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환율에 원화 구매력 뚝…실질실효환율, 금융위기 이후 또 최저
2026.04.26 15:44
26일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5.44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1.57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었던 2009년 3월(79.31) 이후 약 1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물가 상승분과 무역 비중 등을 고려해 산출하는 화폐의 상대적 구매력 지표다. 2020년 전체 화폐의 평균값을 100으로 기준 삼은 후 산출하는데, 지수가 낮을수록 해당 화폐가 국제시장에서 낮게 평가된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한국 지수 순위는 BIS 조사 대상인 64개국 중 일본(66.33), 노르웨이(72.7)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특히 원화 가치는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째 중국 위안화보다 더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직후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돌파하며 91.37까지 떨어졌다. 이후 지난해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확장 재정에 따른 유동성 증가 등으로 환율이 급등하자, 90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여기에 올해 초 미국·이란 간 갈등이 원화 환율에 직격탄이 됐다. 국제유가가 요동치며 환율과 수입물가가 급등한 탓이다. 달러화 등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등 영향으로 지난 한 달 동안 달러당 원화 가치는 6.3% 하락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수입물가지수는 169.38로, 2월(145.88) 대비 16.1% 급등하며 28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쟁으로 유가 등 원자잿값 인상이 수입물가지수로 이어졌다”며 “영향이 확산하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높은 에너지 대외 의존도, 잠재성장률 저하, 역외 투자 증가 등이 원화 실질가치 하락으로 이어진 근본 원인으로 꼽힌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석유·가스 위주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해외 공급망 리스크가 큰 데다 한국 외환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역외 투자 등 외부 요인에 환율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원화 실질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단기 환율 위험 방어뿐 아니라 공급망 다변화, 외환시장 관련 규제 완화 등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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