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중심 차량 경쟁서 뒤져… 전기차 대응도 실패
2026.04.27 00:34
한때 ‘강남 쏘나타’로 불리며 국내 수입차 시장을 호령했던 일본 혼다가 결국 ‘올해 말 한국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스바루(2012년), 미쓰비시(2013년), 닛산·인피니티(2020년)에 이어 혼다까지 짐을 싸면서 이제 한국에는 도요타·렉서스만 남게 됐다.
혼다의 몰락은 수치로 증명된다. 지난해 한국에서 팔린 일본 혼다 차는 1951대. 수입차 판매 1위를 구가했던 2008년(1만2356대)의 6분의 1 수준이다. 올 1분기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전년 동기 대비 70% 급감한 211대 판매에 그쳤다. 지난해 한국에 상륙해 6107대를 팔아치운 중국 BYD(비야디)의 공세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결국 혼다 본사는 창사 69년 만에 기록한 사상 최대 적자(약 6조4000억원 전망)를 타개하기 위한 글로벌 구조조정의 첫 타깃으로 한국 시장을 지목했다. 왜 한국은 ‘일본차의 무덤’이 된 것일까.
①환율 직격탄 맞은 ‘미국산 일본차’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지난 23일 기자회견에서 주된 철수 이유로 ‘환율 급등’을 꼽았다.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혼다 어코드와 CR-V 등은 전량을 미국 오하이오 공장에서 만든다. 그간은 한·미 FTA 덕분에 관세 등 각종 비용 부담을 덜었다. 그러나 최근 달러 강세 심화와 수입 원가·물류비 급등이 관세 혜택을 상쇄하며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본 현지 생산 비율이 높은 도요타·렉서스는 지난해 한국에서 2만4655대를 판매하며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테슬라에 이어 수입차 판매 4위를 기록했다. 도요타·렉서스가 엔저 효과를 누리며 수익성을 방어한 것과 달리, 혼다의 ‘미국산 일본차’ 전략은 독이 된 셈이다.
②‘SDV 경쟁’ 속 상품성 역전
전문가들은 더 근본적인 문제로 ‘상품성 역전’을 꼽는다. 과거 일본차는 ‘내구성 좋은 가성비 수입차’ 이미지로 한국 시장을 공략했다. 하지만 최근 반자율 주행·대형 디스플레이·인포테인먼트 등을 중시하는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다. BMW·벤츠 같은 유럽 브랜드와 현대차·기아 등 국산차가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경쟁을 벌이는 사이, 일본차는 아날로그적 감성에 머물렀다는 평가다.
닛산·미쓰비시 등이 철수한 사례를 기억하는 소비자들이 중고차 감가를 우려하는 것도 수요 위축의 요인이 됐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1990년대 전기차를 개발한 데 이어 2000년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 개발을 선도한 혼다조차 주도권을 잃은 게 일본 자동차 산업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③전동화 전환도 실패
국내 전기차 판매가 매달 신기록을 세우는 가운데, 혼다가 전동화 대응에 실패한 것도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혼다는 전기차 ‘제로 시리즈’와 아큐라 RSX를 양산 직전에 포기하는 강수를 뒀고, 소니와의 전기차 합작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그 연장선에서 북미 시장을 겨냥해 내년부터 출시하기로 했던 자율주행차 계획도 접었다. 하이브리드 차종의 강자이지만, BYD·테슬라 등 중국산 전기차와의 가격 경쟁과 관세 충격,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여파 등을 이기지 못하고 순수 전기차 시장에서 후퇴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혼다의 철수는 일본차 전반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며 “전동화와 SDV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에서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자동차 산업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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