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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값 비싼데 전철 타고 ‘전수정 스탬프 투어’ 해볼까?

2026.04.25 00:31

[아무튼, 주말]
전철&버스 타고 떠나는
수목원·정원 스탬프 투어

경기도 수원 도심에 있어도 '일월저수지'와 이어진 듯 맞닿아 있어 탁 트인 개방감을 만끽할 수 있는 '일월수목원'의 습지원. 전철 1호선 화서역 등을 이용해 갈 수 있는 일월수목원은 산림청 선정 '2026년 꼭 가봐야할 수목원 10선'에도 올랐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한수정’ ‘전수정’을 아시는지. 한수정은 산림청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의 줄임말, 전수정은 ‘전국 수목원과 정원’의 줄임말이란다. 한수정에서 지난 3월 말 선보인 ‘전수정 스탬프 투어’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공식 명칭은 ‘2026년 전국 수목원·정원 모바일 스탬프 투어’다. 전국 72곳의 수목원과 정원을 알차게 둘러보는 이 스탬프 투어는 AI 기반 ‘아이나비 스탬프 오르다’(이하 오르다) 앱을 통해 정식 운영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4500명, 20일 만에 6200명이 참여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그토록 기다렸던 꽃과 신록의 계절이건만 중동 전쟁 여파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운전대 잡고 근교 나들이하는 것마저 선뜻 내키지 않은 때, 전철과 버스 타고 가까이 있는 수목원·정원 스탬프 투어에 도전해 봤다.

그래픽=송윤혜


전수정 스탬프 투어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오르다 앱을 내려받은 후 ‘전국 수목원·정원(아름다운 동행) 스탬프 투어’를 터치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오르다 앱 내 ‘핫 스팟 투어’ ‘평화누리길 스탬프 투어’ ‘낙동강 따라 힐링 걷기 스탬프 투어’ 등 다양한 스탬프 투어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수정 스탬프 투어는 서비스 개시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이달 23일 현재 참여자 수가 6400명을 넘어서며 앱 내 최다 참여율을 자랑하고 있다. 스탬프 투어를 담당하는 한수정 산하 국립세종수목원 교육운영실 지용훈 사회교육팀장은 “신록이 좋은 계절성과 함께 기존 종이 여권형에서 간편하게 앱 스탬프 투어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참여 기관이 대폭 늘어난 것이 참여율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용자들의 거주지 인근 수목원부터 여행지 수목원까지 어디서든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돼 앞으로 참여자는 더욱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월 말 AI 기반 '아이나비 스탬프 오르다' 앱을 통해 정식 운영을 시작한 '전국 수목원·정원(아름다운 동행) 스탬프'에는 전국 72곳의 수목원과 정원이 참여한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전수정 스탬프 투어는 기존 여권형과 마찬가지로 참여 수목원과 정원 탐방 시 인증 완료로 일정 점수가 쌓이면 자생식물을 새긴 기념 주화를 분기별(6·9·12월)로 전원 증정한다. 탐방 시 참여 기관 1곳당 앱 스탬프 인증으로 1점을 획득하는 식이다. 6곳에서 인증해 최초 6점 획득 시 미선나무가 새겨진 기념 주화를 시작으로, 이후 3점씩 획득할 때마다 광릉요강꽃, 구상나무, 노랑붓꽃, 섬남성, 매화마름, 복주머니란, 설앵초 등이 새겨진 기념 주화를 차례로 받을 수 있다. 최종 72점을 획득할 경우 총 23개의 기념 주화를 모을 수 있다.

'전국 수목원·정원 스탬프 투어' 인증시 증정하는 기념 주화. /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전투적’으로 스탬프 인증을 받고 싶다면 전철 1호선에 오를 것. 1호선은 그야말로 ‘수목원 행’이다. 스탬프 투어 기관 72곳 중 서울권 ‘푸른수목원’부터 경기권 ‘물향기수목원’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안양수목원’(이하 서울대 안양수목원), ‘일월수목원’까지 4곳과 연계할 수 있다. 이 중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역세권 수목원’은 경기도 오산에 있는 물향기수목원(무료)이다. 오산대역 2번 출구로 나오자마자 ‘물향기수목원’ 간판이 반긴다. 수목원 초입까지는 200여 m 평지길이다. 입구에 들어서 가뿐한 마음으로 스탬프 투어 앱을 실행하니 위치 확인이 가능한 GPS가 활성화되면서 ‘투어 인증’ 메시지가 떴다. 소중한 1점 획득! 본격적으로 수목원 탐방에 나서기도 전에 웰컴 선물부터 받은 듯 묘한 성취감이 느껴진다. 미션 완료했다면 탐방에 집중할 차례다.

경기도 오산대역 부근 역세권 수목원인 '물향기수목원' 탐방로 메타세쿼이아 숲. 물향기수목원에서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인기 탐방로 중 하나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경기도립 수목원인 물향기수목원은 34㏊ 규모에 수생식물원, 습지생태원을 비롯해 난대 식물원, 분재원, 물향기산림전시관, 무궁화동산 등 20여 주제원을 품고 있다. 스탬프에 새겨진 물향기수목원을 대표하는 수종은 메타세쿼이아. 이제 막 새순이 올라온 메타세쿼이아 길을 거닐어 난대 식물원, 분재원, 물향기산림전시관을 차례로 거친다. 수목원 곳곳에 핀 이름 모를 꽃 앞에선 중년 주부들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뒤 꽃 이름을 검색해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쥐오줌풀도 다 있네!” 탐방 구역이 넓어서 방향을 잃었을 땐 ‘식물 책방’을 찾아가는 여정을 추천한다. 이정표를 따라가면 물향기수목원의 굵직한 주제원을 둘러볼 수 있다.

'물향기수목원'의 식물 책방 일대는 이미 찬란한 봄이다. 책방 앞 야외 좌석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도심이라는 사실을 잊게 한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물향기수목원'을 물들인 노란 수선화.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2024년에 새롭게 들어선 식물 책방은 개관과 함께 인스타그램·블로그 등 소셜미디어에서 명소로 떠올랐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가 보유한 식물 전문 서적을 모아놓은 책방 창가에 앉아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면 초록의 숲이다. 붉은색 벽돌조의 반듯한 건물도 풍경에 감성을 더한다. 숲이 좋은 요즘엔 책방 앞 야외 좌석에 앉아 바라보는 전망이 평온해 천국같다. 산책로에선 으름덩굴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연보라빛 등나무꽃이 쉬어가라 한다. 빈손으로 갔다간 후회하기 쉽다. 생물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음식물 반입 금지’가 원칙인 연구 목적의 수목원과 달리 잔디마당이나 숲 속 쉼터 등에서 자유롭게 도시락을 즐기는 분위기다.


다시 오산대역에서 1호선에 올라 성균관대역이나 화서역에서 내리면 ‘일월수목원’(성인 4000원)으로 이어갈 수 있다. 전철로 20여 분 거리이니 부지런히 움직이면 반나절 만에 수목원 2곳의 스탬프 투어 인증이 가능하다. 화서역에서 일월수목원 입구까지는 도보 20여 분 거리,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10여 분 걸린다. 화서역 가까이 근린공원인 ‘서호꽃뫼공원’이 있기에 날씨가 좋다면 충분히 걸어볼 만한 코스다.

'일월수목원'에 입장하자마자 만나는 로비. 창 너머 수목원과 일월저수지가 차례로 펼쳐진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열대식물 등이 가득한 수원 '일월수목원'의 전시온실. 오아시스 가든, 허브 유실수 가든, 사막 정원, 호주 뉴질랜드식물 주제원마다 이국적인 식물들이 기다린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일월수목원'은 자체 스탬프 투어 코스도 마련돼 있다. 스탬프 투어를 하면 '야무지게' 수목원을 둘러볼 수 있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일월수목원은 수원 도심에 있어도 서쪽으로 일월저수지를 마주 보고 있다. 덕분에 탁 트인 개방감과 함께 자연 속 정원을 산책하는 기분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10만여 ㎡ 규모에 계절따라 2100여 종의 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온실, 웰컴 정원, 생태 정원을 비롯해 햇빛 정원, 전시실인 ‘식물학자의 방’ 외에 식물 상담실과 야외 학습장 등을 두루 갖춰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즐겨 찾는다. 부담 없는 규모에 전체적으로 평지여서 유모차나 휠체어를 이용하는 탐방객, 노약자도 편하게 산책한다. 날씨와 관계없이 열대 식물을 자태를 뽐내는 전시 온실에선 열대성 덩굴 관목인 분홍색 부겐빌레아가 아치를 이룬 2층이 포토존 역할을 톡톡히 한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 촬영 장소로도 등장했던 포인트다. 일월수목원의 대표 수종은 하얀 새털 같은 꽃잎의 희귀식물 ‘해오라비난초’다. 정원을 거닐며 해오라비난초, 히어리 등을 찾아 다니다보면 스탬프 인증은 까맣게 잊기 쉽다. ‘초지원’ 스탬프함 부근에 가까이 가니 스탬프 앱 화면에 ‘투어 인증’ 확인 메시지가 뜬다. 일월수목원에서 배포하는 자체 종이 스탬프 투어까지 겸하면 수목원을 보다 구석구석 알차게 둘러볼 수 있다. 일월저수지 방향으로 수목과 어우러진 노을 풍경이 아름답다. 5월 한 달간 매주 금·토요일에 ‘영흥수목원’과 함께 ‘2026년 수원수목원 봄 밤빛정원’을 연다고 하니 여유롭게 봄밤을 즐기고 싶다면 오후에 때 맞춰 입장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월수목원을 포함해 전수정 스탬프 투어 참여 기관인 서울대 안양수목원, 신구대학교식물원, 한택식물원, 강원특별자치도립화목원 등은 산림청 추천 ‘2026년에 꼭 가봐야 할 수목원 10선’에도 동시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이왕 우선순위에 올려봐도 좋겠다. 체력이 허락된다면 화서역에서 1호선을 타고 전철로 20분 거리에 있는 안양역으로 향한다. 안양역 1번 출구에서 마을버스로 갈아타 ‘안양예술공원종점’에 내린 후 1.5㎞ 정도 걸으면 서울대 안양수목원(무료) 정문에 닿는다. 마을버스 타고 가는 길에 ‘김중업건축박물관’을 거쳐가고, 창 밖으로 안양예술공원의 주요 시설물과 안양천변 카페와 식당들이 이어져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주말엔 행락객들로 정체가 심한 곳. 고유가 시대가 아니어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현명하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안양수목원'의 수생식물원 주변에도 금낭화와 민들레 등 봄꽃이 활짝 펴 반긴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관악산을 따라 이어진 서울대 안양수목원의 탐방로는 자연형 수목원으로, 인공적인 풍경이 눈에 띄지 않는다. 숲 속을 산책하는 듯 발걸음도 편안하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대 안양수목원은 교육과 연구를 목적으로 1967년에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학교 수목원이다. ‘비밀의 숲’이라 불릴 정도로 오랫동안 제한적으로 개방해 오다 58년 만인 지난해 11월 초에 전면 개방(월요일 및 명절 연휴 휴무)하기 시작했다. 사실 상 일반인들은 올해가 봄 풍경을 마음껏 둘러볼 수 있는 첫해인 셈이다. 단, 방문 전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안양수목원’ 홈페이지, 현장 QR로 탐방 예약(평일 1500명, 주말 4000명까지) 후 입장 가능하다.

정문에 들어서면 교육관리동을 지나 쭉쭉 뻗은 리기테다소나무가 촘촘하게 군락을 이룬 시험지부터 만난다. 이름이 낯설다 싶어 찾아보니 리기에다소나무와 테다소나무의 교잡종이라는 설명. 관악산 깊은 숲속 자연형 수목원인 서울대 안양수목원은 수목원을 관통하는 삼성천을 중심으로 탐방 동선이 이어진다. 유실수원, 산림복합체험장, 관목원, 진달래 길, 소잔디원, 남부식물 온실, 수생식물원, 단풍나무 길, 잣나무 길, 숙근초원, 무궁화원, 대잔디원 등을 차례로 지난다. 남부식물 온실과 가까이 있는 수생식물원 부근에선 분홍색 금낭화와 노란 민들레가 마중 나온다. 연못에 비친 온실 풍경은 이곳 수목원의 대표 이미지로 자주 등장한다.

1977년 대홍수 때 떠내려 온 줄기 하나가 자리를 잡아 기적처럼 자란 '서울대 안양수목원'의 '생명의 나무'도 볼거리다. 여름이 되면 녹음을 선사한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풀꽃 구경하며 산책하다가 소잔디원 부근에서 만난 아그배나무 이야기가 뭉근한 감동을 선사한다. ‘생명의 나무’란 이름표를 단 아그배나무는 1977년 대홍수 때 떠내려온 7년생 줄기 하나가 터를 잡고 자란 것이라고. 울창한 나무가 돼 녹음을 선사하는 나무를 보곤 탐방객들 사이에선 감탄이 터진다.

58년 만에 예약제로 전명 개방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안양수목원'의 삼성천저수지. 물빛이 유난히 짙고 푸르다. /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이어 후문 방향으로 가다 보면 푸른 색감의 ‘삼성천저수지’가 오아시스처럼 기다린다. 운이 좋다면 인기척에 날렵하게 몸을 숨기는 담비를 목격할 수도 있다. 다만, 서울대학교 안양수목원은 학술 목적으로 조성된 만큼 일부 통제 구역과 출입 불가 구역이 있어 탐방이 제한적이다. ‘출입 금지’ 안내판이 자주 목격되고, 일부 시설들은 연구 외 개방하지 않는다. 설립 취지에 맞게 안내판 설명도 꽤 ‘학술적’ ‘이과적’이다. 분비나무의 경우 ‘잎은 끝이 2개로 갈라지며, 구화수는 5월에 달린다. 구과는 당해 9월에 익고, 포편은 밖으로 나오지만 뒤집어지지 않는다’고 설명해 놓았다. 구화수는 솔방울 따위, 구과는 공모양의 과실, 포편은 속씨식물의 포. 호기심 많은 어린 자녀를 동반했다간 안내판을 보고 되레 질문 세례를 받기 쉽다. 예약 시 ‘안양시산림복지통합시스템’ 홈페이지를 통해 숲 해설부터 신청하자.


접근성을 고려하면 9호선 마곡나루역 3번 출구에서 도보 10여 분 거리의 ‘서울식물원’이나 4호선 대공원역을 통해 갈 수 있는 ‘서울대공원식물원’, 7호선 까치울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부천 ‘무릉도원수목원’,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에서 하차해 버스로 갈 수 있는 성남 ‘신구대학교식물원’도 반나절 나들이로 도전해볼 만하다. 4호선 진접역을 이용하는 예약제 경기도 포천 ‘국립수목원’과 7호선 광명역을 이용하는 경기도 시흥 ‘용도수목원’은 버스로 갈아타거나 도보 이동 거리가 상당해 반나절보단 한나절 코스로 잡는 게 무리 없다.

경춘선·경강선·경의중앙선까지 이용해 ‘광폭 행보’를 펼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면 경춘선 춘천역을 이용하는 ‘강원특별자치도립화목원’과 청평역을 이용하는 ‘아침고요수목원’, 경강선 여주역을 이용하는 ‘황학산수목원’, 경의중앙선 양수역과 가까운 연꽃 정원 ‘세미원’까지 코스를 확장해볼 수 있다. 경춘선 굴봉산역을 이용하는 유럽풍 정원 ‘제이드가든’은 역부터 매표소까지 오가는 무료 셔틀을 매일 운행한다. 수목원과 정원은 대개 월요일과 명절에 휴장하며 휴장일은 개별 확인하자.

신록이 손짓하는 계절, 이제 운전대를 놓고 전철에 올라 스탬프 투어 앱을 활성화해볼 시간이다. 빨강·파랑·초록 신호등의 지시어 대신 풀꽃과 나무와 새가 말을 걸어올 테니.

[평일에도 활짝 문 연 ‘홍릉숲’부터 반달곰 만나는 수목원까지]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의 정원을 모티브로 조성한 국립세종수목원의 '지중해온실'. 올리브 나무를 비롯해 허브 식물이 내뿜는 향까지 더해져 힐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 국립세종수목원

지금 가볼만한 수목원

“여기 보이는 꽃이 산철쭉, 저기 아주 빨간 꽃이 영산홍이에요. 희끄무레하게 변한 것은 가루받이가 끝난 꽃들이에요. 이 꽃들도 가루받이가 끝나면 더는 향이나 색을 만드는 데 에너지를 쓰는 대신 열매를 맺는 데만 에너지를 쏟죠. 사람과 똑같죠?”

지난 19일 서울 청량리동 국립산림과학원 내 ‘홍릉숲’에서 박현정 숲 해설사의 설명에 탐방객 20여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 숲 해설사가 나눠준 관찰 도구인 ‘루페’를 들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철쭉을 관찰하는 풍경.

연구림으로 주말에만 온라인 예약 후 탐방 가능했던 홍릉숲은 3월 28일부터 평일에도 예약 없이 탐방할 수 있게 됐다. 홍릉숲의 공식 명칭은 ‘홍릉시험림’. 2000여 식물 중 1200여 종을 만날 수 있는 홍릉숲은 산림청 선정 ‘대한민국 100대 명품 숲’ 중 하나이기도 하다. ‘홍릉 8경’을 따라가면 더 알차게 둘러볼 수 있다. 8경인 134살 반송이 숲 산책에 방점을 찍는다. 주말에 하루 세 차례 진행하는 숲 해설에 참여해볼 만하다.

3월 말부터 평일에도 개방하는 서울 홍릉숲. 8경 중 하나인 1892년생 반송이 보물처럼 자리하고 있다. / 박근희 여행기자

전철과 버스 타고 집 근처 ‘지역구’ 수목원과 정원을 탐방했다면 ‘전국구’ 수목원 정원 스탬프 투어에 도전해 본다. 여행 간 김에 코스 중 하나로 수목원과 정원을 추가해 하나씩 스탬프를 획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측은 “72곳 중 접근성이 좋은 도심형 수목원부터 눈여겨보라”고 했다. 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국립세종수목원’은 도심형 수목원으로 사계절 자연과 생물 다양성을 관찰할 수 있다. 외떡잎식물인 붓꽃의 꽃잎을 형상화한 사계절전시온실 중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의 정원을 모티브로 꾸민 지중해온실이 젊은 층에 특히 인기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1시간 정도,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베어트리파크’는 이름처럼 반달곰이 유명하다. 이곳 설립자가 50여 년간 가꾸어온 식물과 동물들이 어우러진 수목원은 동화나라 같다. 33만여 ㎡의 대지에 희귀 소나무, 800년 된 느티나무 등 볼거리가 풍성하다. 대전·청주 드라이브 코스로 즐겨 찾는 곳이어서 오가는 길에 들러볼 만하다.

‘보령무궁화수목원’은 150여 종의 다양한 무궁화 감상과 목재 체험을 할 수 있는 맞춤형 수목원이다. 대통령상 수상목인 80여 년 수령의 ‘홍단심’ 나무가 볼거리다.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수선화와 하얀 조팝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반긴다. 바다와 맞닿은 듯 자리한 충남 태안 천리포수목원도,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전북 남원 ‘아담원’도 지금부터 가장 예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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