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지 않은 LPG통에 가슴만 쓸어내렸다…화재의 시한폭탄 서울 판자촌 [세상&]
2026.04.24 18:46
송파구 복정역 ‘화훼마을’ 화재
주민들, 여전히 LPG·연탄 사용
현대화 어려워 맞춤 대책 필요
주민들, 여전히 LPG·연탄 사용
현대화 어려워 맞춤 대책 필요
|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화훼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박남근 씨 등 주민들이 나서 진화하고 있다. [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서울 판자촌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화훼마을에서 불이 나 집이 녹아내리고, 인명피해까지 났다.
구룡마을(개포동) 등 서울에 얼마 남지 않은 판자촌은 늘 화재에 취약하다. 하지만 현대화된 소방 시설을 설치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더군다나 주민들이 LPG(액화석유가스)·연탄 등 가연성이 큰 연료를 사용하고 주민 대부분이 고령이라 자체적인 초기 진화나 대피도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대참사의 ‘시한폭탄’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화훼마을에는 전날 발생한 화재 흔적이 남아 있었다. LPG통이 검게 그을린 모습. 이영기 기자. |
기자가 지난 24일 찾은 서울 송파구 복정역 인근 화훼마을에는 전날 발생한 화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장지동 버스정류장 인근에는 검게 그을린 가재도구들이 쌓여있었다. 도보와 마을을 구분하는 흰색 울타리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녹아내렸다.
|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화훼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박남근 씨 등 주민들이 나서 진화하고 있다. [독자 제공] |
화재가 발생한 가구의 지붕은 녹아 사라졌다. 해당 가구 앞에는 재와 물이 섞여 진흙 천지였고, 사용하려고 쌓아둔 연탄들은 검게 타버린 채 무너져 있었다. 잿더미 속에서는 소형 LPG 연료통도 발견됐다.
송파소방서는 LPG·연탄 사용을 화훼마을의 화재 취약 요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화훼마을을 둘러보니 가구마다 LPG 가스통을 놓고 사용하고 있었다. 여전히 연탄과 ‘연탄 아궁이’도 볼 수 있었다.
|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화훼마을에는 전날 발생한 화재 흔적 모습. 해당 가구에는 쌓아 올린 연탄이 무너져 내렸다. 이영기 기자. |
도시가스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라 불안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다. 화훼마을에서 35년간 거주한 김모(65) 씨는 “여기는 도시가스가 안 들어온다”며 “밥을 먹고 난방을 해야 하니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화재 초기 진화에 나섰던 화훼마을 통장 박남근(60) 씨는 “LPG·연탄만 위험한 게 아니고 전기 합선으로 인한 화재도 걱정이 많이 된다”며 “더군다나 주민들이 다들 고령이라 소화전을 사용할 수도 없다. 어제도 소화전 밸브를 돌릴 때 나도 애를 먹었는데, 80대 이상 노인이라면 못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화훼마을의 한 가구에 LPG 가스통이 설치된 모습. 이영기 기자. |
전날 발생한 화재에는 소방 인력 102명과 장비 29대 투입돼 1시간 만에 완전히 꺼졌지만, 70대 남성 1명이 연기를 흡입해 경상을 입고 주민 7명이 대피했다.
서울 내 판자촌 화재는 잊을 만하면 이어지고 있다. 올 1월에는 강남 구룡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해 129가구에 거주하던 주민 181명이 집을 잃고 임시 숙소에서 생활했다. 현재까지 여전히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고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마련한 임시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 지난 1월 화재가 발생한 구룡마을 5지구의 화재 직후 모습. 정주원 기자 |
2023년에는 서초구에 있는 판자촌 전원마을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화재가 나 80대 남성이 숨지기도 했다.
일촉즉발의 판자촌이지만 당장 시설을 개선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역을 현대화하기 위한 재개발이 진행돼야 하는데, 화훼마을은 재개발 대상 구역도 아니다. 행정당국의 소방 순찰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화훼마을은 복정역 환승 복합 개발 대상에 포함되는 구역이 아니라 소방 시설 현대화도 어렵다”며 “구청 차원에서 야간 순찰을 돌 때 항상 주요 체크 포인트로 두고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물 자체도 화재 취약 요인이다. 비닐과 샌드위치 패널 등은 불에 타기 쉬워서 화재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며 “해당 지역들은 현실적으로 시설 개선이 어려워, 주민 대상으로 소화전 등 비상 소화 장치를 사용하는 법을 교육하고 대피 방법을 주기적으로 안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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