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코끼리
코끼리
[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9> 눈물 젖은 민족 서사시 '두만강'

2026.04.24 15:00

대중가요 '눈물 젖은 두만강'을 AI이미지로 생성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서 발원하여 북한의 함경도와 중국의 동북면 만주땅 그리고 러시아 연해주를 가로질러 흐르는 두만강은 예로부터 우리 겨레의 눈물 젖은 강이었다. 함경도 지방에 기근이 들 때마다 숱한 조선인들이 두만강을 넘어 북간도 땅을 넘나들었다. 20세기 들어서는 일제의 학정과 수탈을 피해 수많은 동포들이 또 두만강을 건넜다. 두만강에는 이렇듯 한민족의 눈물이 그렁거렸다.

'나는 죄인처럼 수그리고, 나는 코끼리처럼 말이 없다,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 너의 언덕을 달리는 찻간에, 조그마한 자랑도 자유도 없이 앉았다... 바람이 이리처럼 날뛰는 강 건너 벌판엔, 나의 젊은 넋이, 무엇인가 기다리는 듯 얼어붙은 듯 섰으니, 욕된 운명은 밤 위에 밤을 마련할 뿐. 잠들지 말라 우리의 강아, 오늘 밤도, 너의 가슴을 밟는 뭇 슬픔이 목마르고, 얼음길은 거칠다 길은 멀다...'

함경북도 경성 출신으로 두만강변에서 자란 이용악 시인은 1930년대의 두만강을 이렇게 읊었다. 시의 제목도 '두만강 너 우리의 강아'로 절박하다. 두만강을 의인화해 부르며 땅을 잃고 만주로 건너가는 욕된 운명과 절망적 정서를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두만강에게 '잠들지 말라'고 호소한다. 얼음 밑으로 쉬지 않고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를 알고 있다고 한다.

'아하, 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江岸)을 경비하는, 외투(外套) 쓴 검문 순사가, 왔다 갔다,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최초의 근대 서사시인 김동환의 '국경의 밤'은 식민지 조선 민중, 특히 여성이 겪었던 고통과 고난을 대변하며 두만강변에 어린 민족적 비애를 좀더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두만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옛날에 내 님을 싣고, 떠나간 그 배는 어디로 갔소,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려나' '강물도 달밤이면 목메어 우는데, 임 잃은 이 사람도 한숨을 지니, 추억에 목메인 애달픈 하소, 그리운 내 님이여 그리운 내 님이여 언제나 오려나'. 겨레의 눈물과 통한으로 얼룩진 노래 '눈물 젖은 두만강'이 동시대에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일제강점기 만주 순회공연 중이던 극단 예원좌 단원들이 두만강 유역 도문(圖們)에서 여정을 풀었을 때였다. 국경의 객사는 고적한 상념에 젖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젊은 음악가 이시우는 옆방에서 간단없이 흘러나오는 여인의 구슬픈 울음소리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튿날 여관 주인을 통해 사연을 듣게 되었다. 여인은 독립군으로 출정한 남편의 소식을 수소문하러 온 조선사람이었다.

남편이 일본 경찰에 체포된 후 행방이 묘연하다는 소식을 듣고 슬픔과 절망을 가누지 못한 채 밤새 오열한 것이라고 했다. 이시우는 차마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했다. 두만강 나루터를 찾아 겨레의 피눈물이 어린 듯한 강물을 바라보는데 문득 시린 가슴을 훑고 나오는 선율이 있었다. 여관방에 돌아온 이시우는 여인의 처연한 호곡성에 실렸던 나라 잃은 민족의 한과 설움을 오선지에 담았다.

여기에 노랫말을 붙이고 가수 김정구의 목소리로 취입한 노래가 국민 애창곡 '눈물 젖은 두만강'이다. 망국의 수난을 지켜보았던 두만강은 이제 탈북민의 눈물이 일렁이고 있다. 한민족에게 두만강은 탄식과 울분의 강이다. 예나 지금이나 역사의 질곡에 내몰려 두만강을 건너야 했던 사람들의 눈물은 언제나 그치려나. 숱한 민족사의 눈물을 머금은 두만강은 오늘도 임 그리워 흐르는가.

대중문화평론가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코끼리의 다른 소식

코끼리
코끼리
4시간 전
늑구 탈출 2주 만에 동화책으로…“얄팍한 상술”비난도
코끼리
코끼리
4시간 전
사냥 즐기던 미국 백만장자, 아프리카서 코끼리에 깔려 사망
코끼리
코끼리
1일 전
춘천시민축구단, 26일 FC목포 상대 ‘안방 필승’ 다짐
코끼리
코끼리
1일 전
'늑구 탈출' 오월드 재개장 시점 불투명…입점업체 피해 눈덩이
코끼리
코끼리
2일 전
코끼리와 '늑구'를 위한 변화 [남종영의 인간의 그늘에서]
코끼리
코끼리
2일 전
코끼리와 ‘늑구’를 위한 변화 [남종영의 인간의 그늘에서]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