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전
"여자가 만족해야 성공"…'수백억 잭팟' 장사 천재의 비결 [권용훈의 직업불만족(族)]
2026.04.25 07:01
외식업계 승부사의 생존전략
“외식업은 노력 대비 아웃풋이 너무 작은 사업입니다. 많이 남지도 않고요. 그런데도 계속하게 됩니다. 재밌으니까요.”
지난 24일 서울 압구정동 캐비아 본사에서 만난 박영식 SG다인힐 대표는 외식업의 본질부터 거칠게 풀어냈다. 캐비아는 유명 맛집의 메뉴와 브랜드를 밀키트(RMR)와 각종 유통 상품으로 확장하는 K푸드 지식재산(IP) 기업이다. 외식 브랜드를 키운 데서 그치지 않고 맛집의 경험 자체를 상품으로 옮겨 파는 회사를 따로 만든 셈이다.
박 대표는 외식업을 지금도 어려운 사업으로 보고 있다. 임대료와 인건비, 식자재비는 계속 오르는데 소비자 눈높이는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는 같은 메뉴라도 어느 상권에서, 어느 시간대에, 어떤 분위기에서 파느냐에 따라 성적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잘나가던 가게도 몇 달 만에 흔들리기 일쑤다. 그럼에도 그가 20년 넘게 이 업계를 떠나지 않은 이유는 분명했다. 남보다 먼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시장에 없던 수요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삼원가든 창업주 박수남 회장의 아들이다. 골프선수 박지은 씨의 동생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늘 ‘외식업계 금수저’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하지만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가업 승계와는 결이 다르다. 뉴욕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삼원가든에 그대로 안착하지 않고 2007년 은행에 대출받아 SG다인힐을 세웠다.
곧장 블루밍가든, 붓처스컷, 투뿔등심 등 업스케일 외식 브랜드를 잇달아 선보였다. 이후 SG다인힐은 외형을 꾸준히 키웠다. 매출은 2020년 467억원에서 2025년 488억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600억원 안팎을 목표로 잡았다. 박 대표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캐비아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20년 14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750억원으로 불어나 5년 새 약 417% 급증했다. 그는 자신을 “2세라기보다 1.5세에 가깝다”고 표현했다. 가업이라는 기반은 있었지만 결국 자기 손으로 새 브랜드를 만들고, 실패와 흥행을 직접 겪어온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가 외식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박 대표는 "요즘 외식 시장에선 특정 메뉴나 콘셉트가 SNS를 타고 급부상했다가 몇 달 만에 힘을 잃는 일이 반복된다"며 "이런 흐름을 정면으로 비껴가야 한다"고 했다.
유행을 보고 뛰어들면 이미 늦다는 것이다. 대신 소비자가 아직 익숙해하지 않았지만 곧 받아들일 만한 지점을 먼저 건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를 “시대보다 반발 정도만 앞서가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너무 앞서가면 소비자가 못 따라오고, 너무 늦으면 이미 레드오션이 된다. 딱 사람들이 “어, 이거 괜찮네”라고 느끼는 순간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의 브랜드들은 이런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2년께 론칭한 '투뿔등심'이다. 지금은 한우와 와인을 함께 즐기는 고깃집이 낯설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고깃집은 소주와 맥주를 마시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는 여기에 콜키지 프리까지 붙였다.
고깃집에 와인을 들고 오는 소비자를 받아들이는 전략이었다. 업계에선 왜 시장 질서를 흔드느냐는 말도 나왔지만 소비자는 즉각 반응했다. 숙성 등심 채끝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너무 흔한 개념이 됐지만, 당시에는 채끝은 비선호 부위였고, 낯선 시도였다.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공식을 한 번 비틀었을 때 시장이 열린다는 걸 그는 일찍 체감했다.
박 대표는 외식업에서 ‘반짝 성공’과 ‘오래 가는 브랜드’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반짝 잘되게 만드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다고 했다. 입지와 가격, 콘셉트, 타이밍만 맞으면 단기간에 손님을 끌어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비슷한 가게가 우르르 생기고, 소비자는 금세 새로움에 익숙해진다. 투뿔등심 역시 큰 성공 뒤에 빠르게 복제 당했다. 메뉴판과 가격, 네이밍, 사진 연출까지 비슷한 곳이 쏟아졌다. 그 경험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분명했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모델은 결국 무너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금은 유통 구조, 서비스 방식, 공간 경험 등 하나쯤은 남이 쉽게 베끼지 못하는 요소를 꼭 넣으려 한다.
그의 두 번째 전략은 ‘끊임없이 바꾸는 것’이다. 외식업에선 한 번 성공한 포맷을 오래 끌고 가고 싶은 유혹이 크다. 하지만 그는 잘될 때일수록 더 손봐야 한다고 했다. 가만히 있으면 곧장 늙은 브랜드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그는 오래된 브랜드도 주기적으로 리뉴얼한다. 인테리어를 바꾸고 메뉴 구성을 손보고 서비스 디테일까지 다시 짠다. 잘되는 브랜드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계속 새 브랜드처럼 보이게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다. 외식업은 개업의 산업이 아니라 유지와 개선의 산업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박 대표는 최근 자신의 전략도 조금씩 바꾸고 있다. 예전에는 매장당 월매출 1억5000만원~2억원 수준의 모델을 여러 개 만드는 데 익숙했다면 이제는 점포당 3억~5억원 매출이 가능한 구조를 더 선호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외식업은 본질적으로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산업이라 규모가 작으면 남는 돈이 더 줄어든다.
그는 “500명을 써야 500억원 매출이 나오는 구조”라며 외식업의 낮은 생산성을 지적했다. 그래서 여러 개를 잘게 쪼개기보다는, 처음부터 매출 규모가 나오는 형태로 설계해야 회사가 선순환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새롭게 시도한 뷔페형 브랜드와 무한리필 모델도 이런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 수익률만 볼 게 아니라 매출 총량과 회전 구조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세 번째 전략은 ‘고객에게 승리감을 주는 것’이다. 박 대표는 가성비를 단순히 싼 가격으로 보지 않는다. 절대 금액이 다소 높아도 손님이 “이 돈 내고 이 정도면 내가 이겼다”고 느끼면 다시 온다고 믿는다. 맛만으로는 부족하고, 공간과 서비스, 메뉴 구성까지 모두 합쳐 심리적 만족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늘 고객 입장에서 경우의 수를 따진다. 어떤 메뉴 조합이면 덜 아깝게 느낄지, 어떤 서비스가 있으면 같은 돈을 내도 더 만족스럽게 받아들일지 끊임없이 계산한다. 겉으론 트렌디한 식당 같아도 실제론 치밀한 심리 설계의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타깃 설정도 분명하다. 그는 한 번도 20대 초반을 핵심 고객으로 놓고 브랜드를 설계한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자기 브랜드의 주 고객은 늘 30~50대였다. 지금은 그 연령대가 더 올라갔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 여력이 있고, 식사에 돈을 쓸 이유가 분명한 층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남자가 여자를 데려갔을 때 여자가 만족하는 식당이 오래간다"고 했다. 듣기엔 거칠지만 시장 논리로만 해석하면 분명하다. 단체로 몰려와 사진만 찍고 가는 공간이 아니라, 기념일과 가족 모임, 접대와 데이트 수요를 함께 잡을 수 있는 식당이 매출 구조가 더 단단하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아예 패밀리 레스토랑적 요소도 강화하고 있다. 아이를 데리고 와도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는 서비스를 더 넣는 이유다. 자신이 직접 아이를 키우며 느낀 불편을 브랜드에 반영한 결과다.
그는 외식업을 '현장 노가다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폼만 잡고 멀리서 지시만 하는 사람은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식당은 매일 같은 하루가 없다. 손님이 바뀌고 직원 컨디션이 달라지고, 재료 상태와 상권 분위기도 달라진다. 대표가 직접 디테일한 부분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챙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도 최근까지 전 매장의 음식 사진을 매일 카톡으로 보고받았을 정도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현장의 미세한 변화를 얼마나 예민하게 감지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다시 20대로 돌아가도 결국 같은 업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방식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예전엔 멋있어 보이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강했다면 지금은 구조와 수익 모델을 먼저 볼 것이라고 했다. 동시에 삼원가든이라는 자산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더 일찍 고민했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그는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판을 고민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청년들에게 "외식업을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겉보기엔 가게 하나 차리면 되는 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임대료와 인건비, 원가 관리, 상권 분석, 직원 관리, 고객 응대, 마케팅까지 모두 동시에 돌아가야 한다. 트렌드도 짧아졌다. 그는 "오늘 잘되는 브랜드가 3년 뒤에도 남아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내가 이 일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인지부터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창업 자체를 말리지는 않았다.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배움이 많기 때문이다. 대신 충분히 고민하고 현장에서 경험하며 배우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패한 뒤 세상 탓만 하는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직업불만족(族) 편집자주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했지만 매일 퇴사를 고민하는 30대 청년, 안정적인 직장을 관두고 제2의 삶을 개척한 40대 가장,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70대 청소 노동자까지. '직업불만족(族)'은 직업의 겉모습보다 그 안에 담긴 목소리를 기록합니다. 당신의 평범한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깊은 위로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일하며 살아가는 세상 속 모든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하단 구독 버튼을 눌러주시면 직접 보고 들은 현직자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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