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원전 중심으로 에너지 전략 짜야"
2026.04.26 17:10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이미 안전선을 훌쩍 넘어
AI로 전력수요 급증하고
전쟁으로 유가 폭등해
원자력만이 현실적 대안
재생에너지로는 불가능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전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에겐 휴가철 항공권 가격과 동네 주유소 기름 값이 더 큰 관심사다. 그사이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거대한 전쟁이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걸 모르는 채 말이다. 지난 10여 년간 기후위기를 추적해 저서 '호모 카르보(Homo Carbo·탄소에 중독된 인류문명)'를 펴낸 신익수 숭실대 교수(51)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과학자들이 예측한 안전선 426.9PPM(2024년 기준)을 한참 넘어섰다"면서 "탄소 없이는 한순간도 지탱할 수 없게 된 인류 문명이 파국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신 교수는 평생 초고감도 바이오센서와 전기화학 기반 질병 진단 기술을 연구해온 화학자다. 그런 그가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5년 미국에서 방문 연구를 진행하던 때였다. 신 교수는 "파리협정이 내세운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 1.5도 이내로 억제' 목표를 접하고 의아했다"면서 "그 목표가 '열역학적'으로 달성 가능한지 분석한 게 출발점"이라고 털어놨다. 10년간 참고문헌 1000여 편을 낱낱이 파헤친 끝에 그가 건져 올린 진실은 서늘했다. "우리 앞에 남은 시나리오는 두 가지뿐입니다. 처참하게 패배하거나, 혹은 조금 덜 처참하게 패배하거나."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는 만들어지지도, 사라지지도 않고 형태만 바뀐다'는 절대적인 원리다. 아인슈타인은 열역학을 우주의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물리이론이라고까지 했다. 즉 우리가 쓴 에너지는 공기 중 탄소와 쓰레기로 그 모습을 바꿔 반드시 남게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절대 거스를 수 없는 불변의 렌즈로 이 세상을 투사하자 '넷제로'의 가면 너머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신 교수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에 대한 환상을 철저하게 논파한다. 그는 "공기 중 탄소를 다시 빨아들여 저장하는 것은 쉽게 말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술"이라며 "세계 최대라는 아이슬란드 포집시설로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려면 3000만년이 걸릴 것으로 계산된다"고 꼬집었다. 나무를 심어 탄소배출을 상쇄하는 것도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2023년 애플워치 새 모델을 출시하며 '탄소중립 달성'을 강조했던 애플이 대표적이다. 그는 "숲을 만들어도 공기 중 탄소가 나무 형태로 바뀐 것이고, 그 나무가 죽으면 다시 튀어나올 탄소일 뿐"이라며 "땅속에 갇혀 있던 화석연료를 태워 공기 중 탄소 농도 총량이 올라간 현 상황을 해소할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설상가상으로 인공지능(AI) 혁명은 기후위기에 재앙으로 작용한다. 신 교수는 "AI는 데이터에 질서를 부여하는 대신 전력을 소진하는 거대한 열기관"이라며 "에너지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AI가 기후위기를 더 부추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우리 앞에 단 한 가지 선택지가 놓여 있다고 말한다. 무탄소 에너지를 기반으로 에너지 믹스를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현재 기술로는 원전을 중심축으로 두고,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로 이를 보완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며 한국 에너지 환경은 하나의 '고립계'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웃 국가와 전력 협력이 불가능하고, 척박한 자연환경을 가진 한국이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구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분당·일산 크기의 땅에 태양광 패널을 깐다고 해도 주요 반도체·화학·철강 공장을 전부 폐쇄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독 한국에서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탈원전이라는 미신이 강하게 퍼져 있다"면서 "후쿠시마 원전보다 진앙에서 가까웠던 오나가와 원전은 현재 지진 대피소로도 사용될 만큼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사고의 본질은 쓰나미로 인한 비상 발전기 셧다운이 부른 냉각 기능 고장이 문제였고, 원전 자체의 안전성과는 무관하다는 얘기다.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서도 "태평양 연안 국가들 해안에서 측정된 수치는 자연 배경 방사선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과학계에서는 이미 위험성이 없다고 논쟁이 끝난 얘기"라고 일축했다.
"대기 중 탄소 농도는 인체의 DNA까지 변화시켜 이전 세대보다 4년 더 빠르게 늙게 만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한층 더 혹독한 세상에서 살게 됩니다. 기후변화는 북극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제입니다."
[박태일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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