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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기자→국회 비서관…급기야 변호사까지 된 사연 [본캐부캐]

2026.04.26 08:32

사람들의 본캐와 부캐를 동시에 만나는 시간

변호사 신완순

MBC 19기 공채 개그맨 출신, 전 TV조선 기자
"포기가 아니라 방향 전환이었다"


법대를 나왔지만 졸업 후 변호사가 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 사이 그는 개그맨이 됐고 기자가 됐고 국회 비서관도 지냈다. 어머니를 도와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다. 누군가의 눈에는 중심 없이 이 직업 저 직업을 떠돌다 뒤늦게 자리를 잡은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신완순 변호사는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무대 위에서 웃음을 빚었던 사람이 마이크 앞에서 세상을 전달하던 사람이 이제는 법정에서 의뢰인의 언어를 대신 말하는 사람이 됐다.변호사가 되고 싶어 연세대 법대에 진학했지만 "엉덩이가 가벼운 학생"이었다고 했다. 막상 사법고시를 앞에 두고 공부를 시작하려니 "도저히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방대한 공부량도 문제였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 삶의 경험이 없었다. 이혼을 해본 적도, 집을 사본 적도 없는 20대가 상속과 명도, 계약 분쟁의 세계를 이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는 사법고시를 포기했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전달하는 또 다른 직업인 기자를 준비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기자 스터디에서 알게 된 형이 한마디를 건넸다. "나랑 같이 개그맨 시험 보러 가자." 당시 신 변호사는 그게 자신의 진로를 바꿀 말이 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2012년 MBC 19기 공채 개그맨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땐 서경석, 이윤석 선배님들 같은 아이들로, 둘이 같이 시험을 보러왔으니 '뽑자'하고 하고 뽑아주신 거 같아요. 간절함이 없었다고 하면 개그에 전력을 다한 사람들에게 미안한 말인데, 막상 희극인실에 들어가 보니 재능의 벽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함께 무대에 섰던 김경진, 오정태 이런 분들은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웃음이 나잖아요."

코너를 잘 짜는 사람, 연기가 뛰어난 사람, 성대모사가 탁월한 사람, 개그맨에도 여러 종류가 있었는데 신 변호사는 "그 어떤 부류에도 해당하지 않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노력을 해도 어느 정도 이상은 못 하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재능이 타고난 사람을 노력만으로 넘어설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걸 처음 실감했죠."

당시 MBC에서는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개그 프로그램을 폐지하려 했다. 여기에 처우 역시 화려해 보이는 것과 달랐다. 회당 출연료 8~9만원 정도 수준에 세금 등을 제외하고 나면 한 달에 손에 거머쥐는 돈은 29만원 정도였다. 열심히 해 인지도를 높이면 광고도 하고 행사도 할 수 있었지만 신 변호사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자"고 마음먹고 기자 스터디로 복귀했다.

희극인실을 떠났지만 그 시간이 단순히 공백으로 남지는 않았다. 신 변호사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땐 군기가 강해서 군대보다 더 혹독한 집합 문화"였다고 기억했다. 새벽 6시에 나가 밤 1시에 들어오는 날들, 선배들에게 도제 방식으로 코너를 짜고 연기를 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것을 배우는 강도 높은 일과였다. 그 덕분에 이후 어떤 공부도 어떤 업무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기자 스터디로 복귀한 후 1년도 안 돼 신 변호사는 TV조선에 기자로 입사했다. 4년7개월 동안 기자로 일하며 약 1000개의 기사를 썼다. 그 과정에서 취재원만도 최소 1000명을 만난 셈이었다. 신 변호사는 "취재를 하면서 이혼, 전세 사기, 명도 소송 같은 현실 분쟁들을 직접 눈으로 봤다"며 "법 공부를 20대에 포기했던 이유가 오히려 뒤늦게 해소됐다"고 말했다.

기자를 하면서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자랐다. 어머니의 북카페 운영을 2년 가까이 도우며 그 생각은 더 구체화됐다. 몸을 쓰는 일에 한계를 느끼면서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결론은 원래의 전공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로스쿨 도전은 순탄하지 않았다. 한 번 떨어졌다. 낙방 후 국회 비서관으로 잠시 일하며 입법 과정을 직접 경험했다. 그리고 다시 도전했다. 변호사시험도 한 번 불합격했다. 법대 입학부터 변호사 합격까지 합산하면 10년이 넘는 시간을 돌고 돌아온 셈이다.

"차단기가 안 열리면 옆에서 보면 그만하라고 할 정도로 후진했다 앞으로 갔다를 반복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성격이에요.(웃음) 그래서 시험에 떨어져도 '그만해야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한 번 안 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너무 자연스럽게 다시 했어요."

30대에 접어들어 로스쿨에 들어가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20대에 손을 놨던 법이 이제는 손에 잡혔다.

"이러니까 이런 분쟁이 생기는구나, 소송을 다 이겨도 세입자가 안 나가면 명도가 안 되는구나, 이런 취재 현장에서 봐온 장면들이 법 조문과 맞닿으면서 공부가 쉽고 재밌게 느껴졌어요. 국회에서 입법 과정을 경험한 것도 법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고요."

많은 도전과 포기 끝에 새 길을 가고 있는 신 변호사는 "포기를 하는 것도 새로운 것을 쥐기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이라는 말을 믿는다고 했다. 20대의 그가 내려놓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 모두 자산이 되어 돌아왔다고.

변호사가 된 지 이제 3년이 됐다. 신 변호사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종사자들의 법률 문제를 특히 많이 다룬다고 했다. 개그맨 시절 함께했던 동료들 그리고 그 주변의 예능계 인사들이 가장 먼저 그를 찾았다.

"연예인이나 개그맨들이 법적인 문제를 겪을 때 가장 두려운 게 뭔지 아세요? 처벌이나 패소가 아니라 이 사건이 알려져서 밥줄이 끊기는 것이에요. 어디 큰 사무실에 맡기면 사무원이 알고 누가 알고 유출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저한테 오면 비밀이 지켜진다는 걸 아시니까 찾아오시는 것 같아요."

요즘은 전세 사기, 이혼 등 다양한 사건을 맡고 있다. 성범죄 사건도 남녀 불문하고 절반씩 맡고 있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여러 직업을 거쳤다는 게 의뢰인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기자를 하며 많은 취재원을 만났고, 개그맨을 하며 예체능계 사람들을 이해하게 됐고, 비서관을 하며 지역 민원을 처리했어요. 누가 어떤 얘기를 들고 찾아오든 어떤 방향으로 소송을 해야 할지 금방 보여요."변호사를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패소할 때라고 했다. 판결문이 먼저 자신에게 도착하면 그걸 들고 의뢰인에게 어떻게 전할지 고민하는 한두 시간이 가장 힘들다고. 특히 민사의 경우 "상대편의 변호사 수임료까지 제 의뢰인이 부담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지점들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신 변호사는 "얘기가 안 되는 사건은 처음부터 받지 않으려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소송보다 합의가 나은 경우엔 솔직하게 말한다고.

"변호사는 변호사 영역이 있고 기자는 기자 영역이 있어요. 저는 예전에 기자도 했고 개그맨도 했으니까 각 직군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만족하는지를 알아요. 같은 사건을 놓고도 방해금지 가처분, 형사고소, 손해배상 중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의뢰인과의 소통에서 결정되거든요. 그 소통이 저한테는 강점인 거죠."

그러면서 당분간 변호사라는 '본캐'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변호사를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이제 3년이 됐어요. 이제는 변호사를 본캐로 삼고 나머지를 부캐로 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그게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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