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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누른 기름값… 정부, 정유사 손실 보전 얼마나 해줄까

2026.04.27 00:25

[이슈 분석] 최고가격제 ‘딜레마’
연합뉴스

1분기 정유사 실적 발표를 앞두고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인한 정유사 손실을 정부가 얼마나 보전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정부는 정유업계가 먼저 손실액을 제시하면 검증을 거쳐 최종 보전액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와 정유사 간 손실 보전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최대한 인정받으려는 정유업계와 재정 지출을 줄이려는 정부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할 수 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유업계의 1분기 호실적이 예고된 점도 변수다.

26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관계부처는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지난달 13일부터 오는 6월 말까지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의 생산 원가와 최고가격 간 차액에 대한 손실 보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먼저 정유사들이 원가에 기반해 자체 계산한 손실액을 회계법인 검수를 거쳐 정부에 제출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회계·법률·학계 등 석유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최고가격 정산위원회’ 검증을 거쳐 최종 보전 규모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총 4조2000억원 규모의 예비비가 편성된 상태다.

관건은 ‘정유사 원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남경모 산업부 장관정책보좌관은 “원가는 정유사가 휘발유나 등유, 경유를 만드는 과정에서 들어간 원유 가격과 생산 비용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계적으로 이를 산출하는 작업은 쉽지 않다. 정유 공정은 수입한 원유를 가열해 휘발유, 경유 등을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연산품’ 구조다. 총원가는 산출할 수 있어도 휘발유 원가, 경유 원가를 각각 계산하긴 쉽지 않다는 게 정유업계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 원가 산정 기준이 어떻게 되는지 (정부 발표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정유사가 제출한 원가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정산위원회를 통해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유사 측 손실 규모와 최종 확정된 보전액의 간극이 크면 행정소송 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제유가 급등에 정유업계가 1분기에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호실적)를 앞둔 점도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증권가에선 정유 4사가 1분기에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기존 재고의 평가이익이 늘고 정제마진(원유와 석유제품 가격 간 차이)도 개선되며 고실적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실적이 최고가격 정산과 맞물리면 ‘정유업계의 과도한 이익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정유업계는 이번 1분기 실적은 재고평가이익 증가라는 회계상 효과에 따른 착시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2022년 상반기에 정유업계가 12조원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자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횡재세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전쟁 이후 ‘애프터 석유가격제’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도 쟁점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2차 최고가격 시행 이후 현재까지 누적된 인상 억제분은 ℓ당 휘발유 125원, 경유 628원, 등유 573원에 달한다. 손실 보전 규모를 줄이려면 될 수 있는 대로 최고가격제를 빠르게 종료해야 하지만 이 경우 인상 억제분이 빠르게 소비자 판매 가격으로 전가될 수 있다. 세금으로 유가 변동성을 메우는 최고가격제의 딜레마를 줄이기 위해 출구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류 취약계층 등에 대한 맞춤형 지원 등 타깃형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직접적 시장 개입보다 유류세 인하 등 간접적 가격 조정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정세가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국내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펴보며 유연하게 최고 가격제를 운용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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