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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일가 ‘재산환수’ 추적 해외편…12년 전 그 약속, 기억하십니까

2026.04.26 08:00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희생됐다. 정부는 유병언 일가를 지목하며 '책임 재산' 환수를 선언했다. 검찰과 예금보험공사 등 국가 기관이 총동원됐고, 일가의 재산은 동결됐다. 그로부터 12년, 그 약속은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가. KBS 취재진은 유 전 회장 일가의 국내외 재산을 현장 추적했다.

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고 유병언 전 회장의 세모그룹이 부도 처리됐다.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이 차례로 무너졌고, 예금보험공사는 예금자 보호를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언젠가 환수해야 할 국민 세금이었다.

당시 유 전 회장이 연대보증으로 짊어진 채무는 147억 원. 하지만 예보 추적은 느슨했다. 재산 조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고, "재산이 없다"는 주장을 별다른 검증 없이 받아들여 140억 원을 탕감해 줬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유 전 회장 일가가 은닉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국내외 재산이 드러나자, 예보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빚을 깎아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론이 들끓자, 예보는 뒤늦게 해외 부동산 가처분 신청과 불법 자금 회수 소송을 선언했다. "유병언 일가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공언했다.

부실 재산 조사 논란을 덮기 위한 뒤늦은 다짐, 12년이 흐른 지금 어떻게 지켜지고 있을까.

■ 아해프레스 소송…"호화 변호인단 밀려 '조용히 포기'?"


KBS 취재진은 미국 뉴욕 현지를 찾았다. 고 유병언 전 회장의 호를 딴 '아해프레스' 본사가 있는 곳이다.

유 전 회장의 사진 저작물을 홍보·판매하는 출판사로 알려진 이곳은 세모그룹 계열사 자금 수백억 원이 흘러 들어간 창구로 지목된 곳이다.

사실상 '은닉 재산처'로 의심받던 곳인데, 유 전 회장 차남이자 실질적 후계자로 알려진 유혁기 씨가 이곳 대표를 지냈다.


예보는 참사 직후인 2014년, 이곳에 불법 자금 약 360억 원이 유입됐다며 뉴욕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가 환수할 재산이 숨겨진 만큼, 소유권을 주장해 찾아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KBS 취재 결과, 예보는 불과 2년 만에 소송을 돌연 취하했다. 유씨 일가 측은 IMF 전 총재를 변호했던 '호화 변호인단'을 앞세워 맞대응에 나섰다. 소송을 제기한 예금보험공사가 승소 가능성이 낮다며 물러선 것이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

"현지 대리인 의견으로 승소 가능성이 낮고 손해배상 피소 가능성 등이 있어 소 취하가 좋겠다는 의견을 받았습니다."

참사 12년이 지났지만, 취재진이 찾은 ‘아해프레스’는 여전히 건재했다. 건물 주소지만 바뀌었을 뿐 간판은 그대로였고, 과거 유 씨와 함께 회사를 운영했던 부사장도 자리를 지키며 영업을 지속하고 있었다.

아해프레스가 계속 운영되고 있는 것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KBS 질의에 유혁기 씨 측은 현재 아해프레스 운영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 홍보는 요란… 알고 보니 '빈 껍데기' 재산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을 마쳤다며 요란하게 환수에 나섰던 주택들 실상은 또 어떨까.

미국 파운드릿지 대저택

뉴욕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파운드릿지. 유혁기 씨 부부가 2007년, 345만 달러에 매입한 대저택이다. 대지 41,000㎡에 침실 5개, 화장실 8개를 갖췄다.


예보는 2014년 보도자료로 이 저택 가처분 조치를 마쳤다고 대대적 홍보를 했다. 재산 환수가 곧 가시화된 것처럼 국민에게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푼도 환수하지 못했다. 유 씨 부부에게 수십억 원을 빌려준 현지 은행과 법인들이 이미 1, 2순위 담보권을 선점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손동후/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간상 먼저인 자가 권리상 우선한다는 것이 미국 부동산의 원칙입니다. 담보권이 먼저 등기되었기에 이후 발생한 모든 채권은 후순위로 밀립니다."

저택은 현재 강제 경매에 넘겨졌는데, 후순위인 예보가 받을 몫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사설 탐정' 고용했지만… ‘10분 거리’ 저택도 몰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해외 은닉 재산을 찾겠다며 사설탐정까지 고용했던 예보. 하지만 자신들이 가처분을 건 저택에서 불과 10분 거리에 있는 또 다른 부동산의 존재는 12년째 파악조차 못 했다.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베드포드. 대지 16,000㎡에 화장실만 11개인 대저택이다.

2009년 유혁기 씨의 부인이 운영하는 '베드포드모임 유한회사(LLC)'가 275만 달러에 사들였다.

그런데 KBS 취재 결과, 주택 담보대출 계약서에 서명한 당사자는 유혁기 씨 부부였다.

이승우/ 미국 뉴욕주 변호사
"부동산을 법인 이름으로 개인이 뒤에 숨어서 산 것으로 보입니다."

예보는 "14년도, 18년도에 고 유병언 전 회장 및 상속인들에 대한 재산조사를 진행했지만, 베드포드 유한회사와 관련된 재산은 나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승우/ 미국 뉴욕주 변호사

"이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개인적인 자산뿐만이 아니라 어떤 유한회사에 소속되어 있는지 그런 채권 추심 절차를 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정보들을 더 많이 얻을 수 있었겠죠. 예금보험공사가 그 절차를 적극적으로는 안 했다고 볼 수 있는 거죠."

현재 거주자 명부에는 유 전 회장의 차녀 유상나 씨의 남편과 이름이 같은 인물이 등록됐다. 유상나 씨는 현재 예보가 재산 환수를 진행 중인 당사자다.

유혁기 씨 측은 베드포드 모임 유한회사는 현재 이 저택을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유상나 씨 가족 거주 여부엔 답하지 않았다.

■ 손에 쥔 건 고작 '7억 원' … 환수되지 않은 책임


뉴욕 맨해튼 남부에는 38층짜리 고급 아파트가 있다. 자유의 여신상과 뉴욕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유혁기 씨 부부가 2003년 약 21억 원에 매입한 곳이다.

유 씨 부부는 참사 다섯 달 뒤인 2014년 9월, 이 아파트를 팔기로 하고 계약금 2억 5천만 원을 먼저 챙겼다.

예보의 대응은 매각 절차가 시작된 뒤에야 이뤄졌다.

뒤늦게 소송을 제기하고 가압류를 걸었지만, 3년 뒤 현지 은행 담보권과 공동명의자 유혁기 씨 부인 몫 등을 제외하고 예보가 손에 쥔 돈은 7억 5천만 원뿐이었다.

공적 자금 환수를 책임진 예보가 12년 전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다짐 이후 유병언 일가로부터 받아낸 건 이게 전부로 전해졌다.

KBS 취재가 시작되자 예금보험공사 측은 "보도를 통해 파악된 내용에 대해서는 차후 재산조사를 할 때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해 필요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병언 전 회장 일가 은닉 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겠다던 국가의 약속은 지난 12년 동안 어디에서 멈춰 서 있었던 걸까.

보다 자세한 내용은 오늘(26일) 밤 10시 20분, KBS 1TV 시사 다큐멘터리 <더 보다> ‘환수되지 않은 책임’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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