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할 틈이 없네 … 최첨단 기술 무장한 밤의 도시
2026.04.26 16:07
화려한 네온사인과 분수 쇼가 전부였던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달라졌다. 유흥 도시라는 낡은 껍질을 벗고 콘텐츠와 첨단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미래형 도시로 변신했다. 1829년 스페인 탐험가가 사막에서 샘물을 발견하며 '초원'으로 불렀던 땅은 이제 세계적인 콘텐츠 도시로 거듭났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재편한 스피어
라스베이거스에 발을 딛는 순간, 가장 먼저 시선을 빼앗는 건 단연 스피어다. 높이 112m, 지름 160m의 거대한 구체를 5만3000㎡(약 1만6000평) 면적의 LED 스크린이 감싸고 있다. 도시 어디든 고개를 돌려도 눈에 들어온다.
스피어의 진가는 안에서 드러난다. 360도 초고해상도 LED 스크린이 시야를 빈틈없이 채우며 관객을 압도한다. 3층부터 7층까지 있는 공연장은 최대 2만명을 수용하고 스피커만 16만개 이상이다. 소리와 영상은 물론 진동과 향기까지 정교하게 조절한다. 공연은 관객을 전혀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
현재 상영 중인 '오즈의 마법사'를 직접 보니 그 위력이 실감 났다. 1939년 고전 영화 원본 필름을 구글 인공지능(AI) 기술로 고해상도로 복원·확장해 천장과 측면까지 꽉 채웠다. 도로시가 걷는 노란 벽돌길이 내 발밑에서 시작된다. 압권은 마녀가 날개 달린 원숭이 군단을 풀어놓는 장면이다. 원숭이로 분한 배우들이 객석 상공을 뒤덮는 순간 의자가 진동하고 피부에 바람이 닿는다. 회오리 장면에서는 강풍이 불고 꽃밭 위로 꽃가루가 흩날린다. 사과나무 숲에서 날아온 사과 인형을 주우면 기념품으로 챙길 수 있다. 공연 끝자락, 도로시가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 분위기가 정점에 달한다. 화면 가득 황금빛 평원이 펼쳐지고 조명이 밝아지자 1만8000여 명이 일제히 박수를 쏟아냈다. 고전이 AI와 4D를 만나 전하는 울림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입장료는 인당 115.50달러(약 17만원)부터다.
지하엔 테슬라 루프, 지상엔 운전석 없는 로보택시
땅 아래도 바뀌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보링 컴퍼니가 만든 '베이거스 루프(Vegas Loop)'는 테슬라 차량으로 지하 터널을 달리는 이동 시스템이다. 컨벤션센터와 주요 리조트를 순식간에 잇는다. 지상 교통체증은 이제 잊어도 된다.
컨벤션센터 지하로 내려가 직접 타봤다. 우버로 20분 걸렸던 스트립 정체 구간을 체감할 겨를도 없이 통과했다. 이용료는 편도 4.25달러(약 6000원), 왕복 7달러(약 1만원)다. 리조트 월드 라스베이거스가 2022년 전용 스테이션을 열며 가장 먼저 연결됐고 현재는 윈, 앙코르, 퐁텐블로에서도 운영 중이다.
지상에서는 또 다른 혁신이 현실이 됐다. 아마존 로보택시 죽스(Zoox)는 작년 9월부터 스트립 일대에서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한다. 처음부터 운전석 없이 설계했고 4인승 좌석은 서로 마주 본다. 실내에는 깔끔한 시트와 개인 스크린, 무선 충전 시스템이 있고 천장에는 별 모양 LED 조명이 박혔다.
직접 타보니 어색한 대화도, 팁 계산도 없다. 앱으로 호출해 목적지만 고르면 끝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70㎞로 제한했다. 현재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유료 운송 승인을 기다리는 단계라 무료로 탈 수 있다.
60년을 이어온 황제의 궁전, 시저스 팰리스
라스베이거스 중심 번화가, 일명 스트립은 약 6.8㎞ 길이로 세계 최대 규모 호텔과 카지노가 밀집한 거리다. 오랜 명물이던 미라지 호텔이 사라진 자리에는 기타 모양의 하드록 호텔이 올라가는 중이다. 연간 호텔 객실 점유율 80.3%, 미국 최대이자 세계 2위의 호텔 공급력을 갖춘 라스베이거스는 멈추지 않는다.
올해 개관 60주년을 맞은 스트립 중심부 시저스 팰리스는 라스베이거스의 정체성이자 살아 있는 역사다. 1966년 모텔 사업가 제이 사노가 사막 한복판에 고대 로마를 옮겨놨다.
영화 '행오버' 팬이라면 반가울 공간이다. 주인공들이 '기억에 남을 밤을 위하여'를 외치던 줄리어스 타워 로비와 선글라스를 끼고 나란히 걷던 복도까지.
사노는 정문에서 건물까지 40m의 간격을 의도적으로 설계했다. 분수 소리를 들으며 실물 크기 대리석 조각상을 지나는 동안 스트립 소음은 멀어진다. 호텔 이름에서 소유격('s)을 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명의 궁전이 아니라 발을 들이는 누구나 황제가 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호텔은 총 6개 타워다. 줄리어스, 팰리스, 노부, 옥타비우스, 아우구스투스, 콜로세움 타워가 연결된다. 스타 셰프 노부 마쓰히사와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세운 세계 최초 노부 호텔은 일본 특유의 젠 스타일로 조용한 쉼을 건넨다.
벨라지오 분수 쇼를 제대로 보려면 아우구스투스 타워의 스트립 뷰 객실이 답이다. 휴양 시설인 '가든 오브 더 가즈 풀 오아시스'는 테마 풀 7개와 웅장한 기둥으로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준다.
한식당 '먹바(Mokbar)'도 놓치지 말 것. 뉴욕 스타 셰프 에스더 최가 운영하는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돼지고기 육수 베이스의 김치라면이 대표 메뉴다.
스트립 신흥 강자, 리조트 월드
스트립 북부 붉은 전면 유리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물은 리조트 월드 라스베이거스다. 2021년 문을 연 이 신축 리조트는 힐튼 계열인 힐튼, 콘래드, 크록퍼드를 한 터에 모았다. 그중 콘래드 라스베이거스는 전 세계 콘래드 중 가장 크다. 객실에 들어서면 높은 층고와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진 통유리창이 개방감을 준다. 기본 객실 면적이 51㎡(약 15평)로 기존 스트립 호텔보다 여유롭고, 욕실에는 바이레도 어메니티를 비치했다.
백미는 66층의 '알레 라운지 온 66'이다. 스피어를 가장 이상적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자리다. 해가 지기 전에 방문하면 붉게 물드는 네바다 하늘과 스피어 조명이 교차하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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