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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도발]해피 ‘왕사남’! 우리는 왕과 사는 국민이다

2026.04.25 10:01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단종 역을 맡은 박지훈. 쇼박스 제공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가 역대 박스오피스 2위다. 이러다 1위 ‘명량’의 기록(2014년 1761만 명)을 갈아치우지 않을까…즐겁게 상상하다, 관뒀다. 꼭 1등이어야 하나 싶어서다.

영월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조선왕조실록’이 키워드로 들어간 책도 많이 팔렸다. 세조의 왕릉인 광릉 인터넷 맵에는 별점 테러가 쏟아질 만큼(“세종대왕의 가장 큰 실수” “조카 죽이고 제삿밥이 넘어가나”) 2026년 봄 우리를 사로잡은 영화가 왕사남이다.

‘왕과 사는 남자’ 포스터. 비운의 왕 단종의 마지막 나날을 재구성했다. 쇼박스 제공
물론 영화는 영화이고 역사는 역사다. 한번 기자는 영원한 기자라고 믿는 나로선 영화든 역사든 시사와 연결하는 게 취미이자 특기다. 수양대군이 정권을 거머쥔 ‘계유정난(癸酉靖難)’이 계유년 어려운 상황(難)을 편안히 다스리다(靖)는 뜻임을 알게 된 점이 내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즉 구국의 결단일 뿐 정변(政變)이 아니라는 얘기다.

● 안평과 김종서의 역모, 모함일까

세조가 묻힌 광릉. 궁능유적본부 제공
대개 사람들은 세조를 권력욕에 미친 나쁜 왕으로 안다. 왕사남에서 물기 어린 눈빛만으로 가슴 미어지게 했던 ‘단종 오빠’ 박지훈! 저 육중하고 오만방자한 책사 한명회만 없었다면, 그래서 수양에게 임금 자리에서 쫓겨나지만 않았다면 분명 성군이 됐을 터였다.

1453년 10월 10일 수양은 김종서 부자를 죽인 뒤 단종의 처소를 찾아 “황보인 김종서 등이 안평대군의 뇌물을 받고 전하께서 어린 점을 경멸해 종사를 위태롭게 하려고 꾀해 이미 김종서 부자를 죽였다”고 환관을 통해 고한다. 이들이 단종을 폐하고 안평을 새 임금으로 세우려 날짜까지 잡은 것을 알고 선제적으로 제압했다는 것이 단종실록의 기록이다.

과연 사실일까. 왕사모는 물론 적잖은 역사학자들이 안평과 김종서의 역모를 모함으로 본다. 그러나 조선의 사관은 관직으로서의 독립성과 기술에 대한 비밀성을 제도적으로 보장받은 전문관료였다. “거듭 강조하지만 ‘실록’은 사실만을 기록한다”고 고려대 김순남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는 저서 ‘세조, 폭군과 명군사이’(2022년)에 썼다. 치우쳐 강조하는 바는 있어도 없는 사실을 기록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 ‘내란 척결’ 안 됐다며 단종을 죽음으로

2024년 12월 4일 새벽 계엄군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 창문을 부수고 진입하고 있다. 전날 밤 윤석열 당시 대통령은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뉴시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TV로, 유튜브로 생중계된 현직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를 상당수 국민이 목도했다. 그런데도 ‘내란’이 있었다, 없었다, 말들이 분분한 내 나라 내 민족이다.

금성대군(단종의 숙부)의 역모까지 드러나자 단종은 잇단 모반을 감당할 수 없다며 수양에게 양위하고 대궐을 떠난다. 그 후에도 세조는 “남은 도당들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고…난을 일으킬 것을 주장하며…”(세조실록 2년 6월 9일) 끌탕을 하다 결국 단종을 죽음으로 몰고 만다.

이 대목에서 “내란 청산에 3년, 5년, 10년이 걸릴지 그 이상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며 “내란 청산 발걸음을 절대 멈추지 않겠다”던 21세기 여당 대표 말씀이 떠올랐다(죽음까지 떠올랐다는 건 결코 아니다). 나의 직업병이자 불치병이 아닐 수 없다(미안합니다).

● 김종서의 아들·사위·아우·조카 ‘인사농단’ 맞다

김종서 장군 초상. 순천김씨종친회 제공
백번 양보해 안평과 김종서 등의 역모 모의가 수양의 모함(즉 ‘실록’ 속의 가짜뉴스)라고 치자. 왕권의 핵심은 인사권이다. 세종은 집권 18년부터 국정 전반을 의정부(영의정·좌의정·우의정)가 주도하는, 즉 스스로 이상적으로 여겨온 군신공치(君臣共治)를 실현했다. 그러나 인사권과 함께 군·형사는 놓지 않았다.

세자 시절 오랜 섭정을 거친 문종은 달랐다. 인사는 물론 국정까지 장악해 왕권을 강화했다. 왕명도 환관을 통해서만 출납했다. 그럼에도 세상을 떠나기 전, 새 임금이 어리니 모든 것을 의정부와 의논해 처리하라고 했다니 놀랄 일이다.

오래 굶은 대신들은 군자는커녕 걸신이었다. 추천인 3인 가운데 의중에 있는 1인에게 노란표를 붙여 단종의 인사권을 박탈하는 ‘황표정사(黃標政事)’를 자행했다. 고명대신(임금의 유언을 받든 대신)이라고 충신이랄 수도 없었다. 우의정 김종서는 단종이 즉위하자마자 장남 김승규, 차남 김승벽, 사돈집, 사위를 빼놓지 않고 벼슬을 달아줬다. 황보인도 서로 돌아가며 서로 챙겨주고 해먹은 건 물론이다.

단종도 알았다. 그래도 말리지 못했다. 임금이 어려 나라가 위태로운데도 황보인 김종서가 의리를 버리고 사사로이 권력을 행사한다고 사관이 기록했을 정도다(한춘순 2016년 논문 ‘단종 대 계유정난과 그 성격’). 그럼 안평은? 김종서와 가까운 그 역시 환관 인사까지 관여하고 있었다(단종 보호를 위해서일 수도 있다).

● 세조 역시 훈신·친위세력 싸고돌며 지독한 전제정치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을 연기한 배우 이정재. 쇼박스 제공
다시 강조하지만 왕권의 핵심은 인사권이다. 나라가 위태롭다며 떨치고 일어섰다면, 수양은 공명정대한 인사권을 행사해야 했다.

그러나 왕위에 오른 그는 왕위 찬탈의 태생적 약점을 극복하지 못했다. 비정상적 정권 창출의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계유정난의 원죄를 함께 짊어진 소수의 핵심 공신-훈척 ‘내편’하고만 권력을 공유했다(김순남). 결과는 대대손손 나라 잡아먹을 훈구파와 사림파의 당파싸움이었다.

여기서 다시 나의 직업병이 부글거린다. 전임 정권 시절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공화국’ ‘검찰정권’이라는 말을 서슴치 않았다. “검찰정권의 폭력적 왜곡 조작 시도에 굴하지 않겠다”고 했고, 국가수사본부장 낙마 사태가 터졌을 때는 ‘친윤(친윤석열) 검찰공화국의 스카이캐슬’이라는 페이스북 글에서 “검사 아빠가 계급이 돼버린 신분제 사회의 단면부터 총체적 인사 참사와 책임 회피까지,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지독했다”고 비판했다.

● 인사권이 대통령 고유권한이면, 대통령은 왕인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이 지난 17일 황교익 신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그랬던 이 대통령이 지금 이 정부를 자신의 재판 관련 변호인단으로 도배하는 ‘변호인단 공화국’을 만든 사실은 들추고 싶지도 않다. 사실 이 정부는 어떤 인사 원칙도, 검증 기준도 밝힌 적이 없다. 경실련이 작년 첫 내각 인사 직후 인사 검증 기준 공개 제도 개선 등을 촉구했으나 그 뒤 인사수석만 임명했을 뿐이다(그러고도 작년 말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이혜훈을 지명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유일한 정책 연구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이 대통령과 먹방을 찍은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원장, 유서 깊은 국립정동극장장에 개그맨 출신 서승만 대표이사와 모델·배우 출신 장동직 이사장, 해외 한국어 교육이 주요 역할인 세종학당재단에는 근대 한국사 연구자인 전우용 이사장. 수시로 이 대통령을 감싸온 ‘코드 인사’에 예술계 분노가 들끓는 요즘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11회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을 옆에 앉은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또 하나의 하이라이트는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로 낙선했던, 지금 연일 구설수를 일으키는 통일부장관 정동영이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동영의 외곽조직인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의 핵심인사였고 덕분에 정계 입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정동영을, 코드인사를 그 자리에 앉혔고 지금 한미 외교마찰이 일어나고 있다면, 그런 인사권을 휘두르는 ‘변호인단 공화국’ 대통령은 왕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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