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베이커리 카페, '절세'와 '편법'의 위태로운 경계
2026.04.26 08:00
최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특정 업종의 상속 실태를 지목하며 제도 보완을 강력히 지시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주인공은 다름아닌 '대형 베이커리카페'다. 한적한 외곽 지역에 위치한 화려한 대형 카페들이 실상은 수백억원대 자산의 편법적 상속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전면적으로 제기된 것이다.
가업상속공제제도는 10년 이상 지속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할 때, 가업 자산 가액을 최대 600억원까지 상속재산에서 공제해 주는 파격적 제도다.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숙련된 고용 인원을 유지하겠다는 입법 취지는 분명 훌륭하다. 하지만 문제는 '어떤 업종이 이 거대한 혜택의 그물망에 들어오느냐'는 분류의 기술적 측면이다.
현행법상 단순히 커피와 음료를 판매하는 일반 커피전문점은 '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공제 대상에서 원천 제외된다. 그러나 직접 빵을 굽는 시설을 갖춘 베이커리카페는 사정이 다르다. 이는 '제과점업', 즉 법적 분류상 '제조업'에 해당한다. 가업상속공제의 핵심 타깃이 제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베이커리카페는 법망을 통과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제조업의 탈'을 쓰게 된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최근 몇 년 사이 외곽 지역에 대형 베이커리카페가 급증하게 된 결정적 배경이다.
여기에 입지적 특성이 결합한다. 대형 베이커리카페는 대개 부지가 넓고 목 좋은 곳에 위치한다. 만약 이 넓은 토지가 '사업용 필수 자산'으로 인정된다면, 부동산 가액 전체가 공제 범위에 포함되는 마법이 일어난다. 다른 정밀제조업에 비해 기술적 진입 장벽이 낮고, 자본만 투입하면 누구나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 또한 자산가들이 이를 상속 설계의 도구로 선택하는 주된 이유다.
많은 자산가가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이 업종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연 압도적인 세금 감면 규모에 있다. 구체적인 가상 사례를 통해 그 파급력을 분석해보자. 가령 수도권 요지에 300억원 상당의 토지를 보유한 자산가가 이를 단순히 자녀에게 상속할 경우를 가정하자. 상속세율 최고구간인 50%를 적용받고 각종 공제를 제외하더라도 약 150억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세금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부지에 베이커리카페를 설립하여 직접 10년 이상 운영하고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는다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운영 기간이 10년을 넘기면 300억원, 30년을 넘기면 최대 600억원까지 공제 한도가 늘어난다. 만약 10년 이상 내실 있게 운영했다는 명분을 얻어 300억원짜리 부동산을 가업 자산으로 인정받는다면, 과세표준에서 이 금액이 통째로 빠지게 된다. 이론적으로 상속세는 '0원'에 수렴할 수 있다. 수백억원의 자산을 세금 없이 온전히 물려줄 수 있다는 이 유혹은, 순수한 가업 승계의 의지를 넘어 '지능적 상속 꼼수'의 강력한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과세당국의 현미경
과세당국은 이미 이러한 흐름을 파악하고 외견과 실질이 불일치하는 사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음 네 가지 경우에 해당하면 세무당국이 상속 꼼수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1. 설비와 매출의 기형적 불일치 제과점업(제조업)으로 등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매장 내 제빵 시설이 형식적이거나, 매출의 대다수가 직접 제조가 아닌 외부 완제품 매입 및 단순 재판매에서 발생하는 경우다. 이는 제조업으로서의 실질이 없다고 판단될 근거가 된다.
2. 비정상적인 재무 구조와 부동산 비중 실제 영업이익은 미미하거나 연속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영업 자산 중 토지 및 건물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경우다. 당국은 이를 사업 목적이 아닌 오로지 부동산 가치 상승과 상속을 목적으로 한 '위장 사업장'으로 간주한다. 사업에 필수적이라고 보기 어려운 지나치게 넓은 주차장, 화려한 조경 부지, 부대시설을 '사업용 필수 자산'으로 묶어 공제받으려 시도할 때 당국은 가장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3. 경영의 진정성과 상속인의 개입 여부 상속인이 실질적으로 경영 총괄이나 레시피 개발 등 가업에 관여하지 않고, 전문 경영인이나 소위 '바지사장'을 내세워 명목상으로만 적을 두고 있는 경우도 주요 적발 대상이다.
4. 사후관리 요건의 위반 공제 혜택을 받은 후 5년이라는 사후관리 기간 내에 업종을 변경하거나, 고용 인원을 승계 시점 대비 90% 이하로 감축하는 등 법적 의무를 방기하는 행위다.
만약 초기 기획 단계부터 정상적인 사업 운영 의사 없이 오로지 절세만을 노리고 제도를 악용했다는 점이 드러난다면, 단순히 덜 낸 세금을 토해내는 수준에서 사건이 종료되지 않는다.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했다는 기망행위가 입증될 경우 '조세범 처벌법'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조세포탈죄는 징역형과 벌금형이 병과될 수 있으며, 벌금 액수는 포탈 세액의 최대 3배에 달한다. 자칫 세금을 아끼려다 자산의 상당 부분을 벌금으로 잃고 범죄 전과까지 얻게 되는, 가업 자체가 공중분해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10년 가업의 허구
이러한 꼼수 상속에 대해 "과연 10년을 가업이라 할 수 있는가"라는 대통령의 지적은 매우 유의미한 화두를 던진다. 백년기업을 꿈꾸는 가업의 숭고한 정신에 비추어 볼 때, 10년은 토지 보상이나 부동산 가치 상승을 기다리며 상속을 준비하기에 충분히 짧은 '기획의 기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도의 본령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수술이 불가피하다.
일단 단순 업종 코드 분류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전체 매출 중 제조 매출의 비중, 투입된 제조 설비의 객관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세부 심사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현재 5년인 사후관리 기간을 연장하거나, 기간 종료 직후 사업을 정리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단계적 공제 환수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업 자산 내에서 부동산 가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이를 비사업용 자산으로 간주하여 공제 한도를 대폭 축소하는 강력한 제어 장치가 필요하다.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지능적으로 세금을 줄이는 '절세'는 납세자의 정당한 권리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왜곡하여 껍데기만 가업의 형태를 빌리는 행위는 명백한 '편법'이자 '탈법'이다. 그 위태로운 경계를 가르는 종국적 기준은 결국 경영의 '진정성'에 있다. 조세 절감만을 목적으로 억지로 짜 맞춘 사업 구조는 정부 정책의 변화나 세무조사라는 외부 변수에 모래성처럼 쉽게 허물어진다. 애초에 법적 혜택을 받기 위해 가업이라는 형태를 '발명'해낸 것인지, 아니면 오랜 시간 땀 흘려 일궈온 가업이 있기에 그 보상으로 혜택을 '수혜'받는 것인지는 사후 검증 과정에서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다.
대형 베이커리카페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 상속제도의 공정성을 시험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진정성 있게 기업을 일구는 선량한 경영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교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함과 동시에, 자산가들 역시 '부의 대물림'에 앞서 '사회적 책임'이라는 납세의식을 엄중히 되새겨야 한다. 법은 실질을 결코 외면하지 않으며, 편법의 대가는 생각보다 가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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