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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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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갖다 드릴까요?”…日메이저리거 공통점 ‘순수함’ 꼽는 까닭

2026.04.25 06:00

지난 20일(한국 시간) 미국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경기에 출전한 오타니 쇼헤이 선수. AP=연합뉴스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 LA다저스·31) 선수가 또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지난 21일(한국 시간) ‘야구의 신’ 베이브 루스가 1923년에 기록한 연속 출루 기록 51경기를 넘어서면서다. 그의 동료인 야마모토 요시노부(山本由伸·27) 투수는 이제 명실상부한 다저스의 에이스다.

이 같은 일본 메이저리거들은 평소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일본 야구 데이터 분석의 1인자인 호시카와 다이스케(星川太輔·49)는 초일류 선수들의 공통점을 “매우 순수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일본 대표팀의 일원으로 합류해 선수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도쿄에서 호시카와를 만나 일본 선수들의 ‘장인정신’에 대해 물었다.

등판 안 해도 마운드 상태를 확인하는 오타니
“오타니의 투구 데이터를 모두 측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가 던지고 싶은 공을 제대로 던지고 있는지, 평소와 어떻게 다른지 등 주로 데이터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 타자로 전념했지만, 비공개 훈련에선 투구도 했다고 한다. “단 한 공도 소홀히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불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면 기계가 포수에게 부딪혀 설정을 다시 해야 할 때가 있다. 고치는 동안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는데, 다른 투수들은 그 사이에도 계속 던진다. 하지만 그는 유일하게 고쳐질 때까지 기다렸다.“

또 팀을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해내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8강전에서 오타니가 불펜으로 가서 마운드를 밟아 상태를 확인했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수리를 요청했다. 그날 오타니가 등판할 가능성은 없었지만, 다른 투수들을 위한 것이었다.”
지난달 18일 일본 도쿄에서 야구 일본 대표팀 데이터 분석자인 호시카와 다이스케가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오누키 도모코 특파원

일본이 우승했던 2023 대회에선 오타니의 타격 훈련을 보며 다른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었다고 전해진다. 호시카와 역시 ‘오타니 쇼크’를 겪은 한 사람으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였다.

“닛폰햄 시절에도 만난 적이 있었지만, 프로야구 선수로서 특별히 대단하다는 인상은 없었다. 하지만 그날 타격 훈련은 그 어떤 선수에게도 본 적 없는 수준이었다. 소리나 속도, 비거리,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달랐다. 무엇보다 타격 훈련만으로 수만 명의 관중을 열광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타니 말고는 없다.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역시 평소의 노력 없이는 안된다. 그에 비해 나의 노력은 너무나 미흡했음을 깨달았다.”

이번 3년만의 재회에서도 새삼 대단함을 느꼈지만, 이번엔 선수들도 호시카와도 위축되진 않았다. 오타니 역시 그런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핸드폰 충전기를 빌려 달라고 해서 빌려주기도 했다(웃음).“

카메라 위치 확인, 물 준비..다르빗슈의 세심함
지난 2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야구 일본 대표팀 훈련에 참여한 다르빗슈 유(오른쪽)가 데이터 분석 기계를 보며 호시카와 다이스케(왼쪽)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 사무라이 재팬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이번에 호시카와가 특히 감동 받았던 건 다르빗슈 유(ダルビッシュ有, 샌디에이고 파드리스·39) 선수의 모습이었다. 다르빗슈는 부상 치료 중으로 ‘자문위원’으로 일본 대표팀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어느 날 훈련에서 호시카와는 카메라를 불펜 중간에 설치했다. 이날은 좌완 투수가 투구 훈련을 했는데, 왼손 투수는 마운드의 플레이트 중앙보다 1루 쪽을 밟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카메라를 좀 더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했다. 이를 본 다르빗슈는 호시카와에게 “미리 이쪽(왼쪽)에 설치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제안했다. 투수 대기실에선 이렇게 말해주기도 했다. “물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가져다 드릴까요?”

“다르빗슈는 세계 최고 투수라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기술적인 면을 넘어 세심한 배려를 할 줄 아는 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 이번엔 자문위원으로 왔기 때문에, 스태프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것 같다.”

호시카와는 오랜 세월 쌓아온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종종 운동 중 어려움에 부딪힌 선수들과 상담을 한다. 그럴 때마다 “일류 선수들은 매우 순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지난 15일(한국 시간) 미국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 선발 등판한 야마모토 요시노부 투수. 연합뉴스
2023년 대회 당시 야마모토가 큰 고민에 빠졌을 때다. 그는 호시카와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물었다. 호시카와는 본인의 전문 분야가 아니었지만 떠오른 생각이 있어 말해도 되겠냐고 물었고, 야마모토는 “무엇이든 좋으니 말씀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호시카와의 조언에 야마모토는 “그럴 수도 있겠네요”라며 그가 지적한 훈련을 약 30분 계속하며 문제점을 확인했다. 더 구체적인 얘기는 ‘국가 기밀’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한국 엘리트주의 “늦게 성장하는 선수 못 키울 수도”
일본 선수들은 갈수록 데이터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지난 20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격전을 넘어: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일본팀의 기록’에도 일본 대표팀이 한국팀 안현민 선수의 타격 데이터를 바탕으로 강점·약점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호시카와는 “선수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자신의 감각이며, 데이터는 2차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야구는 로봇이 아닌 사람이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라며 “감각을 연마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해 확인하는 것일뿐 숫자를 지나치게 중시하면 오히려 경기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오타니도 데이터를 맹신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호시카와는 10~20대 학생들에게 야구에 대해 조언하는 일도 하고 있다. 지난 2월 전국 13개 고등학교가 참여한 야구 연구 발표회에선 데이터에 근거한 평가와 조언을 했다. 대부분의 참가 학교는 강호팀이 아니었다.

이런 역할을 맡는 이유는 한국에 비해 비교적 기반이 넓다고 평가받는 일본 아마추어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일까. 기자가 묻자 호시카와는 “나처럼 ‘선수를 도와주는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도 최고 수준을 목표로 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선수 기반이 넓으면 고등학교 시절엔 눈에 띄지 않더라도 뒤늦게 실력을 키워가는 ‘늦깎이 스타’가 발굴될 수 있다. (한국 같은) 엘리트 주의도 강점이 있겠지만, 빨리 성장하는 선수 외엔 못 키우는 게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해외 아마추어 선수들의 지도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호시카와 다이스케
1976년 도쿄 출생. 게이오대 졸업 후 데이터 분석가의 길을 걸어왔다. 현재 고등학생 및 대학생 등을 지원하는 ‘리버 스타(river star)’의 대표이사이자 군사용 레이더 기술을 활용한 덴마크산 데이터 측정 기계 ‘트랙맨(trackman)’의 일본 시장 담당자다. WBC에선 일본이 우승한 2009년, 2023년과 올해까지 총 3회 일본팀의 데이터 분석을 맡았다. 특히 2009년엔 라이벌인 한국팀을 철저히 분석했다고 한다.

야구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했으나, 고등학교 땐 야구 대신 응원부를 했다. 대학에서 다시 야구부에 들어갔는데 실력 부족 등으로 데이터 분석도 함께 담당했다. 3학년 때 야구부를 그만두고 야구 데이터 전송·분석 등을 하는 벤처기업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대로 그 회사에 입사했다.

당시 야구를 포함해 일본 스포츠계는 아직 데이터를 중시하는 시대가 아니었지만, “이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품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한 결과, 일본 대표팀에서 오타니 선수와 팀 동료로 뛸 수 있게 됐다.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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