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쓰고, 그리다가... 끝내 나무가 된 작가들
2026.04.25 19:56
| ▲ 책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쥬쥬베북스)를 그리고 쓴 홍시야 화가(왼쪽)와 오하나 작가(오른쪽). 나무 아래서 촬영했다. |
| ⓒ 조재무 |
"어릴 때부터 나무와 나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기분에 젖어 살았고, 꽃이나 새, 하늘의 구름처럼 동경하는 대상이 되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치 달이 차면 때가 되어 태어나는 아이처럼 이 이야기도 이미 완성된 상태로 흘러나온 느낌이었다."(오하나 작가)
나무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정말 나무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무는 무엇을 느끼면서 살아갈까? 나무'처럼' 산다는 건 과연 인간과 얼마나 다른 일일까?
줄곧 "나무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라고 생각했던 두 작가(글 오하나, 그림 홍시야)가 그림책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쥬쥬베북스)로 만났다.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는 나무가 되고 싶었던, 나무가 궁금했던 사람이 나무로 환생해 살아가면서 느낀 수십 년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무는 답답하지 않을까? 나무는 남부럽지 않을까? 그리고 나무는 두렵지 않을까?
그러니까 그런 답답하고, 남부럽고, 두려운 인간의 삶을 나무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 물음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곡선처럼 자유로운 홍 작가의 선을 따라 흐르고 있다.
| ▲ 책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의 일부 |
| ⓒ 쥬쥬베북스 |
나무에 관한 책 답게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는 지난 5일 식목일에 출간됐다.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는 같이 호흡한 첫 작업이지만 두 사람 모두 서로를 만나기 전부터 "나무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 강렬한 열망만큼은 공유하고 있었다고 했다.
지난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두 작가는 이 같은 협업 과정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고 편안했다"(오 작가)고, "마음을 모아 함께 기른 한 그루의 나무를 세상에 내어놓게 된 것 같다"(홍 작가)고 떠올렸다.
[관련 기사] 나무가 된 사람 이야기, 식목일에 아이들과 읽어보세요 https://omn.kr/2hlg0
'나무'를 통해 만난 두 작가가 책을 만들기까지
시작은 오 작가가 홍 작가가 쓰고 그린 100그루 나무 그림 에세이인 <나무 마음 나무>를 읽고, 제주시 '비건책방'에서 진행한 그의 북토크를 찾으면서부터다. 두 작가는 모두 제주에 살고 있다. "책을 가슴에 품고 단걸음에 달려가 북토크를 들었던" 오 작가는,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의 글을 써서 "마음대로 화가님께 보여드렸다"고 했다.
" 이 책의 초고는 작년 식목일에 썼는데, 그날따라 카페 정원에 있는 크고 오래된 팽나무 아래에 서 보고 싶었다. 하늘에서는 잎사귀 사이로 반짝거리는 빛이 내려오고 내 발은 팽나무 뿌리와 맞닿아 있고. 그때 신비롭게도 팽나무와 내가 끊을 수 없는 하나의 원처럼 단단하게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 작가)
팽나무를 만난 그날 밤 오 작가는 책의 초고를 쓰고 나서 "화가님께서 꼭 그림을 그려주시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화가님 외에 다른 분은 상상할 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오 작가가 떨리는 마음으로 "함께 해주실 수 있는지를 청했던" 그날, 홍 작가는 오 작가의 글에 그림으로 함께하기로 했다.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 작업에서 대부분의 장면은 나무라는 대상을 재현하기보다 나무의 시간에 내 호흡을 맞추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 글이 먼저 쓰였지만, 글에 그림을 맞추려 하지 않았다. 글이라는 씨앗이 내 마음 깊이 심어졌으니, 그것이 자신의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피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글과 그림이 때로는 절묘하게 만나고, 또 때로는 서로 다른 결의 세계에 닿으며 큰 조화 안에서 춤추기를 바랐다." (홍 작가)
홍 작가는 이러한 마음을 갖고 집 근처 숲을 자주 드나들면서 "나무 선생님"을 만났다.
"사람들이 드문 해 질 녘, 고요한 숲에서 나무 선생님들과 마주 앉아 질문을 건네고, 그들의 호흡에 귀 기울였다. 그렇게 나무의 리듬에 공명하며 천천히 스며들어 길어 올린 그림들이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다." (홍 작가)
나무란 무엇일까?
| ▲ 책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쥬쥬베북스)를 그리고 쓴 홍시야 화가(왼쪽)와 오하나 작가(오른쪽). |
| ⓒ 조재무 |
오 작가에게 나무란 "12년 지기 친구이자 스승"이다. 오 작가는 제주에서 12년 동안 귤 농사를 짓고 있지만, 스스로를 "농부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고 나무 곁을 지키며 나무의 일을 도와주는 사람에 가깝다고 느끼면서 지낸다"고 설명했다.
" 내가 (농사를) 잘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대신 나무의 기분을 살피며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맛있는 햇살과 물은 충분한지 안부를 묻고 날씨에 동고동락하면서 친구가 됐다. (나무를) 스승이라고 말한 건 정말 배우는 게 많아서다. 충실함, 받아들임, 순수하게 기뻐하는 영혼 등 책에 담긴 나무로 살며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들은 다른 데서 온 게 아니라 저의 체험에서 온 것들이다." (오 작가)
홍 작가는 "아주 오래전부터 다음 생이 있다면 나무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비자림로의 나무들이 벌목되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100일 동안 100장의 나무 그림(<나무 마음 나무>)을 그린 작가이기도 하다.
"나무는 땅과 하늘을 동시에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뿌리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깊이 내려가고, 가지와 잎은 빛을 향해 위로 자라난다. 그렇게 (나무는) 위와 아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이어주는 존재라 여긴다. 또한 나무는 움직이지 않지만 가장 멀리 나아가는 존재라고 느껴진다. 걷지 않아도 계절을 건너고, 말하지 않아도 수많은 생명과 소통하며, 떠나지 않으면서도 끊임없이 순환하고 변화한다.
나 역시 그런 나무의 삶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고, 자연스럽게 나무를 그리게 되었던 것 같다. 나무를 그리는 일은 세상을 바라보는 속도를 늦추고, 자연이라는 더 큰 세계 안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일이라 느낀다." (홍 작가)
그런 홍 작가에게 이번 그림책 작업은 "나무는 더 이상 내게 되고 싶은 존재가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살아 있던 또 다른 형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나도 있는 그대로 충분하다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고 한다.
| ▲ 책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오하나 작가, 홍시야 화가) 표지 사진 |
| ⓒ 쥬쥬베북스 |
나무가 되기를 열망하던 작가는 끝내 내면에 있던 나무를 발견한 것이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주변의 나무를 오래 바라보고, 각자의 내면에 남아 있는 나무를 살펴볼 기회로 가닿기를 바란다.
마침 오는 5월 11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점 '땡스북스'에서 홍시야 작가의 <나는 정말 나무가 되었다>의 원화 그림이 전시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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