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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더니…” 엔비디아 7% 뛸 때 70% 폭등, ‘왕의 귀환’ 알린 이 기업

2026.04.26 07:01

AI 시대 'CPU' 위상 달라져
테슬라, 엔비디아도 손 내밀며 기대감 확대

2년 전 다우지수 퇴출된 인텔
새 CEO 등판에 달라진 문화
립부 탄(Lip-Bu Tan)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대만 르 메르디앙 타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인텔 대만 4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몰락했던 반도체 제국 인텔이 부활을 노리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절대강자인 인텔은 AI 시대가 열리며 설계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에 주도권을 내줬고 TSMC가 점령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 채 뒷전으로 밀렸다.

하지만 지난해 립부 탄 최고경영자(CEO)가 사령탑에 오른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탄 CEO는 취임 후 인력감축과 대규모 투자유치, 1나노급 공정(18A)에 도전하며 기술 재건에 나섰다.

인텔의 기초체력인 CPU의 위상도 달라졌다. AI 에이전트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인프라 내 장치들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대두되면서 인텔의 CPU가 다시 존재감을 과시하는 분위기다.

인텔의 달라진 위상은 주가에도 반영됐다. 올해 엔비디아 주가가 7% 오르는 동안 인텔 주가는 70% 가까이 뛰었다.
2년 전 다우지수 퇴출, 올해는 70% 급등

불과 2년 전 인텔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시가총액 1000억달러가 붕괴하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에서 25년 만에 퇴출되며 경영난이 악화했다. 다우지수에서 인텔의 빈자리는 엔비디아가 채웠다. 반도체 기업의 세대교체를 상징적으로 알리는 장면이었다.

1990년대 인텔은 세계 PC 시장의 심장이었다. 공동 창업자 고든 무어가 제시한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도가 2년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이론)은 업계 불문율이 됐고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OS)인 윈도와 인텔 CPU의 결합인 ‘윈텔 동맹’은 경쟁자의 진입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경쟁상대가 없던 인텔의 첫 번째 오판은 스마트폰 시대를 읽지 못한 것이었다. PC용 CPU의 높은 수익성에 취해 모바일 프로세서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아이폰을 위한 칩을 만들어달라는 스티브 잡스의 제안을 거절할 정도로 자신 있었다. 모바일 시대는 한걸음에 찾아왔고 인텔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AP 시장을 퀄컴에 통째로 내줬다.

인텔이 놓친 또 다른 기회는 AI 시대였다. GPU가 AI 연산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흐름을 간과한 채 CPU 왕좌에 안주했고 GPU 최강자였던 엔비디아는 그 빈틈을 파고들어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다. 2021년 두 기업의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엇갈렸다.

2022년 말 챗GPT의 등장 이후에는 두 기업의 차이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벌어졌다. 파운드리 시장 투자로 적자가 심화된 인텔은 AI 시대의 낙오자로 뒤처지는 듯 보였다. 2021년 철수했던 파운드리 사업에도 재진출했으나 고객사 유치 실패로 수조원의 적자만 쌓였다.
싸우다 떠난 외부 출신 CEO, 구원투수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테라팹' 프로젝트를 위한 반도체 생산을 인텔에 맡기겠다고 했다./일론 머스크 X

인텔의 반전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인텔 최초의 외부 출신 CEO인 립 부탄이 회사를 이끌면서 기술혁신에 대한 의지가 달라졌다.

“인텔은 혁신에 뒤처졌고 고객 요구를 따라가지 못했다.”

탄 CEO는 취임 후 첫 공식 석상에서 인텔의 과오를 인정했다. 그는 누구보다 인텔의 행보에 답답함을 느꼈던 인물이다.

CEO에 오르기 몇 해 전 인텔의 관료적이고 보수적인 문화에 맞서 기술 투자를 주장하다 결국 이사회 멤버들과 갈등을 빚고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비대해진 인력, 위험 회피 문화, 경쟁사들에 비해 AI 전략에 대해 매번 우려를 표명했지만 당시 수익성 개선에 매몰됐던 인텔의 경영진과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인력 감축’을 두고도 이견이 있었다. 탄 CEO는 반도체 제조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정치적 이슈에만 몰두하는 중간관리자들을 내보내는 ‘인적 쇄신’을 주장했지만 인텔은 직원 약 15%를 해고하는 방향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결국 이사회에 사직서를 제출한 탄 CEO는 지난해 2년 만에 인텔의 구원투수로 다시 등판했다.

전임 CEO였던 팻 겔싱어는 1979년부터 인텔에서 일하고 32세 나이에 최연소 임원에 올랐던 인텔 ‘성골’이었다.

반면 탄 CEO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이상 미국 3대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기업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스의 CEO로 있었다. 그의 재임 동안 케이던스의 매출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고 주가는 3200% 상승했다. 시놉시스와 함께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베테랑’이었다.

미국 국적의 화교이자 싱가포르의 난양기술대에서 물리학 학사 학위, 매사추세츠공대에서 핵공학 석사 학위, 샌프란시스코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한 엔지니어 출신이기도 했다.

그의 첫 목표는 인텔을 ‘엔지니어 중심 회사’로 만드는 것이었다. 탄 CEO는 첫 공식 석상에서 “잃어버린 인재들을 다시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탄 CEO는 곧바로 케이던스와 애플, 구글 등 대표 테크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을 핵심 경영진으로 대거 영입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한승훈(숀 한) 부사장을 파운드리 부문 수석부사장(SVP) 겸 총괄 매니저로 영입했다.

상실했던 엔지니어 역량은 키우고 경영효율성은 높이기 위해 비핵심 자산 정리와 제품 경쟁력 향상에 집중했다. 이 같은 전략을 위해 ‘프로그래머블 칩’ 사업 부문인 알테라 지분 51%를 사모펀드에 매각하고 2024년 팔았던 아일랜드 파운드리 ‘팹34’ 지분은 재매입했다. 반도체 부활을 위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대규모 투자금을 받아내고 사업 재건을 위해 올해는 반도체 장비 주문을 지난해 대비 50%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AI 추론 시대, 달라진 CPU 위상
찬밥 신세였던 CPU의 위상도 달라졌다. AI 데이터센터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부각되면서 수요가 폭발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인텔·AMD는 올해 서버 CPU 생산 물량 대부분을 이미 팔았고 평균 납기는 1~2주에서 8~12주로 늘었다. GPU와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CPU까지 AI 인프라 병목이 확산한 것이다.

AI는 이제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코딩, 자율주행, 이미지 생성, 작곡, 업무 자동화 등 실행의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AI 초기에는 GPU를 통한 대규모 학습이 가장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추론 능력이 고도화되고 에이전트형 AI가 확산하면서 GPU의 성능을 무작정 올리기보다는 복잡한 로직 처리와 GPU 지휘를 담당하는 CPU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GPU가 아무리 빨라도 CPU와 메모리, 데이터 이동경로가 받쳐주지 못하면 전체 성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인텔의 최신 제온 프로세서에 탑재된 ‘AMX’ 가속기는 GPU 없이도 방대한 행렬 연산을 초고속으로 처리한다.

CPU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글로벌 빅테크도 인텔에 손을 내밀었다. 구글은 제온 CPU 채택을 늘리는 동시에 차세대 인프라 프로세싱 유닛(IPU)을 인텔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숙적이던 엔비디아도 ‘협력자’로 돌아섰다. 엔비디아가 자체 CPU를 설계하고 있음에도 기업용 소프트웨어 자산이 풍부한 x86의 유산을 무시할 수 없어 인텔과 인프라용 커스텀 CPU 공동 개발 및 지분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적자에 시달리던 파운드리 사업 역시 스페이스X·테슬라 ‘테라팹’ 프로젝트에 합류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테슬라는 30억달러(약 4조4448억원)를 들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관련 생산 기술연구 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인텔의 첨단 공정(1.4나노)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기대감이 반영됐던 주가는 실적이 증명되자 즉각 반응했다. 24일 인텔이 월가의 예상치를 뛰어 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는 하루 만에 20% 넘게 뛰었다.

인텔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7.2% 성장한 135억8000만 달러(약 20조 1500억원)를 기록했다. 2분기 매출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는 138억~148억 달러(최고 21조9500여원)로 제시했다.

부문별로는 데이터센터 및 AI제품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22% 성장한 약 51억 달러(7조5600여억원)를 기록하며 1분기 실적을 이끌었다.

회사 측은 AI 트렌드가 모델 학습에서 추론 컴퓨팅으로 이동함에 따라 인텔의 주력 분야 CPU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파운드리 매출은 전년보다 16% 성장한 약 54억 달러(8조여원)로 집계됐다. 시장 예상치는 상회했으나, 인텔은 매출 상당 부분이 자체 칩 생산에서 발생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 외부 고객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론 월가의 시각은 엇갈린다. HSBC는 인텔 목표주가를 50달러에서 95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올렸다. UBS는 완전한 부활엔 선을 그으면서도 목표주가를 올려 중장기 생존 가능성을 반영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매입하면서 R&D 자금 문제가 해결됐다”며 “인텔이 올해 CES에서 1.8나노급 파운드리 공정을 선보이고 테슬라의 AI 칩 생산 프로젝트에 참여해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만큼 궤도에 오른다면 TSMC의 시장점유율을 위협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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