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실질 가치, 금융위기 이후 최저
2026.04.26 16:02
환율·수입 물가 동시 급등 영향
“전쟁 이전 수준 회복 쉽지 않아”중동 전쟁 여파로 원화의 ‘실제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환율 상승과 수입 물가 급등이 동시에 겹치면서다. 전쟁이 진정되면 환율이 다소 내려갈 수는 있지만,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5.44로 한 달 전보다 1.5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다.
실질실효환율은 여러 나라와의 환율과 물가를 함께 반영해 통화의 ‘체감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준치인 100보다 낮으면 과거보다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원화 약세는 이미 이어져 온 흐름이다. 2021년 이후 달러 강세와 아시아 통화 약세 영향으로 하락세로 돌아섰고, 최근에는 중동 전쟁까지 겹치며 80선까지 내려왔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 일본(66.33)과 노르웨이(72.70)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원화 가치가 하락한 건 환율과 수입 물가가 함께 뛰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주간 거래 종가 기준 6.3% 높아졌고,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선을 넘어섰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상승이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며 실질 구매력을 추가 약화시켰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3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는 169.38로, 2월(145.88)보다 16.1% 올랐다.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최근 종전 기대감이 확산하며 환율 상승세가 다소 진정됐으나, 여전히 환율은 1470~1480원 선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면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중동 전쟁 변수가 반영되기 전 수준까지 내려가긴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전쟁 이후 절대 수준이 높아지며 환율 상하단을 모두 올렸다”며 “연말 1400원 초반대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환율은 1400원 초반까지 하락한 뒤 4분기에는 1400원 중반으로 반등하는 U자형 흐름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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