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1초만에 물 끓이는 열 저장 분자
2026.04.26 08:01
주인공은 '피리미돈' 분자다. 자외선을 받으면 내부 구조가 접히며 에너지를 품고 염산을 만나면 원래 형태로 돌아오며 에너지를 열로 방출한다.
그레이스 한 미국 산타바바라캘리포니아대(UC산타바바라) 부교수팀은 햇빛을 화학 에너지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열로 방출하는 새로운 분자 소재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지난 2월 12일 발표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분자는 '피리미돈'이다. 피리미돈은 DNA 구성 성분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된 유기 분자다. DNA의 일부 성분은 자외선을 받으면 구조가 바뀐다. 이 원리를 에너지 저장에 응용했다.
피리미돈은 300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 파장의 자외선을 쪼이면 질소와 탄소 사이에 매우 불안정한 결합이 형성된 '듀어 이성질체(Dewar isomer)'로 변환된다. 듀어 이성질체는 억지로 눌러놓은 스프링처럼 높은 에너지를 내부에 품은 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후 소량의 산 촉매를 가하면 그 결합이 끊어지면서 저장된 에너지가 열로 한꺼번에 방출되고 분자는 원래의 피리미돈으로 되돌아간다. 충전하고 방전하고 다시 충전할 수 있는 '분자 수준의 충전식 배터리'인 셈이다.
연구팀이 듀어 피리미돈 107밀리그램(mg)을 물 0.46밀리리터(mL)에 녹인 뒤 염산(HCl)을 첨가하자 온도가 100도까지 치솟으며 1초 만에 물이 끓었다. 별도의 특수 환경 없이 상온에서 물만으로 이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재가 물에 잘 녹는다는 특성도 실용화 가능성을 높인다. 지붕에 설치된 태양열 집열기를 통해 낮 동안 분자를 충전하고 탱크에 저장했다가 밤에 꺼내 쓰는 방식이 가능하다. 기존 태양광 패널처럼 별도의 전기 저장 배터리가 필요 없고 소재 자체가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점이 핵심 차별점이다.
연구팀은 가정용 온수 공급, 취사, 도로·항공기 결빙 제거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향후 정밀 분자 설계와 단일 분자 분석 기술을 통해 소재의 대량 생산 가능성과 실제 시스템 적용을 위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참고자료>
doi.org/10.1126/science.aec6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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