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교통지옥' 되기 전 대비해야 합니다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2026.04.27 06:31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폭등하자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석유 사용량은 오히려 한 달간 0.25% 증가했습니다. 가격 상승을 우려한 가수요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결국 자동차 이용을 5부제 등으로 강제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이용을 선호한다는 방증입니다. 최근 대중교통 이용이 소폭 늘었다고는 하지만, 유가가 안정되면 다시 자가용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토교통부 수송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입니다. 철도는 18.2%, 버스의 경우 19.5%지만 승용차는 60.2%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선진국과 비교하면 대중교통 분담률은 월등히 높습니다. 튀르키예(25.9%), 헝가리(24.5%), 스웨덴(18.2%) 등 유럽 국가는 10%대에 머물고 있으며 호주는 9.8% 수준에 불과합니다. 승용차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한 구조인 셈입니다. 2022년 통근·통학 수단 조사에서도 한국은 자가용 53%, 대중교통 40%로 타국 대비 대중교통 이용률이 높습니다. 다만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시간 단축을 위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까지 추진될 정도로 압박이 심합니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건설 공사비 급등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이 악화하자 정부가 용적률과 고도 제한을 완화해 주면서, 정비사업 후 세대수가 2배 이상 증가하는 지역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는 물론 한남, 성수, 여의도, 노량진 등 한강벨트 대부분이 49층에서 70층 초고층으로 추진 중입니다. 세대수는 대폭 늘어나는데 도로 확충 계획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압구정과 한강벨트는 고가 아파트로 지어지는 만큼 가구당 자가용 수요가 훨씬 많은 지역입니다.
대중교통 확충도 지지부진합니다. GTX-A·B 노선 정도가 준공 시점에 맞춰 운행될 뿐 일반 지하철 등은 큰 변화가 없습니다. 버스 노선을 늘린다고 해도 자가용 이용률이 높은 이 지역 특성상 큰 도움이 되기 어렵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 가구를 넣기로 한 국토부와 코레일이 교통난을 우려해 '차 없는 도시' 구상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주차 요금을 대폭 올리고 승용차 이용을 억제해 도쿄, 홍콩, 싱가포르처럼 도심 진입 자체를 어렵게 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일본은 인구의 18%만 차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도쿄는 아파트 내 주차장을 별도로 판매하기 때문에 웬만한 부자가 아니면 1가구 1차량이 가장 흔하다고 합니다. 도쿄 지하철에 정장 차림의 직장인이 가득한 이유입니다. 홍콩과 싱가포르 역시 주차 공간을 고가에 판매하며 차량 유지비를 높여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합니다.
서울의 대중교통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지만 이미 9호선 특급과 김포 골드라인은 '지옥철'로 불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초고층 대단지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서면 교통 상황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도로 교통은 지금보다 2배 이상 악화할 것이고 대중교통은 더 처참한 지옥이 될 것입니다.
주택 공급도 시급하지만, 그에 따른 교통 대책을 별도로 챙겨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도로와 철도 건설은 아파트 공사보다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도쿄, 홍콩, 싱가포르가 시행 중인 강력한 교통 정책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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