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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화 성공하면 '횡재세' 논의 사라질 것"

2026.04.26 17:56

[인터뷰]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위기 속 떼돈 버는 일 없도록"... 사후정산·전속거래 족쇄 풀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동전쟁발 위기극복을 위한 주유업계 을지로위원회 사회적대화와 관련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이번 사회적 대화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면, '횡재세'를 부과하자는 논의도 안 나오겠죠."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횡재세 도입 필요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답하고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웠다.

중동 사태 이후 천정부지로 치솟은 기름값에 비명을 지르던 중소상인들을 위해, 정유사와 석유화학사 등 거대 기업들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낸 그 였다. 실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9일 정유사-주유소 협약을 시작으로 14일 플라스틱, 21일 아스콘과 페인트 업계까지 잇달아 '상생 협약'을 맺으며 릴레이 행보를 이어왔다. 김 의원은 그 선봉장에 서 있었다.

사실 이번 사회적 대화가 얼핏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과거 민주당의 화법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대화' 보다는 강도 높은 규제에 무게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 '횡재세'를 맨 처음 화두로 던지며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던 이도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지난 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야당 대표였던 그는 정유사의 초과 이익을 환수하자는 횡재세 카드를 전면에 내걸었다. '시장 침해' 논란에 부딪치며 도입되지 못했지만 이젠 정권이 바뀌었다. 횡재세 역시 언제든 실현가능한 카드가 됐다는 이야기다.

2026년, 다시 중동 전쟁이라는 데칼코마니 위기를 맞이했지만 민주당이 택한 건 사회적 대화였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에게 질문을 건넸다.

'횡재세' 주장했던 민주당, 이번엔 '사회적 대화' 꺼내든 이유

김 의원은 "정유사가 위기 상황에 '떼돈'을 버는 게 정의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법인세를 추가로 거둬야 한다는 논의가 생겨난다"면서 "애초에 '횡재세를 부과하자'라는 사회적 이슈가 생기지 않는 상황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유사가 이윤을 내려놓고 중소기업과 상생한다면 횡재세 논의도 불필요하다는 접근이다.

그는 "누구는 위기를 이용해서 떼돈을 벌고 누구는 위기를 이용해 비명을 지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위기 상황을 이용해 떼돈을 버는 일들은 하지 않겠다, 오히려 위기 속에 고통을 겪을 중소기업, 소비자들과 고통을 분담하도록 하는 게 사회적 대화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의 모토가 '상생으로 위기 극복'이었는데 그 철학을 이번에 잘 실현해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릴레이 협약 중 가장 상징적인 성과는 단연 정유사와 주유소 간의 상생 협약이다. 김 의원은 꽤 오랫동안 '기름값이 채 오르기도 전에 주유소 간판 숫자가 가파르게 뛰는 구조'에 의문을 가져왔다고 했다.

보통 위기가 닥치면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하지만, 비싼 원유를 들여와 정제한 뒤 국내 주유소에 공급하기까지는 약 2~3주의 시차가 발생한다. 현재 주유소에서 팔리는 기름은 이미 2~3주 전 사온 '재고'이기 때문에 이전 가격으로 팔아도 손해가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오르는 기름값을 보면서 시민들은 주유소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오해하곤 했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정유업계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던 '깜깜이 유통 구조'에 있었다. 김 의원이 주목했던 구조적 모순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사후정산제'다. 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받을 때 단가를 모른다. 일단 물건부터 받고 한 달 뒤에나 가격을 통보받는 구조다. 유가 급등기, 얼마에 정산받을지 모르는 주유소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일단 판매가를 높게 잡고 볼 수밖에 없다. 김 의원은 "이런 구조가 소비자 가격까지 밀어 올리는 기제로 작동해 왔다"고 분석했다.

둘째는 특정 정유사 기름만 100% 받아야 하는 '전속거래제'다. 가령 에쓰오일 간판을 달고 있다면 설령 현대오일뱅크가 기름을 50원 더 싸게 팔아도 에쓰오일에서만 기름을 받아와야 한다는 이야기다. 선택지가 없는 만큼 주유소는 정유사가 가격을 올려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을'의 처지에 놓인다. 김 의원은 "정유사들은 주유소들에게는 '기름 품질'을 이야기하며 전속거래제를 고집해왔지만 정작 정유사들은 자기들끼리 기름을 교환해왔다"고 꼬집었다.

반면 이번 협약을 통해 앞으로는 전속거래제가 완화된다. 자사 물량 매입 의무가 60%로 줄어든다. 김 의원은 "시장이 경쟁 체제를 회복할 수 있도록 제약을 풀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후정산제도 폐지됐다. 대신 주유소가 오늘 사 오는 기름값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고 주문할 수 있도록 '사전 공고 가격'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들도 전향적"... 수개월 걸리는 사회적 대화, 2주 만에 타결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동전쟁발 위기극복을 위한 주유업계 을지로위원회 사회적대화와 관련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보통은 수개월이 걸리는 사회적 대화가 2주 만에 속사포로 마무리된 데는 대기업들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한 몫 했다는 게 김 의원의 이야기다.

"대기업들도 적극적이었어요. 물론 여러 원인이 있었겠죠. 이재명 정부의 성격을 보니까 윤석열 정부처럼 시장에 맡겨서 회사들이 알아서 해볼 수 있도록, 해주지 않겠구나 생각했겠죠. 무엇보다 정유업계에 대해서는 이미 담합 혐의로 검찰이 수사를 시작했어요. 공정거래위원회도 계속 들여다보겠다고 했고. 그런 게 부담이 됐을 수도 있죠. 또 정부가 일 처리 속도가 굉장히 빠르잖아요. 2008년 금융위기 때 석유화학 회사들이 나프트 가격을 담합했어요. 그런데 제재를 받은 건 거의 10년쯤 후예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니까."

이후 김 의원의 시선은 정유사를 넘어 석유화학 산업 현장으로 향했다. 원료를 공급하는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 등 석유화학 대기업은 가격을 올리고, 완제품을 사가는 대형 식품사는 오른 납품 단가를 반영해주지 않는 샌드위치 구조 속에서 중소 플라스틱 업체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김 의원은 양 끝단에 위치한 대기업들을 모두 찾았다. 석유·화학사에는 이미 올린 원료값을 소급해 인하해줄 것을, 식품사에는 중소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할 수 있도록 '납품 대금 연동제'를 실천해줄 것을 요구하면서다.

김 의원은 "석유·화학사가 지난 3월에 중소 플라스틱 업체들에게 기존 가격(153만 원)의 약 50%인 톤당 80만 원씩 가격을 올리겠다고 말했는데 (사회적 대화로) 20만 원만 올리기로 했다"며 "중소기업들로서도 부담을 덜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석유·화학사 역시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인 사후정산제는 폐지하지 못했다고 했다. 품목이 단순한 주유소와 달리, 나프타 하나로 수만 가지 제품을 찍어내는 석유화학 업계에서 '사후정산제 폐지' 시스템의 개혁은 당장 넘기 힘든 벽이었다는 것이다.

시스템은 바꾸지 못했지만 대신 그동안 법으로만 존재했던 '납품대금 연동제'를 현실로 끌어올리는 시험대로 삼기로 했다. 납품대금 연동제는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 그 상승분 만큼 납품 단가를 올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미 지난 2023년 법제화됐지만 이번 기회에 실태조사를 해보니 이 제도를 실시하는 기업이 10곳 중 4곳에 불과했다는 게 김 의원 이야기다. 대기업이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중소기업에 알리지 않거나, 지위를 이용해 연동제 포기를 합의하자고 제안하는 등 법의 테두리를 교묘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서면 고지를 안 한 대기업, 중견기업 6곳에 대해서는 이미 공정위가 조사를 하고 있어요. 정말 고지하지 않았다면 그건 하도급법 위반인 거니까요. 또 '둘이 (납품대금 연동제를) 안 하기로 합의했다'라고 하는데 그 합의가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인지 대기업에 강요를 받아 포기한 건지 그런 조사도 이참에 조사를 하자라는 거죠. 그래서 이번 사회적 대화에 공정위가 다 들어와요. 그런 점이 사회적 대화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는 거죠."

아스콘, 페인트, 인쇄업계... 사회적 대화 기다리는 '을' 기업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동전쟁발 위기극복을 위한 주유업계 을지로위원회 사회적대화와 관련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사회적 대화의 다음 상대는 도로 포장재인 '아스콘(아스팔트·콘크리트)'이다.

상황은 주유소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 1월 kg당 635원 수준이었던 아스팔트 가격이 중동 사태로 지난 4월 1100원까지 2배 가까이 폭등하며 도로 공사 현장은 마비 상태에 빠져 있다. 김 의원은 당장 "정유사들이 일제히 가격을 올린 것은 담합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날을 세웠다. 특히 6월 장마 전까지 도로 공사를 마쳐야 하는 업계 특성상 지금이 사회적 대화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격 인하와 공급 확대가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른 가격을 낮추는 것과 아스콘 공급을 늘리는 작업이 동시에 필요하다. 정유사들의 아스팔트유 수출 비중이 지난해 기준 59%로 높은 편인데 이를 국내로 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정유사와 아스콘 중소기업체 사이에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대리점의 사재기 가능성을 언급하며 "석유사업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력 경고했다.

그렇다면 이미 주유소 협약에서 한 차례 양보를 거듭했던 정유사들의 입장은 어떨까. 김 의원은 "주유소 업계와 문제를 한번 해결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듯 보였다"고 답했다. 하루 빨리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아스콘 중소기업들의 최대 수요처는 조달청이다. 현행 국가계약법상 물가 연동 장치가 마련돼 있지만, 여기서도 정유사의 '사후정산 관행'이 발목을 잡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정유사로부터 구입한 원료 영수증을 근거로 조달청에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해야 하는데, 정유사의 영수증 발행이 늦어지는 탓에 즉각적으로 높아진 원료값을 돌려받을 수 없는 구조다. 김 의원은 이 시차를 메우기 위해 영수증이 늦게 발행되더라도 이를 근거로 중소기업들이 납품 단가를 소급해 올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페인트 업계 역시 아스콘 업계와 마찬가지로 지난 21일 사회적 대화 기구의 닻을 올린 채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 공사의 마침표는 외벽 도색과 옥상·지하 주차장의 방수 작업이다. 여기에 필요한 재료가 원유에서 뽑아내는 '폴리올'과 같은 화학 제품이다. 김 의원은 "벽에 칠이 달라붙게 하는 물질들이 공급되지 않고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다 지어놓은 아파트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쇄업계 역시 사회적 대화를 기다린다. 종이에 글자를 붙잡아두는 잉크 역시 석유화학 제품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구조 개혁'을 동반하지 않은 사회적 대화는 일시적이다. 이번 사태가 진정되고 나고도 공정 거래를 지속하도록 할 방안은 없을까.

김 의원은 '위기 시를 대비한 납품대금 연동제'를 꺼내들었다. 현재 납품대금 연동제는 3개월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작동한다. 가격이 완만하게 오를 때는 유효한 구조이지만, 고작 몇 주 만에 원가가 폭등하는 지금과 같은 비상 시국에서는 호흡이 너무 느리다는 게 김 의원의 판단이다. 그는 "평균치를 계산할 여유가 없는 급등기에는 가격에 즉각 반영할 수 있는 별도의 트랙이 필요하다"며 법제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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