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법정 공휴일 된 ‘노동절’을 기념하며
2026.04.27 19:06
‘100년 투쟁 산물’에 경의…노란봉투법 시행 새 도전, 충돌보다 대화로 풀어야황석영 작가의 소설 ‘철도원 삼대’는 일제강점기 전후 3대에 걸친 철도 노동자의 삶을 통해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과 투쟁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이진오와 그의 증조할아버지 이백만, 할아버지 이일철, 아버지 이지산을 중심으로 4대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진오를 제외한 증조할아버지부터 아버지까지 3대가 철도 노동자다. 백만은 철도 선반부 직원으로 일하고, 큰아들 일철은 철도학교를 나와 조수를 거쳐 만주까지 가는 대륙철도의 기관수가 된다. 일철의 동생 이철 역시 철도 노동자로 일하지만 파업을 주도하다가 해고돼 본격적인 ‘(사회)주의자’로 변신, 노동운동을 하다가 잡혀 옥사한다. 일철은 해방 후 동생의 뒤를 이어 노동운동에 투신,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 중앙위원이 되지만 반공투사로 변한 친일경찰의 ‘빨갱이’ 몰이가 극에 달하자 월북을 선택한다. 아들 지산은 연좌제로 고통받다가 월북, 아버지처럼 철도 기관수가 되었으나 한국전쟁에 투입돼 다리를 잃고 남한으로 다시 돌아온다.
일제강점기라는 엄혹한 시기임에도 노동운동이 치열하게 전개됐음을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회·공산주의 사상이 퍼지던 세계사적 흐름 영향이 컸다. 당시 노동자는 파업투쟁의 자유, 산별노조, 주 40시간 노동, 동일임금 동일노동 등 지금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주장을 했다. 우리가 5월 1일 노동절을 처음 기념했던 시기도 일제강점기였다. 한국 최초의 전국적 노동단체 연합체인 조선노동연맹회는 1886년 미국 시카고의 8시간 노동제 투쟁, 1889년 국제노동자대회 결의를 계기로 자리 잡은 ‘국제 노동절’(5월 1일 메이데이)을 1923년부터 기렸다. 식민지배라는 특수성도 추가돼 한국 노동운동은 자연스레 독립운동과 연결됐다. ‘(조선 노동자는) 일본과 자본에 이중으로 억눌려 있다. 땅이나 공장이 생산수단인데 그게 다 돈이거든. 이젠 일본 놈들이 우리나라 전체를 차지하여 그놈(권력자)들과 더불어 우리를 부려먹고 있고’라는 대사가 이를 분명하게 설명한다.
폭압을 견디고 맞이한 해방으로 노동운동 열망은 폭발한다. 해방 직후 좌익 주도로 전평이 출범했지만 분단 여파로 와해되고, 우익과 맞닿은 노동단체(대한노총·현 한국노총)만 남으며 또 한동안 억눌린다. 1970년 11월 전태일 열사의 분신 등을 계기로 다시 분출한 노동운동 염원의 역사는 민주화와 걸음을 함께하며 1987년 노동자 대투쟁, 1995년 민주노총 출범에 따른 ‘양대노총 시대’ 개막,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등을 거쳐 오늘에 이른다.
지난 6일 고용노동부와 인사혁신처가 ‘공휴일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 공포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함에 따라 올해 5월 1일부터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이 됐다. 1923년 첫 기념 이후 103년 만에 공식 공휴일로 인정받은 것이다. 명칭은 1963년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다가 작년 ‘노동절’로 환원됐다. 대상도 확대됐다. 1994년 유급 휴일이 됐으나 공무원이나 교사,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는 제외됐는데, 이번에 모든 일하는 사람이 혜택을 받게 됐다. 선조가 싸워서 쟁취한 노동의 의미와 가치를 전 국민이 쉬면서 되새길 수 있게 된 것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이 아닌 나라가 드문데 뒤늦게 대열에 합류했다. 사실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늦어도 너무 늦었다. 미국은 1894년, 뉴질랜드는 1899년 노동절이 법정 공휴일로 지정됐으니 우리보다 130년은 앞선다.
노동절 법정 공휴일 지정은 이렇듯 ‘100년 투쟁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한국 노동운동사의 획기적 한 해로 기록될 만하지만 역사적 성과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선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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