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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스트레스 풀고, 나만의 시간”... 서울하프마라톤의 ‘엄마 러너’들

2026.04.26 16:28

26일 서울하프마라톤에 참가한 '엄마 러너'들이 출발 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전슬기, 가혜련, 박현경, 이은정씨. /김지호 기자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 평소라면 자동차로 가득 찼을 세종대로가 ‘러너’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봄날의 달리기 축제’ 2026 서울하프마라톤(서울특별시·서울특별시체육회·조선일보사 공동 주최) 참가자들이었다. 10주년을 맞은 올해 대회에는 2만1545명이 참가해 광화문광장에서부터 여의도공원(10㎞ 부문), 상암 월드컵공원 평화광장(하프 부문)까지 이어지는 서울 도심을 달리며 봄의 정취를 만끽했다.

그중엔 잠시 육아에서 벗어나 마라톤을 뛰며 삶의 활력소를 찾으려는 ‘엄마 러너’들도 있었다. 서울의 한 방송사에 근무하는 이은정(36)씨는 1시간 24분 8초 기록으로 10㎞를 완주했다. 기록은 하위권이었지만 결승선을 통과하는 그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이씨의 아들 김이현(4)군이 엄마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숨이 차서 헥헥대면서도 자신이 마실 물보다 아들에게 줄 바나나와 빵을 먼저 챙겼다.

이씨는 2022년 아들을 출산하고 육아 휴직을 쓴 뒤 2024년에 복직했다. 시부모나 친정 부모 도움 없이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상황이다. 그는 ‘워킹맘’으로서 스트레스를 풀고자 작년 겨울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이씨는 “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밤 10시에 뛰러 나가면 사람도 많지 않고 아무 눈치도 보이지 않아서 힐링이 됐다”고 했다. 그는 “육아하면서 계절이 바뀐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때가 많았다”며 “봄 날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10㎞ 부문에 참가한 서울의료원의 14년 차 간호사인 전슬기(37)씨는 초등학교 3학년생과 1학년생 아들 둘 엄마다. 2년간의 육아 휴직을 마치고 6월 복직 예정이다. 스물셋에 사회생활을 시작해 아이들을 낳고도 출산 휴가만 쓰고 바로 병원에 복귀했을 정도로 “일을 사랑한다”고 한다. 복직을 앞두고 최근엔 옷장 속에 넣어놨던 간호복을 꺼내 입어보며 병원 생활을 기대하고 있다.

26일 2026 서울하프마라톤 10km 부문에 참가한 '엄마 러너' 이은정(가운데 왼쪽)씨와 전슬기(오른쪽)씨가 도착지 여의도공원에서 가족과 기념 사진을 찍었다. /김지호 기자

그러나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이 가득하다. 복직 후엔 3교대 근무를 해야 해서 아이들과 얼굴도 못 보는 날이 많아질 예정이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엄마, 회사 안 가면 안 되냐”며 투정을 부린다. 전씨는 “내가 사랑하는 일과 아이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면 내 체력이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게 러닝이다. 월·금요일엔 집 근처 대학 운동장을 가볍게 뛰고, 주말엔 10㎞씩 달렸다고 한다. 이번 서울하프마라톤 기록은 1시간 6분 47초. 목표했던 1시간 5분 이내 완주엔 모자랐지만, 전씨는 “엄마가 대회를 준비하고 완주해 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꾸준한 노력의 가치’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마 응원을 나온 두 아들 최윤우·최준우군은 “엄마가 정말 멋있어 보인다”며 “우리도 엄마랑 같이 마라톤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가혜련(37)씨는 질병을 안고 태어난 딸을 생각하며 10㎞를 달렸다. 2023년 출산한 가씨의 딸은 ‘선천성 근성사경’을 갖고 태어났다. 목 근육 한쪽이 짧게 태어나서 목이 좌우 비대칭인 질병이다. 1년 반 동안 대학 병원을 다니며 치료받아 다행히 완치됐다. 가씨는 “아이에 대한 미안함도 크고 심리적으로 불안했다”며 “러닝을 하면서 마음의 짐을 덜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의 기록은 1시간 4분 21초. 가씨는 “우리 아이가 아픔을 털어냈듯이, 포기하지 않고 끈기로 완주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온 박현경(34)씨는 남편과 함께 10㎞를 뛰어 1시간 15분 7초에 완주했다. 2023년에 결혼한 박씨 부부에겐 생후 5개월 된 아들이 하나 있다. 한창 새벽에도 수유를 하고 기저귀도 갈아줘야 하는 시기라 박씨의 육아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집에만 박혀 있어서 우울감도 느꼈다. 괜히 남편에게 짜증만 부렸다. 그런 박씨에게 남편이 스트레스를 풀어보라며 러닝을 권했다. 남편은 박씨에게 “마라톤 대회 나가서 걷더라도 끝까지 해보자. 응원해 주는 사람도 많아서 기분 전환이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날 박씨 부부는 아이를 친오빠 집에 맡기고 서울하프마라톤에 참가했다. 박씨는 “오랜만에 남편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고, 이렇게 멋진 코스를 달리니 다시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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