량이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건설사는 원시공자 지위와 PM 역량을 갖춰 중동 지역 재건의 최적 파트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25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잠재 수주를 기반으로 건설주 전반의 리레이팅(가치 재평가)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건설사가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냐를 두고선 기준에 따라 엇갈린다. 일단 피해 시설 ‘원시공자’를 기준으로 하면, 삼성E&A가 대표 수혜주로 거론된다. 현재 훼손된 주요 에너지 시설 가운데 삼성E&A가 과거 시공에 참여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서다. 과거 전쟁 등의 국면에서 동일 프로젝트를 수행했던 사업자가 재건까지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분석이다.
이상호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중동에서 전쟁으로 인해 훼손된 주요한 시설물은 약 27개”라며 “그중 과거 시공 담당이었던 기업별 개수는 삼성E&A는 7개, 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DL이앤씨는 2개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야를 넓혀 전체 중동 수주 이력으로 보면 판이 달라진다. 누적 수주 기준에선 현대건설이 가장 앞서 있다. 2000년 이후 중동 지역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수주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현대건설 수주액은 804억달러로 삼성E&A(569억달러), GS건설(378억달러), 대우건설(299억달러), DL이앤씨(245억달러)를 크게 앞선다.
원전을 주목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전쟁 과정에서 각국 에너지 안보의 취약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로 원유·가스 공급 불안이 커진 결과다.
글로벌 투자은행(IB) UBS는 4월 10일 발표한 우라늄 보고서에서 “이번 전쟁은 에너지 안보와 공급 다변화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특히 미국은 ‘원전 르네상스’가 현실화 단계고, 중국 역시 2030년까지 원전 설비 용량을 110GW까지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JP모건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운영사(한국전력 등)보다 설계·조달·시공(EPC) 기업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운영사의 경우 요금 규제 등 변수가 있어 업황이 주가에 즉각 반영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JP모건은 해당 보고서에서 두산에너빌리티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대형 원전부터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스터빈까지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평가다.
대형 건설사인 현대건설과 DL이앤씨 등을 주목하는 증권사도 여럿이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은 원전 사업 역량에서 주요 건설사 중 가장 우위”라며 “국내 30기의 원전 발주 중 현대건설이 18기를 모두 주간사로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세대 SMR 개발 선두 주자인 엑스에너지로부터 표준 설계 작업을 수주한 DL이앤씨도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학회 모멘텀’ 힘입어 신뢰도 회복해야
올해 1분기 바이오 헬스케어 부문은 다소 부진했다. 코스피가 39% 상승하는 동안 코스피 의약품은 -3%를 기록했고, 코스닥 역시 전체 지수가 20% 오르는 동안 코스닥 제약 부문은 2% 상승에 그쳤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했다. 바이오는 금리 변동에 민감하다. 사업적 특성과 관련 있다. 바이오의 중심이 되는 신약 개발 바이오텍은 자체 영업을 통한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자본 시장 등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금리 상승 시기에는 이자 부담이 커진다.
또 자금 조달처를 확보하는 것조차 어렵다. 반면 금리 인하 시기에는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이자 부담도 적다. 또 다른 이유는 주요 종목의 연이은 ‘신뢰도 훼손’ 이슈다. 알테오젠은 지난 1월 최대 고객사 머크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판매 수수료(로열티) 비율을 공시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뒤이어 삼천당제약도 계약·기술 부풀리기 논란이 터졌다.
좀처럼 반등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지만, 증권가는 2분기 반등 시나리오를 점친다. 일단 첫 모멘텀은 학회다. 4월 17일(현지 시간)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을 시작으로 5월과 6월 다수의 학회(EASL, ASCO, ADA 등)가 개최될 예정이다. 바이오 부문에서 글로벌 학회는 ‘기술 수출의 장’으로 불린다. 특히 5월 예정된 유럽 간학회(EASL)를 주목하는 눈치다. EASL은 11월 열리는 미국 간학회(AASLD)와 함께 간질환 부문 톱티어 학회로 꼽힌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과 디앤디파마텍의 발표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선 한미약품이 MASH(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 이중작용 치료제인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임상 2b상(유효성-적정용량 확인) 결과 발표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다. 디앤디파마텍 역시 MASH 치료제인 ‘DD01’의 2b상 결과 발표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위탁개발생산(CDMO) 부문도 주목된다.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쟁과 공급망 재편은 역설적으로 안정적인 생산 기지에 대한 수요를 높이고, 미국 생물보안법으로 중국 CDMO가 배제되는 흐름 속에서 국내 CDMO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 구조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달러 강세가 일부 완화되더라도, 시장 예상보다 여전히 높은 원달러 환율 구간은 수출 중심 CDMO 입장에선 실적 기대감을 지속시키는 우호적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서 애널리스트는 개별 종목 중에서는 에스티팜을 주목했다. 서 애널리스트는 “에스티팜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포지션을 굳히면서 환율과 지정학 변수 모두에서 방어력을 갖춘 중소형 CDMO”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금’으로 떠오른 브라질
시선은 자연스럽게 해외로도 확장된다. 특히 최근 포착되는 변화는 자금이 미국 등 주요 시장을 넘어 신흥국으로 분산되는 흐름이다. 그 중심에 중국과 브라질이 있다.
먼저 중국을 살펴보자. 최근 시장 분위기를 바꾼 건 단순한 기대감이 아니다. 실제 지표가 변했다. 올해 1분기 중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더군다나 생산자물가지수(PPI) 성장률도 42개월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를 기록했다. PPI는 기업이 제품을 출고할 때 받는 가격의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다. 중국 경제는 그간 제조업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고전해왔다. 여기에 기업들의 ‘제 살 깎아 먹기’식 출혈 경쟁까지 이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압박을 키웠다.
거시경제 지표 반등을 두고 일각에선 이란 전쟁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풀이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유가가 오르면서 공장 가동 비용이 함께 뛰었고, 기업들이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상승했다는 의미다.
다만 증권가에선 다른 해석이 나온다. 김경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쟁 변수와 별개로 올해 중국 PPI 사이클은 수출 호조와 정부의 공급 축소 정책(반내권) 영향으로 약 5년 만에 가장 강한 반등 흐름이 예상된다”며 “2009년과 2016년, 2021년처럼 PPI 상승 전환기에는 중국 증시 이익과 주가가 함께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상승 사이클은 5~6월에 상승 속도가 가장 빠른 구간, 정점은 6~7월에 형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은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꾸준히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4월 21일 기준 브라질의 대표 지수인 보베스파 지수는 연초 대비 22.1% 올랐다. 브라질 증시 강세 배경엔 원자재 가격 상승이 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브라질은 철광석, 대두, 원유, 니켈 등 다양한 원자재를 보유한 자원 강국”이라며 “또 하루 300만~40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에너지(23%), 유틸리티(16%), 소재(9%) 비중이 높은 브라질 증시 구조상, 원자재 가격 상승은 지수 상승의 직접적인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상승 배경이다. 브라질은 오랜 기간 고금리 정책을 이어왔다. 하지만 올해 3월을 시작으로 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월 브라질 중앙은행(BCB)은 기준금리를 15%에서 14.75%로 25bp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1년 뒤 기준금리가 10%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 인하는 기본적으로 증시에 호재다. 채권에 머물던 자금을 증시로 이동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서다. 또 경기 회복 기대까지 맞물리며 기업 이익 개선 전망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글로벌 IB도 브라질 증시를 주목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4월 14일 보고서에서 브라질을 두고 ‘새로운 금(new gold)’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BofA는 “브라질은 주식과 외환 시장 모두에서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일부 시장 참여자들은 브라질이 마치 안전자산(Risk-free asset)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7호(2026.04.29~05.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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