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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사내하청 근로자 215명 직고용해야”…대법 판단 재차 나왔다 [이인혁의 판례 읽기]

2026.04.26 06:05

대법 “구속력 있는 업무지시 인정”[법알못 판례 읽기]

포스코 포항제철소. 사진=연합뉴스


포스코가 사내하청 근로자 200여 명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양측은 고용관계가 ‘도급’인지 ‘파견’인지를 두고 10년 가까이 법적 분쟁을 이어갔다. 대법원은 포스코가 ‘구속력 있는 업무지시’를 한 게 인정된다며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이 같은 판결이 처음 나온 건 아니다. 2022년 7월 대법원은 이미 “사내 협력 업체 직원들도 포스코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이번에도 재차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대기업인 포스코는 이번에 승소한 200여 명뿐 아니라 총 7000여 명의 사내하청 근로자를 ‘직고용’하겠다는 플랜을 내놨다. 다만 아직 준비가 덜 된 다른 업체들에선 ‘직고용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하청업체 215명 승소 확정


대법원 제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 4월 15일 포스코 사내하청업체 직원 223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두 건에서 215명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포항·광양제철소에서 2년 넘게 근무했다. 포스코는 이들과 도급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근로자들은 ‘사실상 파견’이었다고 맞서며 2017년 소송을 냈다.

파견법에 따라 사용 사업주가 2년 넘게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그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생기는 만큼 도급인지 파견인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앞선 대법원 판례를 먼저 살펴보자. 대법원은 “근로자 파견 해당 여부는 당사자가 붙인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될 것이 아니다”며 “제3자가 해당 근로자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업무수행 자체에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하는 등 상당한 지휘·명령을 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내 하청 근로자와 원청 근로자가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구성돼 공동 작업을 했는지도 중요한 포인트였다. 하청업체가 작업에 투입될 근로자의 선발이나 근로자 수, 교육 및 훈련, 작업·휴게시간, 휴가, 근무태도 점검 등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는지도 눈여겨볼 대목이었다.

원고들은 각기 다른 6개 협력 업체 소속 근로자였다. 원심은 모두 원고 승소 판결했다. 각 협력 업체가 포스코의 작업표준서와 거의 동일한 내용인 데다 포스코로부터 적합성 점검까지 받은 작업표준서와 작업사양서 등에 따라 작업을 수행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전산관리시스템(MES)과 이메일 등을 통해 수시로 각 협력 업체에 작업의 대상과 방법, 순서 등을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급심 법원은 포스코 측에서 특정 작업을 우선해 수행하라고 요구하거나 특정 작업 방법을 요구한 것도 근로자 측에 유리한 대목으로 판단했다.

카톡으로 수시로 업무 보고


각 협력 업체별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A 협력사는 선박 접안과 원료의 하역, 운반 등 업무를 담당했다. A사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한 원료 하역 등 작업이 포스코의 생산계획 및 원료수급계획에 맞춰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피고(포스코)의 철강생산 전체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A사 근로자들에게 수시로 하역 등 업무 관련 작업지시를 하고 그 지시의 이행 여부에 대해 평가했다. 래들 관리와 슬래브 정정, 코일 연마 등 작업을 맡은 B사의 업무는 포스코의 연속 주조공정, 압연공정 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다.

C사는 롤 정비와 반입·반출, 연마 등 업무를 맡은 사내 하청업체다. 롤은 포스코의 압연공정에서 철강 소재를 얇게 성형하는 데 사용된다. 제품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C사의 업무는 포스코의 압연공정과 일체적·유기적으로 맞물린다.

A~C사 소속 근로자들이 수행한 업무는 작업표준 등에 따라 단순 작업을 반복한 것에 해당한다. 높은 전문성이나 기술력을 요구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A~C사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필수 시설은 포스코 소유였다.

포스코가 이들 회사에 대해 구속력 있는 지시를 내렸고, A~C사의 업무가 원청과의 ‘공동 업무’로 볼 수 있다는 게 법원의 취지다.

배합원료 생산과 운반, 가공 등 업무를 담당한 D 협력 업체에 대한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D사의 관리직 직원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수시로 포스코에 생산량, 배합 비율, 특이사항 등을 보고했다.

포스코의 배합 비율 등 지시사항은 그대로 D사 업무에 관철됐다. D사가 생산하는 원료인 펠렛의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포스코의 후속 공정에 문제가 발생했다.

D사의 펠렛 생산 업무와 포스코의 제선 등 후속 공정은 유기적으로 맞물려 있었다. 포스코가 D사의 인력을 줄여 변경계약을 체결한다는 계획을 통보하고 D사가 이에 따라 소속 근로자를 해고하는 일도 있었다.

포스코 “7000명 직고용할 것”


공장 업무를 맡은 F사 소속 원고도 포스코로부터 지휘·명령을 받는 근로자 파견 관계에 있다는 점이 원심에서 인정됐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포스코와 사내 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자 지위 확인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2011년 처음 시작됐다. 2022년 7월 대법원이 1·2차 소송에서 근로자들 손을 들어줬다. 당시 근로자 50여 명의 직고용 의무가 인정됐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3·4차 소송의 최종심이다. 현재 관련 소송은 10여 차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 참여 인원은 2000명에 달한다. 원고 총 463명이 참여하고 있는 5∼7차 소송도 2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포스코 측은 이번 대법 선고 직후 “3, 4차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 결과를 존중하며 승소한 직원들에 대해서는 관련 법적 절차에 따라 후속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지난 4월 8일 공표한 바와 같이 이번 승소 원고 215명에 한정하지 않고 원고와 유사 공정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철강생산공정에서 조업과 직접 연관된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조업 지원 협력사 소속 현장 직원 약 7000명에 대해 직고용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제적 직고용을 추진하는 것은 포스코그룹 차원의 안전 원칙과 의지를 실행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돋보기]
포스코엠텍 근로자 8명은 왜 패소했을까?


이번 포스코 사내하청 직원들의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의 원고는 총 223명이었다. 그러나 승소 인원은 215명이었다. 한 명은 정년을 넘겨 대법원이 직권으로 원심을 취소한 경우다. 그렇다면 나머지 7명은 왜 패소했을까. 이 7명은 냉연제품 포장 업무를 담당하는 포스코엠텍 소속 근로자들이었다.

대법원은 다른 협력 업체들과 달리 포스코엠텍은 포스코로부터 구속력 있는 업무 지시를 받는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포스코가 포장 업무 관련 작업표준서 작성에 관여하고 전산관리시스템(MES)을 통해 포스코엠텍에 포장 규격과 사양 등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됐다. 그러나 포스코는 포장 작업을 직접 수행한 적은 없었다.

반면 포스코엠텍은 1976년경부터 포장 작업을 했다. 1980년대 후반부턴 포스코 제철소에 포장 설비를 설치한 후 운영했다. 2004년엔 관련 특허도 출원했다. 포스코에 포장 규격과 사양의 개선이나 변경을 제안한 적도 있다.

또한 포스코엠텍은 소속 직원들의 근무조 편성 등에 대한 결정 권한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 대법원은 “(포스코엠텍은) 포장 업무의 직접적인 실행 과정에서 독자적인 경험과 기술을 보유했다”며 “작업표준서 등의 작성·변경 과정에서 포스코엠텍의 기술이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됐을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한 포스코엠텍의 포장 업무가 포스코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돼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포스코 근로자들은 코일의 품질을 확인하고 이상 발생 시 그 처리 방법을 결정하는 업무를 담당한 반면, 포스코엠텍 근로자들은 포장 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외관상 이상 유무를 확인했을 뿐”이라며 “(양측이) 수행한 업무가 어느 정도 구분되고 서로 대체하는 관계에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인혁 한국경제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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