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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쥐꼬리 수익율' 못 참아…'투자형'으로 대이동

2026.04.27 06:03

[퇴직연금을 깨워라] 실적배당형 전성시대
안정적 적립에서 투자·운용을 추구하는 형태로 변화 중
DC·IRP서 비보장·보장형 간 적립금 역전도 가능
낮은 수익률의 원리금 보장에 몰린 DB형…기금형 도입이 해답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개인이 운용하는 퇴직연금 상품인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중심으로 뚜렷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안정적 적립을 중심으로 운용되던 퇴직연금 자금이 투자형 상품으로 이동하면서 점점 ‘운용의 묘’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기업이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급여형(DB)의 경우 수익률이 저조한 원리금 보장형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수익률 제고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원리금 비보장형 적립금, 보장형 적립금 역전도 가능

DC형과 IRP 계좌의 적립금 추이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먼저 42개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DC형 원리금 비보장 상품 적립금은 약 56조 4624억원으로 전 분기(46조 5372억원) 대비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경우 89조 4870억원에서 85조 8950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IRP에서는 원리금 비보장 상품의 적립금이 크게 늘면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적립금 규모에 근접했다. 1분기 원리금 비보장 상품 적립금은 약 70조 503억원으로 전 분기(58조 396억원) 대비 11조원 이상 급증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경우 70조 5174억원에서 71조 3970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이 추세대로면 올해 안에 적립금 역전이 일어날 수도 있는 분위기다.

증권사 중 DC형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27.17%를 기록한 신한투자증권이었다. 보험사 중에선 60.08%의 신한라이프생명보험, 은행 중에선 25.49%의 광주은행이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IRP 계좌에서는 하나증권이 25.73%, DB손해보험이 33.14%, BNK부산은행이 30.32%로 각 업권에서 최상단의 수익률을 차지했다.

“퇴직연금 시장에 ‘투자’ 개념이 자리잡는 중”

퇴직연금 상품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과 비보장형 상품으로 나뉜다. 원리금 보장형은 예·적금, 국채 등 원리금이 보장되는 방식으로 투자돼 안정성이 높다. 반면 실적배당형이라고도 불리는 원리금 비보장 상품은 직접투자 등 원리금이 보장되지 않는 방식으로 투자해 위험도가 크지만 그만큼 수익성도 보장한다.

퇴직연금은 노후 보장성이 강하기 때문에 그간 가입자들은 수익률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원금을 잃지 않는 안정성을 더 선호하기 마련이었다. DC형과 IRP에서도 모두 원리금 보장형의 적립금이 더 높아왔던 이유다. 그런 상황에서 운용주체가 개인인 DC와 IRP에서 만큼은 투자형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으며, 이는 퇴직연금 투자 형태 자체에 고무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성일 이음연구소 소장은 “이미 2~3년 정도 전부터 이러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기름을 부은 게 ‘증시 붐’이다. 증시의 활황과 연동하면서 퇴직연금 시장에 ‘투자’라는 개념이 많이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원리금 보장에 쏠린 DB형…기금형 퇴직연금이 해법

다만 DB형을 포함하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진다. 기업이 운용 책임을 지는 구조상 안정성이 우선시되는 DB형은 예·적금 등 저수익 자산 의존도가 높은 상태다.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수익률 저하와 적립금 운용 비효율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DB형을 포함한 퇴직연금 전체 적립금에서 원리금 보장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70%까지 올라간다. 그나마 올해 1분기 들어 DB형에서도 원리금 보장형 비중이 소폭 줄어들었다. 원리금 보장형 적립금의 경우 직전 분기 210조 1367억원에서 202조 5521억원으로 줄었고, 비보장형 적립금은 18조 5975억원에서 19조 88억원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원리금 보장형 비중이 절대적이다.

원리금 비보장형 평균 수익률은 같은 기간 9.44%에서 9.32%로, 원리금 보장형 평균 수익률은 3.33%에서 3.22%로 나란히 제자리걸음을 했다. 원리금 보장형 중심 구조가 유지되면서 증시 상승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문제는 DB형의 낮은 수익률이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라는 데 있다. 1분기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508조 7341억원 가운데 DB형이 221조 7973억원으로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DB형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꾸준히 나온다.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공동 기금을 만들고 전문 수탁기관이 운용하는 방식으로, 장기·분산 투자 전략을 통해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으로 거론된다. 지난 2월 한국의 노사정 태스크포스(TF)는 퇴직연금 의무화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에 합의하면서 우선 DC형 제도 사업장을 대상으로 기금형 운용 선택권을 부여하는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김 소장은 “가입자들이 운용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면서 수익은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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