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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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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CU 조합원은 개인사업자 아닌 ‘노동자’

2026.04.27 17:42

‘사익추구’ 프레임이 감추는 것… 원청 CU 감싸는 정부도 공동의 적
2026년 4월20일 오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경남 진주시 정촌면 씨유(CU) 진주물류센터 화물연대 집회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진주시에 있는 씨유(CU) 진주물류센터 앞 집회에 참여 중이던 화물노동자가 사 쪽이 투입한 대체 배송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인데, 고용노동부가 사건 직후 내놓은 입장이 묘하다. 노동부는 이 사건이 이른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란 취지의 설명을 내놓고는 “소상공인, 개인사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분들이 단결해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

노동부의 설명은 최근까지 이어지는 노란봉투법을 겨냥한 보수언론의 공세를 의식한 결과일 것이다. 보수언론은 재계로부터 중대 임무라도 전달받은 듯, 무슨 일만 일어나면 노란봉투법을 겨냥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번 사건도 조선일보는 노란봉투법 때문에 벌어진 불필요한 갈등으로 발생한 사건인 양 묘사했다. 그러나 이는 진실된 보도라고 볼 수 없다. 노란봉투법 이전부터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진짜 사장’과의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게 정부가 이 사건을 ‘노란봉투법 바깥’으로 밀어내는 걸 정당화하지 않는다. 사건의 본질은, 노란봉투법이 있는데도 기업이 여전히 사용자성을 부정하려 들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력화하려 대체인력 투입을 서슴지 않는 것에 있다. 이 비극은 그런 맥락에서 발생했다. 그 점에서 정부의 태도는 전형적인 동시에 퇴행적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적합한 단어가 있음에도 정부 설명에 ‘소상공인, 개인사업자’란 말의 나열을 고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징후다.

 

이게 다 노란봉투법 때문?


 

이재명 정부는 중도실용을 자처하지만 노동, 특히 산업재해 같은 최저선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정부에 견줘 훨씬 개혁적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 점은 노동문제에서 정권의 선택지를 넓혀준다. 가령 중도실용의 키워드에 끌리는 유권자들은 ‘노동귀족’이라는 분열적 프레임에 큰 반감을 갖지 않거나 심지어 동조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조차 사람이 단지 먹고살기 위해 일하다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현실은 잘못됐고 이걸 고쳐야 한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비타협적 산재 근절’ 이미지는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데, 동시에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는 다른 노동 이슈, 가령 유연안정성 의제 등과 관련해 좀더 유연한 태도로 임할 수 있는 자기 공간을 갖게 된다. 최근 비정규직 관련 제도 개선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 등은 이 점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많은 추가 쟁점이 형성된다. 정권이 ‘최저선’에 대해서만 개혁적인 것은 노동자에게 좋은가? 유연안정성 모델로 여겨지는 국가들에 견줘 노조 조직률이 낮은 상황에서 정부의 드라이브만으로 유의미한 제도가 안착할 수 있는가? 이처럼 중요한 주제들이지만 이 지면에선 논의를 미루자.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현 정권의 지금 정도 스탠스로 보더라도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처지는 적극 대응할 문제라는 것이다. 편의점 배송 노동자들을 보면서, 이들이 행복을 누리며 편히 일하면서 오로지 더 큰 욕심을 좇기 위해 파업한다고 생각하는 중도보수적 유권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개혁’이 유권자에게 실제 어떻게 보일 때 가능한지를 다시 짚어보자. 유권자가 개혁의 정당성을 인식하는 경우는 간명하다. 정말로 잘못이 명백한 것을 고치겠다고 할 때다. 산재를 포함해 죽음으로 이어지는 노동의 구조를 뜯어고치겠다고 하는 게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치에는 유권자가 개혁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하는 전형적인 경우가 있다. ‘개혁이 아니라 사익 추구’라는 논리에 힘이 실리는 때다. ‘산재 근절’을 ‘노조와의 나눠먹기’라든가 ‘민주노총의 청구서’ ‘반국가 세력들의 카르텔’ 등의 개념으로 연결하려는 시도는 이를 노린 것이다. 이러면 유권자는 ‘개혁’이란 포장지에 불과하며 본질은 유권자의 삶과는 관계없는 세력 간 이해관계 조정이라고 이해하게 될 것이다. 개혁에 냉소적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 과정을 이미 문재인 정권 시기 정치 구도를 통해 그대로 체험했다.

 

국민의힘과 보수언론 노림수


 

최근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이 정권의 수사기관 장악과 공소취소 이야기를 계속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이 실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익 추구를 위한 것이라는 서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보수세력은 특히 영남 지역 보수 유권자에게 이 전략이 일부 먹힌다고 보는 듯하다. 최근 영남권에서 양당 지지율 격차가 줄었다는 보도 및 평가가 부쩍 늘었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이 특별감찰관 추천을 국회에 재차 요구한 것은 정치적으로 영리한 대응이다. 특별감찰관은 어찌됐든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되는 존재다. 수사기관을 둘러싼 담론이 ‘사익 추구’로 연결되는 흐름을 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소재다. 여당이 이 기회를 잘 살려 담론 구도를 재정비하고 이런 성격을 잘 살릴 수 있는 인사로 국회가 특별감찰관 추천을 신속히 할 수 있도록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보수세력이 선거 구도 형성을 위해 힘을 싣는 또 하나의 의제는 한-미 관계와 관련한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핵농축 시설’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부각하려는 것인데, 이재명 정권의 편향적 대북정책이 한-미 관계의 훼손으로 이어졌다는, 전형적인 ‘변형된 색깔론’의 서사다. 다소 우습게도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사안을 자신의 방미 논란을 정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무튼 정동영 장관이 다소 경솔한 차원의 발언을 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평안북도 구성시의 핵시설은 이미 알려진 장소다. 그러나 이게 우라늄 농축 시설까지 포함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거나 인정한 일은 없었다. 일부 국외 인사가 예상한 일은 있었으나 어디까지나 연구자의 견해 수준이다.

그러나 이 정도 사안으로 미국이 정보 공유를 중단한 게 합리적 처사인지는 의문이다. 미국은 비무장지대(DMZ) 출입 권한과 주한미군 훈련 통보를 둘러싼 국방부와의 갈등도 문제 삼았다고 하는데, 후자의 경우는 미국 책임도 상당한 사안이다. 최근 미국은 한국 정부의 쿠팡에 대한 정당한 조치를 외교안보 사안으로 다루고 방시혁 하이브 의장에 대한 출국 금지에 대해서도 예외적 조치를 요구하는 등 도를 넘는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뤄지는 일이 아닌지 의심된다. 이런 미국의 태도를 보수세력이 제기하는 ‘변형된 색깔론’의 시각으로 보는 유권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정책 문제는 정책으로 당당하게


 

이러한 현실 또한 인정하고 대응할 필요를 말하는 정부 내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그런 노선의 차이는 또 차이대로 소화하면서 가는 것이 바람직한 모습이다. 그런데 최근 부각된 또 하나의 흐름은 ‘자주파 대 동맹파’의 파워게임 구도다. 이 역시 정책 문제를 전형적인 ‘사익 추구’ 프레임으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 및 정부 인사든 여당이든 이 구도를 키울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유능하면서 동시에 개혁적인 정부가 돼야 한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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