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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 통과했지만···의료계·환자 형사특례 범위 놓고 ‘시행령 전쟁’ 예고

2026.04.26 16:31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업무준비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대한 의료진의 형사책임 부담을 완화하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형사특례 범위 등 핵심 사항은 하위법령에 위임됐다. 법 시행까지 남은 1년간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의 내용을 두고 의료인 단체와 환자·소비자단체 등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와 일부 환자·소비자단체 입장이 정면으로 엇갈리고 있다.

개정안은 형사특례를 신설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중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중대한 과실이 없고 책임보험 가입과 설명 의무 이행, 손해 전액 배상 등 요건을 충족하면 의료인을 기소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개정안이 특례 적용 대상인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범위와, 특례에서 제외되는 ‘12대 중과실’ 판단 기준 등 핵심 쟁점을 시행령·시행규칙에서 구체화하도록 미뤄뒀다는 점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개정안 통과를 두고 “(의료인의) 사법 리스크 완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지만 속내가 복잡하다. 12대 중과실 기준이 모호하거나 광범위하게 설정되면, 기소 여부를 둘러싼 수사와 법적 다툼이 계속돼 실질적인 사법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없다는 우려가 있다. 의협 관계자는 “법 취지가 살려면 면책에서 제외되는 중과실 항목을 누가 봐도 명백한 사안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환자·소비자단체는 개정안에 ‘위헌성’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한국환자단체연합회·소비자시민모임 등은 “보건의료인에게만 예외적인 형사면책 특권을 부여하는 것은 형사법상 평등 원칙에 어긋나며, 피해자와 유족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위헌적 요소를 포함한 수사·형사 특례 조항이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현했다.

이들이 특히 문제 삼는 지점은 손해배상금 지급을 조건으로 의료인에 대한 기소를 제한하는 구조다. 의료기관이 손해를 배상했다는 이유로 기소가 제한되면, 피해자는 ‘손해배상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형사책임을 물을 것인지’를 사실상 선택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는 것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후속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사고 피해자나 유족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성을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자 진영 입장이 단일한 것은 아니다. 암·다발골수종·폐암 환우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개정안 통과에 대해 “처벌 중심에서 ‘피해 구제’와 ‘신뢰 회복’으로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환영 성명을 냈다. 고위험 진료 의존도가 높은 중증환자에겐 의료진이 사법 부담 탓에 필수의료를 기피하는 상황이 더 큰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결국 개정안 후속 논의 핵심은 형사특례 문턱을 어디에 둘 것이냐로 모인다.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를 넓게 잡고 중대 과실을 좁게 인정하면, 특례 적용 대상은 커진다. 반대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를 좁게 잡고 중대한 과실을 폭넓게 인정하면, 특례 적용이 줄어든다. 의료계가 우려하는 것이 ‘유명무실한 특례’라면, 환자·소비자단체가 우려하는 것은 ‘과도한 면책’인 셈이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개정안 심의 과정에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중증 진료 환경을 보호해 환자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고 입법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환자·소비자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하위법령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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