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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치료의 패러다임 전환…'혈당' 넘어 '장기 보호'로

2026.04.26 15:00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심혈관·신장 합병증 관리가 예후 좌우…GLP-1 RA 등 조기 투입 권고
지침은 앞서가는데 현실은 '단계 치료'…급여 기준·환자 인식이 걸림돌


최신 당뇨병 치료는 단순한 혈당 조절을 넘어 '장기 보호'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2형 당뇨병 환자의 예후는 고혈당뿐 아니라 심혈관질환과 만성콩팥병(CKD) 같은 합병증에 크게 좌우된다는 근거가 축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가이드라인은 심장과 신장 보호 효과가 입증된 약제를 초기 치료 단계부터 고려하도록 권고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2021~22년 기준, 국내 30세 이상 성인 중 당뇨병 환자는 약 533만 명, 당뇨병 전 단계 인구는 약 1400만 명에 이른다. 당뇨병 환자 가운데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약 74%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혈당이 조절되는 비율은 약 32%에 불과하다. 당화혈색소는 혈액 속 혈색소가 포도당과 결합한 비율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혈당 조절률이 낮은 주요 원인으로는 동반질환이 지목된다. 국내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 하나 이상의 동반질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혈당뿐 아니라 이러한 동반질환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비율은 15.9%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반질환 등으로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미세혈관 및 대혈관 합병증 위험이 증가한다. 미세혈관 합병증에는 망막병증, 신장질환, 신경병증이 포함되며, 대혈관 합병증으로는 뇌경색과 허혈성 심장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합병증은 심뇌혈관질환이나 말기신장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당뇨병 환자의 사망 위험은 일반인보다 약 1.55배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당뇨병 환자 가운데 자신의 질환을 인지하고 있는 비율은 약 74%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당화혈색소 6.5% 미만으로 혈당이 조절되는 비율은 약 32%에 불과하다.ⓒChatGPT 생성이미지


혈당뿐만 아니라 심장·신장 보호하는 약제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는 고혈당 자체보다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암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심장과 신장은 기능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한쪽의 기능이 저하되면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해 당뇨병, 심혈관질환, 신장질환은 서로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형성하며 장기 예후를 떨어뜨린다. 

합병증이 동반된 당뇨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삶의 질이 저하될 위험이 약 1.5~3배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합병증이 발생하면 추가 치료가 필요해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라 의료비 부담도 일부 연구에서는 최대 79배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류영상 조선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2형 당뇨병은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비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혈당 조절만으로는 충분한 관리가 어렵다. 실제로 국내에서 당화혈색소, 혈압, LDL 콜레스테롤을 모두 목표 범위로 관리하는 비율은 10%대에 그친다. 이에 따라 당뇨병 치료는 혈당 조절을 넘어 동반질환과 합병증 위험까지 함께 관리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인슐린과 설포닐우레아 계열의 혈당강하제가 당뇨병 치료의 중심이었다. 이들 약제는 혈당을 낮추고 망막병증 등 미세혈관 합병증을 줄이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심혈관질환 같은 대혈관 합병증 예방이나 사망률 저하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또 강력한 혈당 강하 과정에서 저혈당 위험이 증가하고, 일부에서는 부정맥 등 심혈관계 부작용 가능성이 제기된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약제가 GLP-1 수용체작용제(GLP-1 RA)와 SGLT-2 억제제다. 이들 약제는 혈당과 체중을 낮추고, 무엇보다 심장과 신장 보호 효과가 입증된 것이 특징이다.

GLP-1 RA는 식사 후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GLP-1)의 작용을 활용한 약제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장의 음식물 배출을 지연시켜 식후 혈당 상승을 억제한다. 이 약제는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효과가 확인됐으며, 특히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ASCVD) 위험을 낮추는 데 강점을 보인다. 또 식욕을 억제해 체중 감소를 유도하고, 기존 혈당강하제에 비해 저혈당 위험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당뇨병 환자에게 체중 관리가 중요한 만큼, 실제 진료에서는 과체중이나 비만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억제해 소변을 통한 배출을 증가시키는 약제다. 혈당 조절 효과뿐 아니라 심부전 위험을 낮추고, 신장 보호 효과가 입증된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만성콩팥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도 확인됐다. 

GLP-1 RA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 릴리 등이 주요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SGLT-2 억제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베링거잉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조윤경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2형 당뇨병 치료는 여러 동반질환을 함께 관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다양한 약제를 조기에 고려하는 쪽으로 가이드라인이 개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혈당뿐 아니라 체중, 심혈관계 위험 요인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환자 중심의 포괄적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환자는 체중 관리가 중요한 만큼, 실제 진료에서는 과체중이나 비만 환자에게 GLP-1 RA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시사저널 임준선


심혈관질환·만성콩팥병 위험 낮추는 효과

이처럼 혈당 조절을 넘어 혈압·지질·체중 개선까지 기대할 수 있는 약제들이 심혈관질환과 만성콩팥병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보이면서, 당뇨병 치료의 중요한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당뇨병학회는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이거나, 심부전 또는 만성콩팥병을 동반한 2형 당뇨병 환자에게 메트포르민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심혈관·신장 보호 효과가 입증된 GLP-1 RA나 SGLT-2 억제제를 우선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도 최근 진료지침 개정을 통해 치료 전략을 조정했다. 심혈관질환이나 신장질환이 동반된 환자에게는 기존 치료 순서와 관계없이 GLP-1 RA 또는 SGLT-2 억제제를 조기에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두 약제를 우선 고려하며,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SGLT-2 억제제를 우선 고려하고, 사용이 어려울 경우 GLP-1 RA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수십 년간 세계적으로 2형 당뇨병 치료의 기본 약제로 사용돼온 메트포르민은 여전히 중요한 치료 옵션으로 활용되지만, 환자의 심혈관질환과 신장질환 위험에 따라 치료 전략이 더 유연하게 조정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심혈관질환이 없더라도 당화혈색소가 7.5% 이상인 고혈당 환자에게는 메트포르민과 함께 GLP-1 RA나 SGLT-2 억제제를 병용한다. 이는 심장과 신장을 보호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급여 기준 개선과 환자 교육 강화 필요

그러나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가이드라인의 권고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여전히 메트포르민을 1차 약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기존 혈당강하제로 조절이 충분하지 않을 때에야 비로소 GLP-1 RA 같은 주사제를 추가하는 단계적 치료가 일반적으로 이뤄진다.

국내에서는 메트포르민을 건너뛰고 치료 초기 단계부터 GLP-1 RA 등 주사제를 사용하는 데 제도적·현실적 제약이 존재한다. 이러한 제약의 가장 큰 요인은 까다로운 급여 기준이다. 현재 보험 기준에서는 체질량지수(BMI) 25kg/m² 이상이거나 혈당 조절에 실패한 경우 등에 한해, 메트포르민 등 기존 약제와 병용하는 형태로 GLP-1 RA 사용이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환자들의 인식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주사제보다 경구용 약제를 선호하는 경향 탓에 의사가 주사제를 권하더라도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치료 전환이 지연되면서 혈당 조절이 악화된 뒤에야 주사제 치료가 시작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국내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GLP-1 RA는 당화혈색소가 8~8.8% 수준에 이른 뒤에야 처방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기로 보면 당뇨병 진단 후 약 10년이 지나서야 주사제 치료가 시작되는 셈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박철영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현행 제도에서는 2형 당뇨병 진단 직후 메트포르민을 우선 사용하게 돼있고, 부작용이 있을 때만 다른 약제로 변경할 수 있다. 이러한 기존 일반원칙이 급여 체계와 처방 구조를 제한해 환자 상태에 맞춘 치료 선택에 제약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GLP-1 RA가 필요한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급여 기준 개선과 환자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초기 재정 부담이 큰 만큼, 이를 고려한 단계적 비용 조정 방안 마련이 과제로 남아있다. 박철영 교수는 "2형 당뇨병 환자는 심혈관질환과 만성콩팥병 등 동반질환 위험이 높아 단순 혈당 조절을 넘어 환자 상태를 반영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GLP-1 RA 등 근거 기반 치료제를 조기에 적용해 환자 중심 치료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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