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갖다 드릴까요?”…日메이저리거 공통점 ‘순수함’ 꼽는 까닭
2026.04.25 06:00
이 같은 일본 메이저리거들은 평소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일본 야구 데이터 분석의 1인자인 호시카와 다이스케(星川太輔·49)는 초일류 선수들의 공통점을 “매우 순수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일본 대표팀의 일원으로 합류해 선수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 도쿄에서 호시카와를 만나 일본 선수들의 ‘장인정신’에 대해 물었다.
등판 안 해도 마운드 상태를 확인하는 오타니
오타니는 이번 대회에서 타자로 전념했지만, 비공개 훈련에선 투구도 했다고 한다. “단 한 공도 소홀히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불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면 기계가 포수에게 부딪혀 설정을 다시 해야 할 때가 있다. 고치는 동안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는데, 다른 투수들은 그 사이에도 계속 던진다. 하지만 그는 유일하게 고쳐질 때까지 기다렸다.“
또 팀을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해내려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고 밝혔다. “8강전에서 오타니가 불펜으로 가서 마운드를 밟아 상태를 확인했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판단했는지 수리를 요청했다. 그날 오타니가 등판할 가능성은 없었지만, 다른 투수들을 위한 것이었다.”
일본이 우승했던 2023 대회에선 오타니의 타격 훈련을 보며 다른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었다고 전해진다. 호시카와 역시 ‘오타니 쇼크’를 겪은 한 사람으로,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을 정도였다.
“닛폰햄 시절에도 만난 적이 있었지만, 프로야구 선수로서 특별히 대단하다는 인상은 없었다. 하지만 그날 타격 훈련은 그 어떤 선수에게도 본 적 없는 수준이었다. 소리나 속도, 비거리,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달랐다. 무엇보다 타격 훈련만으로 수만 명의 관중을 열광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타니 말고는 없다.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역시 평소의 노력 없이는 안된다. 그에 비해 나의 노력은 너무나 미흡했음을 깨달았다.”
이번 3년만의 재회에서도 새삼 대단함을 느꼈지만, 이번엔 선수들도 호시카와도 위축되진 않았다. 오타니 역시 그런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핸드폰 충전기를 빌려 달라고 해서 빌려주기도 했다(웃음).“
카메라 위치 확인, 물 준비..다르빗슈의 세심함
어느 날 훈련에서 호시카와는 카메라를 불펜 중간에 설치했다. 이날은 좌완 투수가 투구 훈련을 했는데, 왼손 투수는 마운드의 플레이트 중앙보다 1루 쪽을 밟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카메라를 좀 더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했다. 이를 본 다르빗슈는 호시카와에게 “미리 이쪽(왼쪽)에 설치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라고 제안했다. 투수 대기실에선 이렇게 말해주기도 했다. “물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가져다 드릴까요?”
“다르빗슈는 세계 최고 투수라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이 너무 많다. 하지만 기술적인 면을 넘어 세심한 배려를 할 줄 아는 넓은 시야를 갖고 있다. 이번엔 자문위원으로 왔기 때문에, 스태프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것 같다.”
호시카와는 오랜 세월 쌓아온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종종 운동 중 어려움에 부딪힌 선수들과 상담을 한다. 그럴 때마다 “일류 선수들은 매우 순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한국 엘리트주의 “늦게 성장하는 선수 못 키울 수도”
하지만 호시카와는 “선수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자신의 감각이며, 데이터는 2차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야구는 로봇이 아닌 사람이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라며 “감각을 연마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해 확인하는 것일뿐 숫자를 지나치게 중시하면 오히려 경기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오타니도 데이터를 맹신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호시카와는 10~20대 학생들에게 야구에 대해 조언하는 일도 하고 있다. 지난 2월 전국 13개 고등학교가 참여한 야구 연구 발표회에선 데이터에 근거한 평가와 조언을 했다. 대부분의 참가 학교는 강호팀이 아니었다.
이런 역할을 맡는 이유는 한국에 비해 비교적 기반이 넓다고 평가받는 일본 아마추어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일까. 기자가 묻자 호시카와는 “나처럼 ‘선수를 도와주는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도 최고 수준을 목표로 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선수 기반이 넓으면 고등학교 시절엔 눈에 띄지 않더라도 뒤늦게 실력을 키워가는 ‘늦깎이 스타’가 발굴될 수 있다. (한국 같은) 엘리트 주의도 강점이 있겠지만, 빨리 성장하는 선수 외엔 못 키우는 게 아닐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해외 아마추어 선수들의 지도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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