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약 먹었는데도 숨진 70대男…여행 후 고열, 알고보니 ‘이 병’이었다고?
2026.04.25 13:04
예방약을 먹었는데도 숨졌다.
2025년 8월, 부산에 사는 70대 남성이 스페인과 아프리카 기니 등을 여행하고 귀국한 뒤 나흘간 고열과 극심한 피로에 시달렸다. 병원에서는 당초 패혈증으로 의심해 치료를 시작했지만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고, PCR 검사를 하고서야 열대열 말라리아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미 늦었다.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는 병원체의 유전자를 증폭해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분자진단 검사를 말한다.
그가 복용한 예방약은 클로로퀸이었다. 기니를 포함한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대부분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클로로퀸 내성이 확인된 고위험 지역이다. 해당 지역 여행 시 권장 예방약은 메플로퀸, 아토바쿠온-프로구아닐, 독시사이클린이다. 세 가지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처방이 필요하다.
케냐·탄자니아·잠비아·짐바브웨 사파리, 빅토리아 폭포 등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출국 최소 1~2주 전 종합병원 감염내과 또는 보건소를 찾아 해당 지역에 맞는 예방약을 처방받아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모든 열대열 말라리아를 클로로퀸 내성으로 공식 분류하고 있다.
말라리아는 매년 2억8200만 명 이상이 감염되는 질병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24~48시간 내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
감기인 줄 알았는데…귀국 후 시작되는 감염이 더 위험하다
말라리아는 감염 직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잠복기를 거쳐 귀국 후 발열과 오한이 반복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유사해 호흡기 질환으로 오인되기 쉽다. 아프리카나 동남아 지역을 다녀온 뒤 발열이 반복되거나 오한·발한이 나타나면 의료진에게 여행 이력을 알려야 한다.
한국도 말라리아에서 자유롭지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약 130명으로 집계됐으며, 연중 누적 환자는 600명 수준이다. 경기 63.8%, 인천 18.5%, 서울 10% 순이다.
국내 발생은 모두 삼일열 말라리아로, 48시간 주기로 열이 반복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열대열 말라리아에 비해 치명률은 낮지만 휴전선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얼룩날개모기류를 통해 감염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치명률보다 무서운 게 따로 있다?
열대열 말라리아는 치료가 늦어지면 일부 환자에서 24~48시간 내 중증으로 악화될 우려가 있다. 적혈구 파괴로 인한 빈혈, 혈관 폐색에 따른 장기 손상이 이어지며, 뇌를 침범할 경우 의식 저하와 경련으로 진행될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위협이 더해지고 있다. WHO는 말라리아 치료의 핵심 약물인 아르테미시닌(쑥 추출 성분 기반 항말라리아제)에 대한 부분 내성이 에리트레아·르완다·우간다·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4개국에서 확인됐고 확산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약물과 함께 쓰는 아르테미시닌 기반 복합요법으로 치료하지만, 내성이 확산될 경우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다.
또한 말라리아 기생충 일부가 진단 표적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잃어버려 신속진단키트(RDT)가 감염을 감지하지 못하는 사례가 46개 풍토병 국가에서 보고된 상태다. 감염됐더라도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혈액을 현미경으로 직접 들여다보는 혈액도말검사나 유전자 증폭 방식의 PCR 분자진단검사로 확인이 가능하다.
귀국 후 발열이 지속된다면 신속진단키트 음성 결과만 믿지 말고, 종합병원 감염내과를 찾아 해외 여행력을 알리고 두 가지 정밀 검사를 요청해야 한다.
말라리아의 위험은 감염 자체보다 '악화 속도'와 '진단 실패'에 있다.
예방약 먹었는데 감염…결과 가른 '복용 방식'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으려면 항말라리아제를 먹어야 한다.
다만 예방약만으로 감염을 피할 수는 없다. 감염 위험을 낮출 뿐이다. 긴소매 착용과 기피제 사용 등 모기 노출을 줄이는 행동을 함께 해야 한다.
아프리카 등 클로로퀸 내성 지역을 방문하려면 예방약은 출국 1~2주 전부터 시작해 귀국 후 4주까지 복용을 이어가야 한다.
4월 25일 '세계 말라리아의 날'을 앞두고 WHO는 "말라리아 종식을 향해: 지금 할 수 있고, 지금 해야 한다(Driven to End Malaria: Now We Can. Now We Must.)"는 메시지를 제시했다. 이 날은 말라리아 원충을 처음 규명한 프랑스 군의관 샤를 루이 알퐁스 라베랑의 발견(1880년)을 기념해 제정됐다.
말라리아의 위험은 크기보다 '속도'에 있다. 예방약 선택과 복용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대체로 병을 키우는 요인은 감염 자체보다 치료 시점을 늦추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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